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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임 작가
이메일 : cmi3057@naver.com
2014년 문학저널 신인상
충북수필문학회, 한국문인협회, 한국산문 회원, 내륙문학회원
청주교차로 신문 ‘삶의 풍경이 머무는 곳’ 필진(현)
대구 매일 시니어 문학상 수상
경북 愛 추억 공모전 대상
우하 박문하 문학공모전 대상 외 다수
수필집 언어를 줍다 외 1권
문화 | 문화놀이터
[수필] 못 갖춘 꽃
채마밭 지면을 한 장 한 장 넘긴다. 푸르게 살고 간 그들의 생활사가 낱낱이 적혀있다. 제 이름껏 꽃을 피우고 산문을 여는 날이면, 푸르거나 노랗거나 붉은 비린내가 진동하였다. 뒤미처 봉긋한 핏덩이가 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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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받침, 그 위
어느 씨족의 씨방에서 빠져나와 저의 왕국을 세웠을까. 바람도 지치는 변방에 홀로 피었더라면 멍이 들었을 꽃이다. 무리를 이끌고 봄의 뜨락에 흐벅지게 피었다. 꽃은 제 모습에 반해 나르시시즘에 빠지고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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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비 오시는 날
가만히, 가만히 꽃비가 오신다. 초가지붕 성긴 볏짚 사이로 스며들던 유년 어느 날의 비인 성싶어서 반갑다. 긴 세월 윤회하여 지금 내 앞에 뛰어내린다. 정겨워서 손바닥에 받아 냄새를 맡아본다. 시절도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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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누가累家와 이별하고
불현듯 발길 이끌려 고향 집에 왔다. 빈집에 공허한 바람이 혼자 돌아다니고 있었다. 몸을 가눌 수가 없어서 병상에 둔 채 어머니도 샛길로 달려 오셨을까. 어머니와 부엌을 들여다보고 비 들친 마루에 이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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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견 서방과 견공
어머니는 개를 대하는 마음이 어찌나 살가운지 마당에 적을 둔 견 서방으로 여기신다. 동지섣달 긴긴밤엔 한뎃잠이 서러울까 봐 이불을 넣어주고, 날 새기 바쁘게 밤새 언 몸을 녹이라고 뜨거운 물을 갖다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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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련, 다시 피다
불같은 여름에 목련화라니, 홀연히 찾아와 염천 여름을 즐기고 있다. 질서를 어기고도 고고하게 피었다. 해마다 보아온 고운 화심으로 단박에 봄을 알아채었는데 7월에는 무슨 계절을 달고 와서 저리도 환히 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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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어우렁그네
고운 요정이 요람에서 놀다가 채롱을 벗어났다. 방문 틀에다 그네를 달아주었더니 네 활개를 파닥이며 좋아라, 한다. 눈만 뜨면 그네에 올라 헤벌쭉 웃는데 쌍둥이라 서로 타겠다고 앙알거린다. 걸음마를 시작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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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시래기
밭고랑에 무청이 널브러졌다. 엽록이 생생하다. 몸뚱이에 미처 내려 보내지 못한 양분을 머금고 풀이 죽었다. 박토에 뿌리내리고 한철 몸 불리느라 고단했을 텐데. 못 다 쓴 기운을 안으로 말고 시류에 몸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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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몽동발이
빛깔이 바라보는 방향에 따라 다르다. 붉은 듯 푸르고 푸른 듯 초록이다. 칠흑으로 이어지다 어느 구간에선 정갈한 순백이다. 몸태는 톱으로 자른 듯 뭉툭하지만, 살결은 잘 구워낸 도자기 빛깔이다. 몸에 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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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오름, 그 험난한 여정
연어는 물살을 거슬러 올라야 하늘이 보인다. 나무는 그 하늘로 줄기차게 오른다. 칡넝쿨은 옆으로 뻗는 운명인데 나무를 휘감고 오른다. 그 집착이 서늘하다. 앉은뱅이 꽃도 틈새를 비집고 하늘바라기 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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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고등어 등에 바다가 있다
햇살이 잔물결을 타고 하느작거린다. 물 위에 낮별이 뜬다. 물새들이 바람을 물고 휘파람을 불어쌓는다. 쉼표를 찾아 떠나온 사람들 웃음소리 가슬가슬하다. 그 틈바구니에 그늘이 잔뜩 드리운 풍경 하나가 읽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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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고구마가 웃었다
서툰 농부의 밭에도 무리 없이 가을이 왔다. 고구마밭 흙살을 헤집고 호미가 요동칠 때마다 결실이 고랑에 쌓여간다. 막 탯줄을 자르고 나온 붉은 핏덩이를 붙들고 안사람이 웃는다. 밭고랑에 지폐가 널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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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마수걸이와 덤
오일장은 물론 무싯날에도 서는 난장을 즐겨 찾는다. 진부한 듯 보이지만, 뭇 사람의 애정이 깃들고 사람 냄새 물씬 나는 장터가 좋다. 남편은 전국의 장날을 다 꿰다시피 한다. 뭉근하게 끓어오르는 된장국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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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부메랑
고라니나 노루, 산토끼의 피해는 농부들이 흔히 겪던 일이다. 고 작은 입으로 오물오물 새순만 똑 따먹고 가는 녀석들이나 해바라기 여문 씨알을 반타작해 가는 까치도 그러려니 한다. 개체 수가 늘다 보니 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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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둥지를 트는 일은
“올해는 큰 바람이 없을라나-.” 기골 장대한 나무 우듬지에 세워놓은 까치의 누각을 올려다보며 아버지께서 하신 말씀이다. 그 해 불어 닥칠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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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시선의 오류
흠잡을 데가 없이 태깔이 좋다. 막 소세한 얼굴처럼 반질반질 윤이 난다. 구미가 당겨 눈으로 먼저 먹었다. 침이 그득 고인다. 너도나도 침을 삼키며 한 봉다리 사들고 돌아선다. 주인 남자는 신이 나서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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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화해의 초대장
두 번째 풍파가 밀어닥쳤을 때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영원하리라 생각했던 둥지는 남의 것이 되고 낯선 처마 밑에서 전전긍긍하며 떠돌이처럼 살았다. 행복지수가 바닥을 쳤다. 생일을 기억하는 미역국은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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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뒤웅박
뒤란 처마 밑에 달덩이 같은 뒤웅박이 목을 매달고 있다. 세월에 끄달린 듯 바람에 데인 듯 꺼먹 얼룩이 피었다. 댓개비로 얼기설기 엮어 덧싸기를 했어도 바람이 불면 송두리째 흔들렸다. 어머니께 무엇이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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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휴암골에 깃들다
휴암골 주인 노릇을 하고 싶은가. 전에 없이 불어난 산까치가 식구를 데리고 마당에서 소란을 피운다. 붙박이로 사는 참새가 개구멍으로 들어와 닭장을 점령했다. 야산 바위에 앉아 놀던 새들이 똥을 깔려놓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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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손의 이력
참 볼품없다. 손가락이 짧고 끝이 뭉툭한 데다 못생긴 손톱이 조갑지처럼 붙어 있다. 손바닥도 다른 사람에 비해 넓고 손등은 그에 걸맞게 살집이 두둑하다. 손끝이라도 매우면 묻혀가련만. 어쩌다 마음이 내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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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아름다운 결미
한해 가을 천태산 산행을 갔을 때 영국사 문전에 은행나무가 환상적이었다. 헤아릴 수 없는 이파리들이 완벽한 황금색으로 물들어있었다. 천년을 묵는 동안 고승의 독경 소리를 문전걸식하였으니, 드디어 해탈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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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그 녀석
다섯 살짜리의 흐느낌은 들을 것이 못 된다. 어른의 가슴을 가시로 찌르는 것 같다. 해가 어스름 깔리자 녀석이 창가에 붙어 서서 눈가가 벌게진다. 세상없어도 어미 품에서 잠드는 녀석인데 어미 없는 밤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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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꽃이 피듯
쌍둥이 손녀가 진통 끝에 한글을 깨쳤다. 삶의 길잡이가 되어 줄 끈 하나를 만들었다. 어느새 놀이가 되고 손이 닿는 곳마다 글자를 그려댄다. 나와 어미는 낙서 현장을 지우다가 포기하였는데 아이의 머릿속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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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산벚꽃이 지는 까닭은
숲이라고 다 아름답고 삶이 펄떡이지는 않는다. 펄떡이는 삶만 고집하겠다면 그것이 숲인가. 우리의 숲에는 고비늙은 나무가 전설이 되고 퇴색한 이파리가 몸을 누이고 거름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수많은 꽃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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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참기름
어머니가 지팡이를 내려놓고 참깨 씨를 넣는다. 오월 볕에 나를 위해 깨를 심는다고 한다. “나 죽기 전에 깨 농사 넉넉히 해놔야 애미가 편하지.”한다. 아흔여덟 어머니 굽은 등에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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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돌에서 언어를 줍다
흔적만 남은 고향 집에 돌담이 버티고 있다. 담쟁이도 여전히 떼를 쓰며 기어오르고 간간이 참새 떼가 다녀간다. 인동초는 맺힌 것이 많은지 꽃으로 울고 있다. 그들의 안간힘이 눈물겹다. &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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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봄이 전설이 될라
꽃은 지천인데 나비가 없는 봄이 허우룩하다. 어디선가 명맥은 유지하고 있을까. 시골처녀나비도, 떠들썩팔랑나비도, 각시멧노랑나비도 옛이야기가 되고 있다. 나비 사랑에 일생을 바친 석주명 박사가 지은 이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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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서슬 푸른 봄
몸통을 안으면 아름이 넘을 거다. 질박한 목피일지언정 굵은 팔을 뻗쳐 가지를 받치고 있다. 어린잎들이 봄바람에 겨워 살랑거린다. 아비 품에 달려드는 응석받이처럼 안겨 응석이라도 부리나, 긴 팔이 이따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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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굴뚝
아궁이에 불을 지피는 일이 인생이라면 굴뚝은 한숨의 배출구가 되겠다. 배설구가 없는 풍선을 불기만 하면 결국엔 터지고 의미를 상실하듯이 배설이 없는 삶이라면 애저녁에 우리도 가슴이 다 타버렸을 거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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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난바다에 배를 띄우며
12월은 아쉽고 착잡하지만, 매듭달이다, 누군가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해, 마지막 달이고 또 누구는 뿌듯한 결실에 한껏 들떠있는 행복한 달이기도 할 거다. 그런 모든 이에게 새달은 신신한 얼굴로 희망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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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이음매에 꽃잔디
바위 옹두라지가 걸리적거린다. 오래전부터 거기 있었을 텐데 야산을 개간하며 불편한 존재가 되어버렸다. 이란성 쌍둥이인지 머리가 둘이다. 얼굴을 내밀고 있지만, 옴짝달싹하지 못하는 처지가 갑갑해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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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유하
난(蘭)꽃 그늘에 막 망울진 것이 보인다. 들어 온 바람에 파르르 떨더니 벙근 입속에 웃음기가 가득 찼다. 키득키득 웃다가 ‘빵’하고 터지면 한바탕 소동이 나겠다. &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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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가지치기하다가
그가 배롱나무 무용한 날개를 잘라내려고 한다. 나무는 통증이 만만치 않을 텐데 어찌 감당하려나. 언젠가는 성장통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겠지만, 오늘은 눈물깨나 흘려야 할 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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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불영사를 찾아서
깊은 골에 바람이 어찌나 매몰찬지 준비 없이 찾아온 객을 내쫓기라도 하듯 등을 떠밀었다. 계곡물에 손이라도 씻고 가자고 차에서 내렸다. 하등의 관계도 없으련만, 기어코 된바람이 발걸음을 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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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합일의 경지
튀는 놈, 나는 놈, 덜떨어진 놈에, 고독의 상징인양 동떨어져 섬이 된 놈도 많다. 지는 햇살에 투영되는 그들의 심상을 보노라니 언뜻 내가 보이고 사람들의 모습도 있다. 밭 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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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허물 벗다
늦잠에서 일어난 아들이 눈곱만 떼고 출근했다. 몸만 홀랑 빠져나간 방에 옷가지가 널브러졌다. 뱀이 허물을 벗어놓고 스르륵 빠져나간 분위기다. 어렸을 때 뱀이 벗어놓은 허연 허물이 바위 옆이나 풀숲에 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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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할마의 전성시대
노동이라고 생각하면 기운이 빠진다. 당당하게 전성시대라 말하련다. 손녀 손자를 돌보는 할마와 할빠는 사회가 빚어낸 신조어다. 할머니와 엄마, 할아버지와 아빠의 합성어다. 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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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페이지가 없는 공간
비의 흔적이 풀숲에 남아 초록이 더욱 짙다. 제 모습으로 돌아간 봄이 오랜만에 여유를 부리는 날이다. 허연 마스크에 의지하고 거친 숨을 몰아쉬던 나도 들숨과 날숨이 한결 수월해졌다. 지효랑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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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빨래의 의미
“서답은 땟자국 없이 빨아서 항상 정갈하게 간수해야 하는 기라.” 모처럼 오신 친정어머니께서 내가 빨래하는 모양새를 보며 하는 말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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