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8시 율량동 신흥고 앞 횡단보도. 빨간 신호등 아래 학생들과 직장인 20여 명이 서 있었다. 차량 행렬이 막바지에 이르고 신호등도 곧 파란불로 바뀌기 직전이었다. 그 순간 시민 한 명이 무단횡단을 했다. 눈치만 보던 학생들과 시민들도 뒤따라 무작정 횡단보도를 건너기 시작했다.
순간 ‘빵’ 하는 경적과 함께 택시 한 대가 횡단보도 앞에서 멈춰 섰다. 단 한 사람이 안전규칙을 어긴 것이었지만 “설마 사고가 나지는 않겠지” 하는 ‘안전 불감증’이 몸에 밴 사람들까지 무심코 동참하면서 교통사고가 날 뻔한 상황이었다.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붕괴사고(10명 사망), 세월호 참사(사망 297명, 실종 7명), 전남 장성 요양병원 화재(22명 사망), 성남 판교 환풍구 추락사고(16명 사망), 담양 펜션 바비큐장 화재(6명 사망), 의정부 아파트 화재(사상자 130여 명) 등 우리 주변에는 안전 부주의에 따른 크고 작은 사고로 인해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한다.
2년 전에 발생한 세월호 침몰 참사 이후부터는 ‘안전’이 우리 사회 주요 화두로 떠올랐다. 그로인해 아이를 키우는 어머니들의 불안감이 날로 높아지면서 어린이 안전 교육에 대한 관심도 증대되고 있다. 이에 미취학 아동 및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안전교육 현장에서 지역사회 봉사활동 교육 강사로 재능기부에 앞장서고 있는 (사)안전생활실천연합회장으로 있는(이하 안실련, 충북어머니안전지도회장) 김영옥 강사를 만나 어린이, 노인 등 안전 대책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김영옥 강사는 “안전 패러다임을 새로 정립하려면 먼저 알고만 있는 것이 아니라 실천하는 행동으로 개인의식을 바꿔야 하고 보다 이를 위해서는 어린이집이나 초등학교 때부터 조기 안전교육을 실시하는 생활습관이 절실하게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어린이, 노인대상 자원봉사 ‘교통안전 교육’
안전실천연합회(이하 안실련)은 최근 사회의 가장 큰 문제 가운데 하나인 교통사고, 산업재해, 각종 안전사고의 대폭적인 감소를 위해 지난 96년 창립되어 국민의 안전을 위해 노력해 오고 있다. 안실련은 서울을 비롯, 전국 15개 광역 지방지치단체에 지역 안실련을 두고 어린이, 청소년, 노인 등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교통, 생활 등 안전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또한, 교통사고 및 산업재해 줄이기 캠페인 등에 적극 참여함으로써 안전문화의 확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청주안실련(공동대표 충북대 안전공학과 심창섭 교수, 신영 관리이사 이광환)은 2001년 설립됐다. 청주안실련 소속 충북어머니안전지도회는 안전 교육 사업에 중점을 두고 년 4~5회 교통안전교육, 승강기교육, 생활안전교육(물놀이, 성교육, 식중독)을 어린이집과 초등학교 저학년 대상, 노인안전교육 등을 순회 실시하고 있다.
현재, 교육 강사로 활동 중인 인원은 청주에 10명이다. 청주 안실련에 회원 가입하고 희망하면 가능하다. 자질은 봉사정신만 있으면 된다. 교유강사가 부족하여 관심 있는 사람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바라고 있다. 회원가입 후 교육 강사 희망자는 도로교통공단에서 2일 교육 이수 후 자체 교육 프로그램을 3~6개월 동안 이수 후 각 파트별 현장실습, 중앙 세미나 참석 등을 거쳐 각 파트별 교육을 받게 됐다. 교통안전 교육은 1일 1~2시간정도다. 유치원, 어린이집은 10시~12시, 초등학교는 9시~10시까지 2인 1조 수업 방식으로 1일 3군데 정도 방문하게 된다.
충북어머니안전지도회에서 10년간 교육 강사로 활동해왔다.
그는 “일이 너무 즐겁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꾸준히 하다 보니 이제야 보람을 느낀다. 어렸을 때부터 교육을 받지 못했다. 안전교육을 몸에 베이도록 하는 것이 조기교육밖에 없다. 인식을 바뀌게 하는 어른교육도 좋지만 어린이 교육이 우선돼야 하는 것을 알게 됐다. 회원가입을 늘리고 교육 강사 10명 정도 확보해서 좀 더 많은 어린이, 노인 등 안전교육을 늘리는데 앞장서고 싶다.”고 말했다.
“설마…” 일상서 안전수칙 안 지키는 게 태반
도로교통공단의 어린이 교통사고 분석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연평균 약 1만4000건의 사고가 발생했다. 사망자의 66%, 부상자의 56%가 초등학교 저학년과 미취학 아동에 집중된 것으로 조사됐다. 안전행정부가 2014년 발표한 어린이 안전사고 사망 원인 1위도 교통사고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어린이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교통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교통안전 문화를 정착시키는 예방교육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김 강사가 초등학교 저학년 대상으로 교통안전 교육이 한창이다. “교문 앞에 자동차들 많이 다니죠. 길 건널 때는 여러분이 조심해야 할까요, 차가 조심해야 할까요?” 강사의 질문을 듣던 아이들이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빛내며 하나둘 답했다. “자동차요.” “둘 다요.” “빨강 신호 때는 뛰어가지 않고 주위를 살펴야 돼요.” 이어, 김 강사가 “도로 위에서 친구들을 보호해주는 것이 무엇이 있나요. 자동차가 (길을) 비켜 주나.”라고 묻자, 아이들은 “아니요”라고 답했다. ‘횡단보도 앞에서 자동차가 잘 멈추나요.’라는 질문에는 “아니요. 그냥 계속 가요”라고 입을 모았다. 어린이의 안전을 어른들이 무시하고 있다는 것을 아이들도 이미 알고 있었다.
이날 교육은 ‘무단 횡단을 하지 말자’에 이어 ‘골목길(이면도로)에서는 길 가운데가 아닌 가장자리로 다니자’ ‘횡단보도를 건널 때는 우측통행을 하자’로 이어졌다. 아이들은 강사의 선창에 따라 안전한 도로 횡단 5원칙을 교실이 떠나가게 크게 외치기도 했다. “첫째,(횡단보도 앞에) 선다! 둘째,(신호등을) 본다! 셋째,(왼)손을 든다! 넷째,(차량을) 확인한다! 다섯째, 건넌다!” 학생들은 복도로 나가 바닥에 설치된 ‘모형 횡단보도’를 건너며 체험 학습까지 펼쳤다.
김 강사는 교통안전에 대해 언제나 몸으로 실천하기를 당부한다. “교통안전 교육은 ‘언제 하는 것이에요?’라고 물어보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실천해야 할까요?’라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며 “매일 우리가 습관화하여 몸에 배는 것이 중요한 점인데,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가정에서는 부모와 함께, 학교에서는 선생님, 친구와 함께 공부하고 실천해보는 기회를 자주 얻는 것이 그만큼 중요하다. ‘나부터 먼저’라는 마음을 갖고 교통안전의 중요성을 실천한다면 교통사고의 위험에서 벗어나리라 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