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민화(民畵)에 취한 행복한 삶 - 남송민화연구소
''




봄비가 내렸다. 그곳에선 활기가 넘쳤다. 무엇이 즐거운지 자신들이 작품 앞에서 꽃처럼 웃었고, 미소에서는 저절로 향기가 났다. 남송민화연구소는 한영희 작가를 중심으로 청주지역의 전통 민화 보급과 교육으로 다양한 창작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전통 민화는 일상 속에서 다양한 목적을 위해 제작되었으며 궁궐의 행사와 장식을 위해 사용되었고 일반서민들에게는 계절과 행사에 다양한 쓰임으로 일상에서 실용적으로 사용된 그림들이다.





원래 민화는 정통회화의 조류를 모방하여 생활공간의 장식을 위해, 또는 민속적인 관습에 따라 제작된 실용화다. 조선 후기 서민층에 유행하였으며, 흔히 속화(俗畵)라 칭하기도 했다. 민화는 여염집의 병풍이나 족자, 벽에 붙이기도 했다. 대부분이 정식 그림교육을 받지 못한 무명화가나 떠돌이화가들이 그렸으며, 서민들의 일상생활양식과 관습 등을 창의성보다는 반복되어 그려져 일정한 형식화한 유형에 따라 인습적으로 계승되었다.





민화는 자식을 많이 낳고 출세를 하며 행복하게 장수하기를 바라는 소망을 담고 있듯이 단순히 이미지만을 표현하는데 그치지 않고 그 이미지 속에서 다양한 상징의 메시지가 담겨져 있다. 이러한 그림을‘길상화’라 하며 많은 이야기와 뜻을 가진 민화그림 중에서 본 전시에서는 모란꽃으로 전시를 구성한다. 모란은 꽃 중의 왕으로 부귀와 영화를 상징하며, 서민들이 바라는 많은 소망과 희망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모란은 부귀와 영화를 기원하는 뜻이 내포되어있어 혼례용 병풍으로도 많이 사용된다. 또한 생활용품인 수저, 그릇, 가구, 이불, 베개 등에도 다양한 문양의 형태로 우리의 일상 속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다.
이와 같이 남송민화연구소는 전통 문화의 맥을 잇고 전통의 의미와 상징을 되새겨보며 우리민화를 새로운 창조의 세계로 승화, 계승되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30여명의 참여 작가들의 다양한 모란작품을 자신만의 색깔로 그려내고 있다.





민화는 삶의 에너지

“처음 민화를 접한 것은 남송 한영희 선생님의 그림을 좋아하면서부터였다. 고객으로 만났지만 남송 선생님이 직접 그림을 그려보라고 권해서 입문하게 되었다. 지금 10년째 그림을 그리고 있지만, 알면 알수록 매력 있는 분야가 바로 민화다. 지금은 민화가 내 삶의 에너지다.” 박설옥 회장의 말에서 민화의 깊은 매력이 저절로 우러난다.
이에, 남송 한영희 작가는“남송민화연구소를 운영하고 있지만, 그 힘은 바로 회원들이다. 그들이 갖고 있는 열정은 실로 놀랍다. 이제는 각종 대회에 나가 수상을 하고 전시회를 열어 예술가로서의 자부심까지 생겼다.”라고 말한다.





민화에 입문한지 이제 막 1년이 된 고정순 회원은“젊어서는 아이들 키우고 가정을 돌보다보니 자신을 돌아볼 새가 없었다.”며 “1년 전 민화를 시작했는데 새로운 인생을 사는 것 같아 즐겁고 행복하다. 1년 만에 이런 미술관에 내가 직접 그린 작품을 출품하니 성취감이 있어 좋다.”라고 말한다. 입문한 동기를 살펴보면 참으로 다양하다. 남자회원인 육동희 회원은 십장생 그림을 직접 그려 자식에게 물려주고 싶은 마음에 입문했다. 인테리어업체를 운영하는 이상도 회원은“인테리어를 하다보면 벽지 및 가구 문양 등에 적용할 수 있는 민화가 도움이 된다. 밋밋할 수 있는 벽면에 직접 민화로 문양을 넣으면 포인트가 될 수도 있다.”라고 말한다.
그만큼 입문한 동기는 다양하지만, 민화라는 공통분모에 마음을 모아 새로운 삶의 에너지로 전환되는 것이다.





종이 한 장, 붓3개, 물감이면 족한 그림

간단하다. 종이 한 잔, 붓 3개, 물감이면 다다. 그리기도 쉽다. 재능이 없어도 밑그림대로 색칠만 하면 그만이다. 민화는 그만큼 접근하기 쉬운 소재이면서도 도구도 아무런 구애를 받지 않는다. 박일수(54)회원은“노후에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최고의 재미가 민화다. 혼자서도 놀 수 있는 행복한 놀이처럼 민화를 그린다.
무엇보다도 민화를 하면서 세월을 보내다 보니 작품이라는 흔적이 남아 좋다. 딸이 시집갈 때, 병풍이나 보자기에 나의 그림을 넣어 줄 것이다.”라며“민화 속에는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딸에게 줄 병풍에 모란과 한 쌍의 새를 그려 넣으면 부부 금실도 좋으며 부귀영화도 누리라는 엄마의 간절한 소망이 담겨있는 것”이라며 밝게 웃는다. 실제로 민화에 그려져 있는 다양한 그림에는 기원과 축복이 담겨있다. 화려한 색감이 돋보이는 화조도는 주로 병풍으로 만들어져 여성들이 생활하는 공간을 장식했다. 화조도 등 민화를 감상하는 재미의 하나는 그림 속 상징들까지 읽을 수 있다는 점이다.
활짝 핀 모란은 부귀영화를 상징하고, 원앙 같은 한 쌍의 새는 부부 금실을 의미한다. 버드나무에 꾀꼬리가 있으면 부부 화합, 메기가 있으면 승진, 쏘가리가 있으면 출세 등을 뜻한다. 석류나 수박·포도송이같이 씨앗이 많은 것은 다산을 기원하는 마음이 실렸다.





과거와 현대가 공존하는 행복한 민화

남송 한영희 작가는“중국 민화는 무겁고 엄숙하며 금색을 주로 사용했어요. 그에 비해 일본 민화가 디자인적이라면 한국 민화는 형태와 글자, 구도와 색을 자유자재로 표현합니다. 해학과 풍자 등 서민들의 숨김없는 마음이 그대로 드러나 있는 정직한 세상이 바로 민화입니다.”라고 말한다.
남송 선생의 그림을 접하면서 민화를 시작했다는 한정미 회원은 “민화는 오랜 세월동안 전해져 온 그림이다. 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배웠는데 민화를 통해 과거와 현대가 공존하는 행복한 그림을 꿈꾼다. 열심히 해서 후배양성에 힘쓰고 싶다.”라고 말한다.
민화는 예로부터 서민집단의 감수성을 담은 생활 밀착형 그림이었다. 대문에 붙여 액막이로 쓰이는‘문배도’, 신사임당의 그림으로 유명해진‘초충도’, 꽃과 함께 노니는 한 쌍의 새를 소재로 한‘화조도’, 신부의 예복이나 병풍에 쓰여 행복과 부귀를 염원한‘모란도’, 문방사우를 그려 넣어 서권기를 뿜어내던‘책가도’등 다양한 그림이 소박하다.
남송민화연구소에서 품어내는 회원들의 정감어린 붓 향(香)이 봄비 속에 널리 퍼진다. 그들이 벌이는 ‘민화잔치’에 행복한 이야기 속으로 빠져든다.

회원 : 한영희 작가, 박설옥 회장, 고정순, 박일수, 육동희, 이상도, 한정미, 김혜영, 배현주, 김현경, 박종연, 배종미 등 외 30명


- 남송민화연구소 043)211-1125
해당 카테고리의 다른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