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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주간지 K-공감
두 번의 심정지 기적같은 세 번째 삶 “심폐소생술이 국민 문화 될 때까지!”
'심정지 소생자 연대 ‘119리본클럽’ 김자영 씨'

다시 태어난 이들의 모임이 있다. 심정지 소생자들의 연대인 ‘119리본클럽(reborn club)’이다. 회원은 소생자·구조자·지원자 그룹으로 나뉜다. 심폐소생술(CPR)로 생명을 되찾은 이와 그의 가족, 현장에서 이들을 살린 구급대원과 도움을 준 이웃들이다. 2023년 9월 15일 발대식 이후 회원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심폐소생술의 중요성을 알리는 활동을 한다.
심정지를 경험했던 이들이 스스로를 소생자라 밝히기는 말처럼 쉽지 않다고 한다. 자신의 심장이 약하다는 걸 공개적으로 드러내야 하기 때문이다. 119리본클럽이 ‘용기 있는 자들의 모임’이라 불리는 이유다.
김자영 씨도 소생자 중 한 명이다. 2020년과 2021년 연이어 심정지를 경험했고 가족과 구급대원, 의료진의 도움으로 기적처럼 살아났다. 김 씨는 “심폐소생술과 관련한 프로그램들이 일시적 행사에 그치는 것을 보고 아쉬움을 느끼던 중 119리본클럽을 알게 됐다”면서 “심폐소생술의 중요성을 절감했던 만큼 제대로 배워 주변인들에게 이를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 씨는 10월 20일 소방청이 주최한 ‘두근두근 런(run)’ 마라톤 행사에서 본인의 경험담을 공유하며 몸소 느낀 심폐소생술의 중요성을 시민들에게 전파하기도 했다. 그는 이날 행사에서 “소방대원과 의료진이 항상 국민 모두를 위해 발 빠르게 뛰어주는 덕분에 지금 이 자리에 건강하게 서 있을 수 있다”면서 “생명의 소중함과 다른 사람의 생명을 구할 수 있음에 감사함을 느낀다”고 했다.
앞서 2023년 12월 제12차 급성심장정지조사 심포지엄에서도 소생의 경험을 발표한 김 씨는 틈틈이 유튜브 및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심폐소생술의 중요성을 알리고 있다. 119리본클럽 외에도 약 20년 전부터 어르신·노숙인 밥 봉사 및 장애인, 안보단체, 장학회 등 약 10군데에서 봉사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그는 수원의 한 법률사무소 과장이자 4남매의 엄마이기도 하다.

심정지 소생자들의 연대인 ‘119리본클럽’ 회원 김자영 씨.
그는 2020년, 2021년 연이어 심정지를 경험했고 주변의 도움으로 기적처럼 살아났다. (사진. C영상미디어)



2020년과 2021년 연이어 심정지를 경험했다고 들었다. 어떤 상황이었나?
첫 번째는 2020년 3월 12일 밤, 퇴근 후 저녁을 먹고 방으로 들어와 첫째 아들에게 안마를 부탁한 상황에서 발생했다. 첫째 아들은 심정지임을 인지하고 곧바로 심폐소생술을 실시했고 둘째 아들은 119 신고 후 도착할 때까지 상황을 전달했다. 셋째 아들은 남편에게 연락 후 형들을 도왔다. 이후 도착한 구급대원들은 전기충격과 심폐소생술을 반복하며 최선을 다했다. 병원으로 이송되는 동안에도 심정지가 재발해 총 7번의 전기충격을 줬고 병원에서는 가족들에게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말했다. 하지만 첫째 아들의 골든타임 확보와 둘째·셋째 아들의 침착한 대처, 그리고 신속한 119대원의 출동과 응급처치로 이틀 만에 중환자실에서 기적적으로 회복해 퇴원했다. 두 번째는 2021년 11월 4일, 가슴통증으로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검사를 받던 중 발생했다. 의료진의 심폐소생술 시행으로 살아났고 2022년 1월 18일 제세동기 삽입 수술을 받은 뒤 직장생활과 심폐소생술의 중요성을 알리는 활동을 병행할 수 있게 됐다.
심정지 환자에게는 골든타임이 매우 중요한데 자녀들이 대처를 상당히 잘했다.
당시 첫째는 23세, 둘째는 20세, 셋째는 16세, 막내딸은 10세였다. 첫째 아들은 관련 학과 재학 중이었고 군 의무대 생활 경험도 있어서 즉각적인 심폐소생술이 가능했다. 골든타임 4분 이내면 심정지환자의 생존율은 80% 이상이다. 나는 아이들 덕분에 골든타임까지 갈 필요도 없었다. 그래서 퇴원한 다음 날 바로 출근할 수 있었다.
겉으로는 침착했지만 현장을 본 아이들의 트라우마도 컸을 것 같은데.
심폐소생술을 해준 큰아들은 내가 갈비뼈가 아프다는 말만 해도 본인 때문에 그런 줄 안다. 그때 너무 세게 눌러서 그런 거 아니냐며 자책한다. 소생자 가족과 소방 관계자들을 위한 심리치료가 필요하다.
국민들이 심폐소생술에 대해 가장 많이 잘못 알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각종 미디어를 통해 심폐소생술의 중요성이 점점 더 알려지고 있지만 여전히 실제상황에서 이를 대처하는 데는 어려움과 두려움을 느끼는 이들이 많다. 크게 세 가지다. 우선 ‘심폐소생술은 전문가만 해야 한다’는 거다. 일반인이라도 교육받은 내용을 바탕으로 충분히 시행할 수 있다. 또한 심정지 환자 목격 시 119에 신고하면 심폐소생술 방법을 유선이나 화상통화로 알려주니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둘째는 ‘갈비뼈가 부러질 수도 있으니 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갈비뼈 손상은 발생할 수 있지만 생명을 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아이에게는 심폐소생술을 시행하면 안된다’는 거다. 연령별로 심폐소생술 방법이 다르다고 알고 있다. 가정에 어린아이가 있다면 연령병 심폐소생술 방법을 꼭 숙지했으면 좋겠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더 위험하다’는 말이 맞다.

10월 20일 소방청이 주최한 ‘두근두근 런’ 마라톤 행사에서 한 시민이 심정지 소생자 김자영 씨를 꼭 안아주고 있다. (사진제공. 김자영)



심폐소생술 교육을 가장 효과적으로 받을 수 있는 방법은?
전국 13개 지역에 위치한 소방안전체험관을 추천한다. 소방관들에게 직접 심폐소생술을 배우는 것은 물론 실습 중심의 체험 프로그램도 진행하기 때문에 이론과 실무를 동시에 익힐 수 있다. 가족 단위로 주말 나들이를 겸해 방문하거나 연인들의 특별한 데이트 코스로 활용해도 좋을 것 같다.
심폐소생술의 중요성을 좀 더 널리 알리기 위해 필요한 정부 지원이 있다면?
지금도 정부는 다양한 정책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기는 하다. 내가 학창시절에는 심폐소생술 교육이 제한적이었지만 요즘은 어린이집부터 고등학교까지 기본 기술을 배우는 환경이 됐다. 소방청은 심정지 생존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생명의 소중함을 알리는 활동과 ‘두근두근 런’과 같은 대국민 참여형 캠페인을 통해 심폐소생술을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게 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초·중·고등학교와 기업 및 공공기관 등에서 심폐소생술 교육을 의무 및 필수교육으로 지정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대학교 입학 시 심폐소생술 교육 이수를 체크하는 부분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봤다.
앞으로 119리본클럽 내에서의 활동 계획은?
심폐소생술은 단순히 배우고 끝나는 기술이 아니라 문화로 자리 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소방청에서는 심정지 소생자를 대상으로 심폐소생술 교육 강사 과정을 기획하고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학교나 기업체 등에서 심폐소생술 관련 교육 강의를 해보고 싶다. 더 많은 사람들이 살아 있는 순간순간을 나눌수록 심폐소생술이 생명을 살리는 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 같다.
4남매를 키우는 워킹맘에다 10가지 봉사활동을 하며 공익활동까지 병행하기 쉽지 않겠다.
그래서 복을 받은 것 같다. 이렇게 두 번이나 다시 살아났으니(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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