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외국어고등학교가 변하고 있다.
사실 그동안 청주외고는 다른 지역의 특수목적고(특목고)와 달리 일반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리드하기 어려운 학생, 4~5등급 학생들이 입학하는 고등학교로 인식되었다. 3~4년 전 만해도 신입생 모집에서 미달이 될 정도로 청주와 충북의 우수인재들로부터 외면을 피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수업이 질적으로 향상되고 교내 활동이 다양화되면서 우수한 학생들의 입학이 늘고 있다. 학교의 변화가 악순환이 아닌, 이른바 선순환으로 돌아서고 있는 것이다. 현재 청주외고는 학생과 학부모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서로 입학하려고 노력하는 학교로 거듭나고 있다.
그 변화의 중심에 바로 김경배 교장이 있다. 부임한지 3년째를 맞는 김 교장은 무려 38년의 교직경력을 지니고 있는 교육의 산 증인이기도 하다. 지금부터 청주외고의 달라진 모습을 살펴본다.
즐거운 수업은 행복한 학교의 완성
학교의 경쟁력과 우수성을 어찌 대학입학률 하나로만 판단하겠냐마는 고등학교에서 ‘대입 성적표’는 사실상 빼놓을 수 없는 ‘업적’이기도 하다. 이런 면에서 청주외고는 괄목할만한 성장을 거두고 있다.
청주외고는 2013년도에는 54명을 수도권대학에 합격시켰으나, 2014년도에는 83명을 합격시키고, 2015년도에는 95명을 연대, 고대, 서강대, 성균관대, 한양대, 중앙대, 경희대, 이화여대, 한국외대 등 수도권 대학에 합격시키는 쾌거를 거두었다. 또한 한국교원대, 공군사관학교, 충북대, 공주대 등 지방 국립대학에 36명, 뉴욕주립대를 비롯한 해외 대학에도 10명이나 진학하여 명실상부한 명문고로 거듭나고 있다.
김경배 교장은 “교사들과 힘을 합쳐 진로·진학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학생들을 위한 활동을 펼쳐 나가고 있습니다. 그런 노력들이 대입결과로도 나타났고 외부로도 알려지는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청주외고가 현재 진로·진학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가장 집중하고 있는 것은 학교생활에 있어서 가장 기본이 되는 수업에 있다.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수업에 집중하고 스스로 공부할 수 있도록 동기부여를 해주며 학업에 재미를 느끼게 할 수 있을까?’를 청주외고 교사들은 매일, 매시간 고민한다. 김경배 교장은 “교사들이 학생들을 잘 가르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하고 있습니다. 지식을 전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인성과 자발성이 살아날 수 있도록 지도하는데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이죠.”라고 강조했다.
‘즐거운 수업! 행복한 학교의 완성입니다’라는 문구에서도 알 수 있듯이 수업이야말로 학교생활에서 기본이자 완성이라는 말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김 교장은 “보충수업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매 시간 수업에 집중하고 그 시간을 즐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청주외고 교사들은 스스로 동아리를 조직해 수업을 모니터하고 서로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매월 1회씩 외부강사를 초청해 교사를 대상으로 특강을 열기도 한다. 또한 1학기에 1회 이상 모든 교사가 공개수업을 반드시 실시, 스스로 평가하고 분석하며 개선하는 기회를 갖고 있다. 김 교장은 “공개수업을 비디오로 촬영해 분석하고 교사들끼리 서로 피드백 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며 “교사가 바뀌고 분위기가 바뀌면 학생들도 변하고 발전한다.”고 말했다.
학생 참여로 변화를 주도하다
청주외고의 또 다른 특징은 학생들의 다양한 활동에 있다. 글로벌 봉사단, 전공학습 멘토링, 외국어토론반, 라틴댄스반, 외국어 통번역, 학생기자단 등 창의적 체험활동 및 자율동아리 113개를 500여명의 학생들이 스스로 운영하고 있다. 축제, 체육대회, 자치법정, 모의 UN대회 등 학교의 모든 행사를 학생들이 직접 기획하고 주관하고 있는 것. 특히 모의 UN대회는 외고 학생으로서 면모를 과시할 수 있는 대회인데 이때 학생들은 각국의 대사 역할을 맡아 토론하고 협상하며 결의안까지 작성해서 발표하는 시간을 갖는다. ‘한가람제’로 불리는 축제에서 7개과 학생들은 그동안 배운 언어와 문화를 바탕으로 자신이 속해있는 언어의 문화를 알리고 공유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
이 모든 것이 비교과 영역에서 대학에 어필할 수 있는 활동이 되는 셈이다. 지난해 청주외고 학생들의 수시합격률은 80%에 달했다.
김 교장은 “청주외고가 변화된 것은 많은 학부모들과 교사들의 노력도 있었겠지만 학생들이 직접 참여하고 활동했기 때문”이라며 “학생 중심의 활동과 변화가 외고의 변화를 이끈 것 같다”고 전했다.
한편 올해 청주외고가 준비하고 있는 프로그램은 △학과별 테마 체험형 수학여행 △호주 자매결연 학교와의 해외교류 학습 △전공어별 자격증 취득 △프랑스, 러시아를 중심으로 각종 국제 교류사업 확대 등을 계획하고 있다.
소통(疏通)하다
3년 전 부임한 김경배 교장은 소통에 가장 중점을 두고 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소통과 화합이 제일이다’의 줄임말, ‘소화제’를 공식 건배사로 할 정도로 교사와 교사, 또 학생과 교사의 활발한 소통이야말로 학교를 변화시키고 발전시킬 수 있는 핵심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인지 청주외고 학생들은 수시로 교무실을 찾아와 교사와 상담하고 소통한다. 교장실도 개방해 학생들과 거리낌 없이 식사를 하고 있다. 특히 학생과 교사, 학부모가 함께 상당산성을 등반하고 함께 식사하는 시간을 정기적으로 갖고 있다.
김 교장은 “변화와 함께 소통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교사들의 기를 살리고 소통하기 위해 함께 식사도 하고 대화하는 시간을 많이 가졌습니다. 그러면서 하나씩 하나씩 변화하기 시작했죠.”라고 말했다.
김 교장은 올해로 교직생활 38년을 맞는다. 또 내년 2월 정년퇴직을 앞두고 있다. 교사로서 21년간 아이들과 함께했고 장학사, 장학관, 교장, 교감으로 17년을 지냈다.
요즘 세상에 한 직종을 40년 가까이 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천직’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다시 태어나도 또 선생을 하고 싶다’고 말하는 김경배 교장. 그는 학생들에게 노력도 중요하지만 일과 공부를 즐길 줄 아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천재는 노력하는 자를 이길 수 없으며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는 말처럼 스스로 주도하고 즐기면서 사는 삶이야말로 진정 행복한 삶이라는 얘기다. 진정 행복한 삶을 산 김 교장의 눈빛이 더할 나위 없이 따스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