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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은 글씨는 이제 “가라~” - 글씨에 마음을 담는 ‘글담 캘리그라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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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유명한 판화 예술가가 있었다. 그는 몇 날 며칠 동안 혼신의 힘을 다해 판화작업을 한다. 힘들게 작업한 판화원판은 드디어 완성되었고 예술가는 희열을 맛본다. 하지만 예술가는 단 몇 장만을 찍어내고 곧바로 원판을 뽀개 버린다. 어이없다 하겠지만 이로써 판화작품은 세상에서 그 가치를 인정받게 된다.
그렇다. 예술성과 작품성은 어쩌면 희소성에 기반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무한복제와 재생산이 가능한 세상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나만의 작품, 정성이 깃들고 개성이 넘치는 작품은 그 어떤 것보다 소중하다. 조금은 미흡하고 서툴지만 DIY(do it yourself) 작품에 도전하는 이들이 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글씨도 그렇다. 한글워드프로세서에서 찍히는 글씨, 똑같이 정형화된 글씨는 이제 싫다. 내 마음과 생각, 정성이 들어간 글씨를 쓰고 싶어 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요즘 캘리그라피가 많은 사람들에게 주목 받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청주고인쇄박물관 부근에서 ‘글담 캘리그라피’를 운영하고 있는 여인호 씨는 사람들의 개성이 다른 것처럼 같은 단어라도 쓰는 사람에 따라 글씨의 표정이 달라진다고 말한다.








여인호 씨는 한마디로 “캘리그라피란? 글씨를 통해 나만의 개성과 감성을 아름답게 표현하는 예술”이라고 말한다.









“캘리는 내 인생의 동반자”


여인호 씨는 초등학교 때부터 서예에 관심이 있어 학창시절 서예반 활동을 했었다. 차분하게 앉아 정성을 들이고 집중해서 글씨를 쓰다보면 복잡했던 생각도 어느새 정리되고 마음이 편안해진다.








여인호 씨는 취미생활로 서예를 해오다가 2013년 캘리그라피를 알게 된 후 그 매력에 푹 빠져버렸다. 전통서예가 이미 정형화된 예전의 글씨체를 똑같이 흉내 내는데 치중하여 다소 단조로운 공부인 반면, 캘리그라피는 글씨체에 쓰는 사람의 감성과 생각을 담아 멋스럽고 아름답게 표현하는데 중점을 두기 때문에 지루하지 않고 신선한 글쓰기여서 쓸수록 그 매력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여인호 씨는 그렇게 2013년 캘리그라피에 입문한 이후 한국캘리그라피연구소에서 초·중·고급반을 마치고 전문작가반을 수료했으며 지난 2015년 대한민국서예전람회 캘리그라피부문 입선, 2016년 제 19회 대한민국한글서예대전 캘리그라피부문 특선, 제 1회 장애인식개선 캘리그라피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여인호 씨는 “캘리그라피는 펜이나 붓, 또는 그 외의 여러 필기도구와 종이나 헝겊 등의 용지의 재질에 따라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고 각종 생활 소품이나 장식품 등에 응용할 수 있어 그 표현방법이나 활용도가 무궁무진하다”며 “단순히 글씨를 쓰는 작업이 아니라 글씨에 쓰는 사람의 감성과 마음을 담아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예술 작품을 창조하는 작업”이라고 강조했다.









캘리그라피 배울 수 있는 ‘글담’ 열어


그래서 지난 3월 여인호 씨는 캘리그라피 공방 ‘글담’을 열었다. 좀 더 캘리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개인작업실이자 캘리를 배우려는 수강생들을 위한 공간, 글담을 열고 캘리에 입문하려는 이들과 함께 하고 있다.
‘글담’은 20여 평 남짓, 작은 공간이지만 캘리에 집중하는데 충분한 곳이다. 캘리에 대한 그의 열정이 소문 나 현재 수강생도 여럿 있다. 현재 ‘글담’에서는 월, 수, 금요일에 캘리그라피 수강반을 운영하고 있다. 여인호 씨는 “캘리그라피를 좋아하고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언제라도 ‘글담’에 초대하고 싶다”고 활짝 웃었다.
여인호 씨는 ‘글담’ 이란 이름이 ‘글씨에 감성을 담다’를 줄인 말이기도 하지만 ‘글씨로 사람사이의 담을 없애다’는 의미도 함께 담겨 있다고 한다. 감성을 담은 글씨로 사람과 사람 사이의 보이지 않는 담을 없애고 서로 소통하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바램을 담았다고 한다.








아날로그 감성 자극하는 캘리 수요 늘어


캘리그라피(Calligraphy)는 우리나라에 2000년대에 들어와서 영화포스터나 제품포장, 책 표지 등 상품과 접목되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특히 컴퓨터 키보드에 익숙한 디지털 시대에 캘리그라피는 아날로그 감성을 자극하는 손글씨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감성모드가 필요한 시점에서 캘리그라피가 이 부분을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인호 씨는 “사실 캘리그라피라는 용어가 다소 생소할 뿐, 이미 오래전부터 사람들이 추구해왔던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다이어리에 글씨를 예쁘게 적는 것, 엽서나 손편지를 정성스럽게 쓰고 꾸미는 것들도 일종의 캘리그라피라고 볼 수 있다. 누구나 글씨를 예쁘고 멋나게 쓰고 싶은 욕심이 있다”고 전했다. 그래서 캘리그라피는 요즘 배우고자 하는 수요가 늘고 있다. 캘리그라피 전문회사에 소속되어 근무하기도 하지만 자신의 역량에 따라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여인호 씨는 “캘리그라피의 인식이 확산되면서 취미로 배우려는 사람이 증가하고 있고, 광고, 편집, 포장디자인 등 디자인 업체에 근무하는 디자이너들도 캘리그라피를 많이 배우고 활용하고 있어 더욱 보편화될 것으로 전망 된다”고 강조했다.








최근에는 신문이나 잡지, 영상광고, 영화·드라마 타이틀, 북커버, 간판, 상품명, 기업CI/BI, 엽서 등에 넓게 활용되고 있고 생활용품에도 널리 응용되고 있다.
쉽고 편하고 빠른 디지털 시대가 가속화 될수록 한글자 한글자 정성을 담아 쓴 예쁜 손편지가 사람의 마음을 감동시키듯이 캘리그라피는 사람들의 아날로그 감성을 채워주는 예술의 한분야로 당당히 자리매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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