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어린 시절 동네는 골목이 많았다. 집들과 집들이 나란히 담장을 두고 있어 그 사이에 자연스레 생겨난 좁은 골목들 사이에서 어린 우리들은 술래잡기를 하고 자치기를 하고, 시멘트 바닥이 아닌 흙속에서 나온 땅강아지와 개미들을 관찰하며 놀다보면 어느새 어둑어둑 저녁놀이 진다. 그 무렵이면 좁은 골목에서 집집마다 밥 짓는 냄새가 풍겨 나온다. 나의 엄마는 골목을 따라 나와 “00아! 밥 먹어야지~~”부르시고, 00는 형이 부르러 오고, 00는 동생이 “엄마가 밥 먹으러 들어오래”부르고 나면 같이 놀던 동네 친구들은 어느새 각자의 집으로 밥을 먹으러 가고 골목길은 텅 빈 모습이 되어버린다. 붉으스름해지는 저녁놀과 밥 냄새가 풍기면 어린 우리들은 밖에서 아무리 즐거운 놀이에 빠져있다가도 집에 돌아 가야하는 시간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어린 시절 기억하고 있는 즐거운 나의 집, 따뜻한 밥 냄새가 있어 돌아 가야하는 나의 집 밥의 풍경이다. 집밥 이라는 것은 이렇듯 나가 있던 식구들을 한자리에 모이게 하는 의미이며 함께 한솥밥을 먹는다는 것이 가족이라는 것을 일깨워주는 큰 의미 중 하나였다. 하지만 요즘처럼 바쁜 현대인의 생활 속에서는 한솥밥을 먹는 식구의 행위가 힘들고 ‘혼밥(혼자 밥먹는 행위)’이 유행이라고 하니 씁쓸할 뿐이다.
나의 생일을 맞아 오래된 친구가 정성스럽게 준비된 따뜻한 집밥을 먹여주고 싶다며 데려간 곳은 분평동에 위치한 ‘즐거운 나의 집 돌솥밥’이었다.
돌솥밥은 극진한 마음을 담아 소중한 사람에게 대접하기 위해 지어내는 밥으로, 돌솥에 쌀을 안치고 밤, 은행, 잣, 표고버섯, 콩, 채소 등을 얹은 다음 불을 지펴 즉석에서 지어낸 밥이다. 갓 지어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데다 뜨거운 밥을 그 자리에서 바로 먹을 수 있어 예전부터 귀한 손님을 대접할 때 주로 지어 냈으며, 집안의 어른에게 별미를 차려 드릴 때도 따로 지어 올렸을 정도로 특별한 밥 이었다.
이곳은 돌솥밥과 16가지의 반찬이 한상 차림에 1만1천원으로 메뉴판도 없고, 식사할 인원이 몇 명인지만 말하면 된다.
자리를 잡고 앉아있으면 큰 수레에 상을 올려 와서 손님상에 그 상을 옮겨 놓는다. 수레에서 상을 끌어와서 이미 잘 차려진 한상을 그대로 옮겨 놓는 장면은 정말 신기하고 기발한 아이디어라는 생각이 든다.
돌솥밥을 먹을 때는 밥을 덜어내고 잘 지어낸 밥을 김에 싸서 간장양념에 싸서 먹으면 그 맛이 기가 막히다. 밥을 덜어낸 돌솥에 물을 부어 두면 밥을 다 먹고 날 때 즈음 돌솥에 남은 열에 의해 눌은밥과 물이 만나 뜨끈한 숭늉이 만들어진다. 알맞게 불은 누룽지에 김치를 올려 먹는 것으로 마무리하고 나니 제대로 한솥밥을 먹었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건물에 함께 있는 주차장도 이용가능해서 편리하다. 짬뽕 한 그릇도 7천원인 요즘 1만1천원으로 정성스런 돌솥밥 한상 차림을 받을 수 있는 즐거운 곳이다. 어린 시절 골목에서 풍기던 엄마의 밥 냄새가 그리워지는 날이면 ‘즐거운 나의 집 돌솥밥’을 방문 해 보는 것은 어떨까?
-즐거운 나의 집 돌솥밥/287-95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