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 음식이 맛있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그만큼 반찬도 다양하지만, 하나같이 입맛에 맞는다. 전라도 말 중 ‘게미가 있다.’는 말이 있다. ‘게미’란 말은 ‘씹을수록 고소한 맛, 그 음식에 녹아 있는 독특한 맛’을 뜻하는 전라도 사투리다. 예로부터 전라도는 넓은 평야에 거대한 산과 바다가 있어 물산이 풍부해 식재료가 다양한 것이 특징. 이를 기반으로 양반층을 중심으로 격식 있고 풍성한 반상차림을 특징으로 하는 남도 한정식이 대표적인 메뉴다. 그 중에서도 전주는 ‘식재전주(食在全州)’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음식의 고장으로 알려졌다. 전주 한정식은 더운 기후로 젓갈이 발달하여 음식 맛이 진하고 풍부한 재료로 인해 음식 종류가 다양한 특성을 지니게 되었다.
초정의 들판 가운데 멀찍이 홀로 자리 잡은 식당 하나가 바로 ‘전주밥상’이다. ‘전주’라는 이름이 주는 ‘유혹’은 이내 ‘신뢰’로 바뀐다. 들어가는 입구에는 온갖 화초와 식물들이 손님을 반겨 여름을 시원하게 만든다. 너른 들판가운데 위치한 전주밥상은 화분에 심겨진 다양한 화초를 통해 숲의 기운을 불러들인다. 숲의 바람도 잠시 머물다 갈 것만 같다.
오전 일과를 마치면 늘 마주하는 흔한 점심이지만, 제대로 된 음식을 먹고 싶다면 이곳 전주밥상 정도의 메뉴라면 좋은 선택이다. 열 가지 반찬 어느 하나 맛이 빠지지 않고 수준이 높다. 대표메뉴인 전주밥상을 시키자, 이내 푸짐한 반찬과 밥이 올라온다. 중앙에 위치한 된장찌개, 상추, 고사리, 버섯전, 콩나물 무침, 호박구이, 취나물, 상큼한 겉절이가 풍성하다. 여기에 마치 잘 익어 부풀어 오른 빵처럼 넘칠 듯 푸짐한 계란탕은 인상적이다. 기름기 졸졸 흐르는 하얀 쌀밥에 먼저 된장찌개를 알맞게 넣고 10가지 반찬을 섞으면 특유의 비빔밥이 된다. 여기다 다시 참기름과 고추장을 첨가해 비벼먹으면 한낮의 더위가 저만큼 물러간다. 그 정도로 조금 아쉬운 생각이 든다면(3~4명이 동반했을 경우), 오징어볶음이나, 제육볶음을 추가하면 풍성한 점심으로 손색없다.
“초정 파쓰리(Par-3)골프장에서 가볍게 라운딩을 하고, 초정약수탕에서 몸을 씻어낸 후 이곳 전주밥상에서 마무리 하면 제격이다.”
옆 좌석의 손님들이 웃으며 하는 말이다. 정년퇴직한 노년의 모임인 것 같았지만, 저마다 건강한 기운이 전해진다.
“평생 가족과 나라를 위해 봉사했으니, 이정도의 호사는 사치가 아니지.”
주름진 이마의 땀을 씻으며 창밖의 여름 들판을 바라보는 그들의 눈길이 따뜻하다. 한 끼 6천5백원의 점심을 ‘호사’라고 칭하니, 검소했던 그들의 삶이 그대로 드러낸다. 맛있는 점심을 먹고 나니, 부러울 것이 없었나보다. 그만큼 삶에서 먹거리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전주밥상의 메뉴는 대중적이다.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메뉴만을 골라서 선택했다는 인상이다. 전주밥상은 6천5백원, 오징어볶음정식 8천원, 제육볶음정식 8천원, 불고기정식 9천원, 돈가스 5천원, 치즈돈가스 6천원이다. 추가메뉴로 오징어볶음 한 접시에 1만2천원, 제육볶음 1만2천원, 불고기 1만5천원이다. 사이드 메뉴로 고기만두 4천원, 김치만두 4천원이다.
-전주밥상 / ☏043)213-2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