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교과서와 함께 하는 청주 여행
초등학교 3학년에 처음 접하게 되는 사회과목. 광범위한 지식과 체험학습을 요구하는 사회과목에 아이들은 어려움을 느끼기 쉽다. 문화, 지리, 경제 등 그야말로 각 분야의 전반적인 지식을 배우는 사회는 학생들에게 ‘외울 것이 많은 지겨운 과목’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특히 5학년에 들어서 본격적으로 접하게 되는 한국사는 그 방대한 양으로 인해 아이들은 지겨움을 넘어 당혹감마저 느낀다.
하지만 외우기보다는 직접 보고 이해한다는 생각으로 사회과목에 접근해 보자. 무엇보다 ‘내가 살고 있는 고장, 청주’를 중심으로 우리나라 사회와 문화, 역사를 이해한다면 한결 사회과목이 수월해질 것이다.
청주교차로NZINE에서는 초등학교 사회 교과서에 나오는 청주지역 문화재를 중심으로 교과서 여행을 떠나보고자 한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의 역사와 문화재만 알아도 사회가 훨씬 재밌어지는 기쁨을 누릴 것이다.<편집자 주>
“떠나자! 공부 저절로 되는 사회교과서 여행”
청주지역에 거주하는 초등학교 3학년 학생들에게 배부되는 ‘우리고장 청주’는 우리고장의 특색을 살려 구성한 사회과 탐구 자료로 여러 가지 자료를 많이 수집하고 그 내용을 깊이 생각하며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취지로 만들어졌다.
‘우리고장 청주’에 나와 있는 문화재 및 유적지는 크게 세 가지 주제로 나뉜다. 첫째, 우리고장의 유적 및 문화시설 둘째, 전설로 알아보는 우리고장, 셋째 유명한 인물로 알아보는 우리고장 등이다.
우선 유적 및 문화시설에는 △흥덕사지 △신봉동 백제고분군 △용두사지철당간 △용화사 △청주향교 △정북동토성 △국립청주박물관 △상당산성 △신전동 고가 등이 있다. 전설이 있는 유적지는 △명암약수 △압각수 △부모산이 있고 유명한 인물이 있는 곳은 △상당공원 △중앙공원 등이다.
본지에서는 인접해 있는 곳을 하나의 코스로 묶어 두 가지 코스, 모두 7곳을 소개하고자 한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우리고장의 역사와 문화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기회, 지금부터 함께 가보자!
제1코스 - 충북 도청을 중심으로 좌우로 펼쳐져 있는 문화재를 찾아서
제1코스로 잡은 노선은 충청북도 도청을 중심으로 좌우에 위치해 있는 상당공원, 청주향교, 용두사지철당간, 중앙공원이다. 이곳에서는 항일 독립운동가들의 동상과 기념비, 옛날학교, 국보급 유물을 만나볼 수 있다.
상당공원에서부터 시작하는 제1코스는 약 1.3㎞를 걷는 길로 시간은 약 4~5시간 정도 소요된다. 1.3㎞라고는 하지만 향교에서는 계단 등이 있어 실제 걸어야하는 시간은 더 길다. 저학년 아이들과 함께하는 여행이라면 중간 중간 쉬어가는 것이 좋다.
상당공원의 한봉수 의병장 동상
우선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상당공원이다. 상당공원은 버스정류장 지하상가에서 하차하면 정면으로 보이는 공원으로 이곳에는 평민 의병장 한봉수 동상을 볼 수 있다.
청원군 북일면 세교리에서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한봉수는 3·1운동 때 청주 만세운동을 주도한 독립운동가로 1907년 일본의 군대해산으로 의병에 나서 전투에서 큰 승리를 거두었다. 당시 ‘번개대장’으로 불리웠으며 1972년 노환으로 별세했다.
조선시대 대표적인 교육기관 청주향교
다음 장소는 청주향교. 상당공원 공용화장실 뒷길로 약 150여 미터 가다보면 중앙초등학교 정문이 보이는데 향교는 중앙초 정문과 가람한정식 사이 골목길로 약 400여 미터를 가다보면 길이 끝나는 곳에 자리하고 있다.
향교는 조선시대 유교이념과 문화를 교육하던 대표적인 기관으로 옛날 국립학교다. 세종 26년(1444)에 눈병을 앓던 왕이 병을 치료하고자 초정에 행차하면서 청주향교에 책을 하사하기도 했다.
향교 안에는 대성전이라고 불리는 문묘와 교육장인 명륜당 강당이 있다. 명륜당 내부는 전통교육과 체험을 할 수 있도록 정비돼 있다. 조성희 문화해설사는 “청주향교를 통해 조선시대 유교문화와 교육관을 알 수 있다”며 “아이와 함께 청주의 문화재를 직접 보면서 얘기하다보면 조선시대 공부가 저절로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당공원과 향교를 다니는 동안 만일 식사시간을 놓쳤다면 향교 느티나무 아래에서 아이와 함께 준비해온 간단한 음식을 먹는 것도 좋은 추억거리다.
국보 제 41호 용두사지철당간
향교를 나와 충북도청 앞에서 길을 건너 성안길 중심가로 약 200미터 가량 걷다보면 국보 제 41호인 용두사지철당간(이하 철당간)을 볼 수 있다. 롯데영프라자 뒤편에 자리하고 있는 철당간은 화려한 상가 한가운데 자리하고 있어 다소 쌩뚱맞은 느낌도 들지만 천년의 세월을 버텨온 위용을 느낄 수 있다.
고려 광종 13년(962)에 세워진 용두사지철당간은 절에 행사가 있을 때 깃발을 다는 깃대다. 당간은 주로 절 입구에 세움으로써 행사를 알리는 역할을 했는데 현재 용두사는 없고 깃대만 남아있는 상태다. 이애련 문화해설사는 “철당간을 통해 고려시대의 문화와 역사를 유추해볼 수 있다”며 “용두사지철당간 하나만으로도 고려시대에 불교가 융성했고 그 당시 청주에 쇠가 흔했으며 김 씨 세력이 강했다는 점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각종 기념비가 있는 중앙공원
1코스의 마지막 장소는 철당간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있는 중앙공원이다. 이곳에는 압각수, 척화비, 충청도병마절도사영문, 조헌전장기적비, 서원향약비, 망선루 등의 기념비가 있다. 하지만 관리가 허술해 자세히 살펴보지 않으면 그 내용을 알아보기 어려워 아쉬움이 남는다.
제2코스 - 옛 청주의 위상을 찾아서
제2코스로 잡은 노선은 예전 청주지역의 위상을 느낄 수 있는 용화사, 청주고인쇄박물관, 청주백제유물전시관이다. 전체 거리는 약 3㎞로 소요시간은 4시간가량 예상된다. 세 곳은 신봉동과 운천동 등지에 인접해 있으나 버스정류장이 멀고 버스가 많지 않아 택시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기본요금이면 충분한 거리다.
고려시대 유물이 발견된 용화사
우선 첫 번째 장소, 용화사는 시내버스 30-1번을 타고 사직1동 주민센터에서 하차한 후 무심천 도로로 10여분 정도 걷다보면 보인다.
조선 말기에 지어진 용화사는 신라시대에 있었던 사뇌사가 있던 터로 고려시대 금속유물이 무더기로 발견돼 그 가치가 높다. 특히 용화보전에 있는 불상의 나한상은 1000년의 역사를 자랑하고 있다.
청주고인쇄박물관
용화사를 관람한 후 예술의 전당 방면으로 약 20여 분정도 걷다보면 그 유명한 청주고인쇄박물관을 만날 수 있다.
고인쇄박물관에는 각 시대별로 인쇄문화의 발달과정을 전시해 놓고 있으며 ‘직지’가 만들어진 흥덕사도 볼 수 있다. 특히 박물관에서는 ‘교과서 속 직지체험’을 운영, 책은 언제부터, 왜 만들었고, 무엇으로, 어떻게 만들었는지 배울 수 있다.
또한 고인쇄박물관 인근에 금속활자 주조전시관과 근·현대 인쇄전시관이 건립, 인쇄문화의 전반적인 지식과 인쇄와 관련된 체험도 할 수 있다. 이승철 학예연구사는 “하루를 정해서 고인쇄박물관, 금속활자주조전시관, 근·현대 인쇄전시관 세 곳을 모두 관람하고 체험까지 한다면 아이에게 인쇄문화의 전반적인 지식을 제공해줄 수 있다”며 “초등학생 아이들에게 추천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청주백제유물전시관
청주고인쇄박물관에서 청주백제유물전시관까지는 아이와 함께 걷기에 무리가 있다. 30-2번 시내버스를 이용해야 하는데 정류장까지 가는 데에만 약 800미터 이상 걸어야 하므로 택시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청주백제유물전시관은 청주가 백제시대 때 전쟁의 요충지였음을 알 수 있게 해준다. 또한 하나의 거대한 무덤을 연상케 한다. 무덤의 다양한 형태를 볼 수 있고 백제시대 전쟁에서 사용했던 무기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김민식 학예연구사는 “신봉동, 송절동 인근에서 대규모 백제 무덤군이 발굴됐다”며 “무덤군에서 철제로 된 각종 유물이 출토된 것을 통해 청주가 우수한 철기문화의 중심에 있었고 백제시대 때 전쟁을 하기 위한 기지역할을 했음을 알 수 있다”고 전했다.
하루에 한 코스씩, 이틀 동안 7곳을 아이와 함께 다녀보면 어느새 신라, 백제 고려를 이어 조선시대를 훑어 본 기분을 느낄 것이다. 어렵게만 느껴지는 사회과목. 우리고장에 있는 문화재 및 유적을 중심으로 문화, 역사, 특징을 알아가다 보면 분명히 우리나라를 넘어, 세계를 공부하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