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두부를 맛있게 만드는 집이 있어요. 콩국수 한 그릇 드시고 가세요.”
멀리서 온 손님을 그냥 보낼 수 없다며 작가선생님이 안내한 집이 바로 대동식당이었다. 옥산에서 금왕읍으로 가는 신(新)도로를 타고 약 10여분 달리면, 들판 한가운데 한가하게 위치한 집이 대동식당이다.
비가 억수처럼 내리던 날, 4명의 일행은 대동식당에 들어섰다. 저녁으로는 이른 시간이었고, 거세게 내린 장맛비 탓인지 식당 내부는 한가했다. 맛있는 집이라고 했지만, 손님이 없으니 어쩐지 살짝 실망감이 들었다. 하지만 그 염려는 모두부 한 조각을 먹는 순간, 비에 씻은 듯 사라졌다.
‘과연, 두부가 이렇게 향기롭고 고소할 수 있을까?’
나만의 생각이 아니었다. 손님으로 온 3명의 객들 모두 공통된 생각이었다. 모두들 즉석에서 포장주문을 했을 정도였으니까. 연두부와 두부의 경계선에서 절묘하게 나온 맛이었다. 부드러우면서도 지나치게 연하지 않고, 고소함을 넘어 달콤한 느낌마저도 든다.
‘나물죽도 오래 먹으니 맛이 없는데, 두부가 새로운 맛을 돋우어 주어 늙은 몸이 양생하기 더없이 좋다.’
고려 말기의 성리학자 이색의 목은집(牧隱集) ‘대사구두부내향(大舍求豆腐來餉)’이라는 제목의 시(詩)에 나오는 구절이다. 두부는 중국 한(漢)나라의 회남왕(淮南王) 유안(劉安)이 발명한 것이 시초라고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 두부가 전래된 시기는 분명하지 않지만, 한국 문헌에 처음 보이는 때가 고려 말기다. 그 기원은 중국임이 확실하므로 가장 교류가 많던 고려 말기에 원(元)으로부터 전래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처음 목표로 삼았던 콩국수는 진하면서도 구수했다. 거뭇한 색감은 서리태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서리태는 껍질은 검은색이고 속은 파란색의 검은콩으로 10월경에 서리를 맞은 후에 수확한다. 서리태는 단백질과 식물성 지방질이 매우 풍부하고, 신체의 각종 대사에 반드시 필요한 비타민 B군, 특히 B1· B2와 나이아신 성분이 풍부하다. 또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유사한 작용을 하는 아이소플라본이라는 콩 단백질도 많이 함유되어 있다고 알려져 있다.
비오는 날, 먹는 콩국수는 맛은 시원하면서도 감칠맛이 그만이다. 진한 콩 국물에 국수를 말아 얼음을 동동 띄우고 깨와 소금을 쳐서 먹으니 빙수나 아이스크림이 아쉽지 않은 훌륭한 여름 별미가 된다. 걸쭉한 콩 국물이 면발에 섞이니 쫄깃한 식감이 생생하게 살아났다. 주인에게 물어보지는 못했지만, 콩을 맷돌에 막 갈아낸 신선한 맛이었다. 콩국수는 심신이 지친 여행객들에게 입맛을 돋워 줄 뿐 아니라 활력을 주는 보양식이었다.
현대인의 식생활이 변하면서 육류나 지방을 지나치게 섭취해 여러 가지 성인병의 원인이 되고 있음은 누구나 잘 알고 있다. 식물성 단백질인 콩이나 콩으로 만든 두부, 콩나물, 된장 등은 현대인의 건강식품 중 으뜸이 아닐까.
대동식당의 메뉴는 철저하게 두부 위주의 식단으로 꾸며져 있다. 두부버섯전골 (대)3만5천원, (중)2만5천원이다. 두부김치전골은 (대)3만3천원, (중)2만3천원이다. 수육+옛날순두부과 수육+청국장, 수육+콩국수는 1만원이다. 비지장 7천원, 순두부 뚝배기 6천원이다. 모두부도 좋은데 1만원이다.
-대동식당 / 043)878-0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