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술을 동그랗게 말아 공기를 내뱉으며, 휘파람을 불듯이 연주하면 맑은 음색이 난다. 바람이 내는 소리와 비슷해, 눈을 감고 들으면 어느새 드넓은 들판으로 데려가 마음이 편안해진다. 휘파람과 비슷하지만 날카롭지 않고 자연에서 불어오는 부드러운 바람소리와 닮은 음색을 가진 악기, ‘오카리나’ 이야기다. 바람을 닮은 악기 오카리나를 배우고 연습해서 병원이나 재활원 등에 찾아가 배움을 봉사로 이어가는 오카리나 교실 ‘바람소리’가 있다.
모양, 재질, 소리 다양한 오카리나
오카리나는 ‘작은 거위’라는 뜻이다. 예전에 거위 알로 오카리나를 만들어 불었기 때문에 생긴 이름이라고도 하고, 악기의 모양이 거위와 비슷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하지만 정확한 이유는 알려져 있지 않다. 요즘은 플라스틱으로 만든 오카리나도 등장했지만 대부분 흙으로 빚어 불에 구워 만드는 것이 일반적이다. 차갑고 맨질맨질한 촉감이면서 손안에 쏙 들어오는 오카리나는 그 소리가 매우 맑고 부드러운 것이 특징이다.
초기의 오카리나는 지역마다 서로 다른 모양과 각각의 재료를 사용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오늘날의 오카리나는 다양한 형태를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모양과 재료에 따라 내는 소리도 조금씩 다르다. 우리나라에 오카리나를 알리는데 앞장섰던 김준모 씨가 변형하여 만든 ‘애플리나’와 ‘독도리나’도 그 중의 하나다.
사과모양을 닮은 ‘애플리나’는 얇고 고운 소리가 나고, 독도에 대한 염원을 담은 ‘독도리나’는 풍성한 소리를 내는 것이 특징이다. 약간의 변형을 허용하는 악기, 오카리나는 그 소리만큼 여유롭고 너그러운 마음을 지녔음이 틀림없다.
실력보다는 마음이 중요한 연주 봉사활동
‘바람소리’ 수강생들은 ‘소금장수’라는 민요풍의 노래를 오카리나, 애플리나, 독도리나를 번갈아 불어가며 연주 봉사 연습에 한창이다. 오카리나 교실 ‘바람소리’ 수강생들은 사직동에 위치한 ‘흥덕문화의 집’에 모여서 다양한 연주방법을 배우고 있다. 처음에는 단순히 오카리나의 소리가 좋고, 사람들과 친분을 쌓는 것이 좋아 배우기 시작했지만 이제는 자신들의 연주 실력을 다른 사람에게 나눠주고 싶어 봉사까지 계획하게 됐다. 현재는 충북대학교 병원에 월 1회 연주봉사를 하는 것을 비롯해 재활원이나 요양원으로 연주 봉사를 꾸준히 가고 있다. 바람소리를 이끌고 있는 김영애(69)씨는 “처음 연주 봉사를 갈 때는 우리의 실력이 부족하다는 생각 때문에 망설이기도 했다”며 “하지만 봉사를 나갈수록 실력보다는 마음으로 들어주시는 것 같아 용기가 생긴다”고 말했다. 또한 하경희(수강생)씨는 “정기적으로 연주회를 갖게 되면서 무뚝뚝하고 반응이 없던 환자들이 점차 연주회를 기다리고 반겨주게 됐다”며 “봉사를 갔다 오면 피곤하고 힘이 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에너지를 얻고 온다”고 소감을 말했다.
오카리나로 서로의 마음을 잇고파
‘바람소리’ 봉사연주에는 원칙이 있다. 여러 곳을 한두 번 찾아가서 연주를 하는 것 보다 한번 인연을 맺은 곳은 꾸준히 찾아가자는 것이다. 서로 눈빛을 보면서 안부를 묻고 진심으로 걱정을 해 주는 일들이 환자들에게 도움이 되고 봉사하는 수강생들에게도 뿌듯함을 안겨준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깨달았기 때문이다. 바람소리 수강생들을 지도하고 있는 배현숙(강사)씨는 “주마다 모여 연습을 하면서 이런 봉사를 하는 것이 쉽지 않은데 자발적으로 참여해 주셔서 항상 고맙다”며 “우리의 오카리나 연주가 재활원을 비롯해 요양원 등 소외 계층의 마음을 부드럽게 풀어주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 우리의 연주를 원하는 곳은 언제든지 불러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