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석아, 천천히 살살 들어가야 해, 물속 식물에도 어떤 씨앗이 있는지 자세히 봐” 장화를 신은 조민석(창신초 2)군의 발걸음이 어느 때보다 조심스럽다. 물속에 생긴 작은 파동에 놀란 물고기들이 헤엄쳐 움직이는 모습에 아이들의 눈도 같이 바빠지기 시작한다. 매달 첫 번째 토요일은 풀꿈자연학교가 만들어주는 자연놀이터가 문을 활짝 여는 날. 지난 토요일 아침, 산성터널 앞 주차장에는 운동화를 신고 가볍게 가방을 둘러 멘 청주지역 초등학교 어린이 20여명이 모였다.
자연이 선생님, 암기가 아닌 마음으로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이하 환경연합)은 어린이들이 자연 속으로 들어가서 자연과 친구가 되는 ‘풀꿈자연학교(이하 풀꿈)’를 운영하고 있다. 콘크리트바닥과 시멘트 건물에 둘러싸여 자연물로 놀이를 하는 것이 어려운 일이 되어버린 요즘 같은 때에 ‘놀이 같은 자연수업’은 어린이뿐만 아니라 학부모들에게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풀꿈자연학교에서는 배운 것을 복습할 필요도 없고 암기할 필요는 더더욱 없다. 신기하면 신기한대로 눈으로 보고 궁금한 것은 환경강사에게 질문하면 된다. 이렇게, 풀꿈 수업은 자연 속으로 들어가 나무와 풀, 곤충 등을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보는 등 어린이들의 오감을 이용해 마음으로 느끼면서 공부하는 수업이다.
이 프로그램의 진행을 맡고 있는 환경연합의 김다솜 활동가는 “1학년부터 3학년은 외떡잎반, 4학년은 쌍떡잎반으로 나누어 따로 수업하고 있어요. 한 달에 한번밖에 진행하지 못하지만 어린이들이 무척 즐거워하고, 생생한 자연학습이라는 이야기에 입소문을 듣고 신청하시는 분이 많이 있습니다” 이어 자연학교에 오는 어린이들은 자연 속에서 뛰놀고 여러 가지 체험을 하면서 학원이나 학교에서 하기 어려웠던 것을 체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물고기, 버섯, 메뚜기 등 자연이 만들어준 교실
“오늘 수업의 주제는 씨앗이에요. 가을로 접어들면서 나무들은 벌써 씨앗을 만들어두었답니다. 씨앗들이 어떤 모양인지 자세히 살펴보기로 해요” 외떡잎반을 담당한 정용혜 환경강사가 오늘의 수업주제를 설명하며 아이들을 인솔해 숲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얼마 걸어가지 않아 “우아! 얘들아, 이것 좀 봐봐” 어른 손바닥 보다 더 큰 버섯을 찾아낸 한 친구가 크게 소리치자 아이들은 금세 버섯을 에워싸고 쪼그려 앉더니 이리 저리 살펴보고 질문을 쏟아놓는다. 버섯에 대한 여러 가지 설명과 함께 먹지 못하는 버섯이라는 선생님의 이야기에 다음 길을 재촉하더니 이번에는 가을을 맞아 갈색으로 옷을 갈아입은 메뚜기가 아이들을 맞이한다. 아까보다 더 큰 함성을 쏟아놓더니 서로 먼저 보겠다고 야단이다. 괴롭히면 안 된다고 아이들 스스로 규칙도 외치며 메뚜기를 쳐다보는 아이들의 눈이 자못 진지하다.
한참동안 여러 가지를 살펴보던 아이들, 드디어 오늘 수업 주제인 씨앗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 키 작은 나무를 골라 가지 끝에 매달린 씨앗을 관찰하며 아이들의 의견이 분분하다. 나무에 비해 씨앗의 크기가 너무 작다는 아이, 말라서 죽은 것 같다는 아이, 집에 가져가고 싶다는 아이까지.
“수업마다 주제를 정해서 준비를 많이 해오기는 하지만 아이들의 관심이 다른 데로 갈 때가 많아요. 그럴 때마다 그냥 아이들의 시선이 머무는 데로 두는 편입니다. 자연학교 수업은 이곳에 와서 아이들 스스로 주변을 둘러보고 느끼고 배우는 것이 더욱 큰 의미가 있기 때문이지요.”
자연 속에서 환경과 함께 긍정적인 마음 배워
장용혜 환경강사는 아이들에게 ‘하지 말라’는 말은 되도록 사용하지 않는다. 수업을 진행하는 동안 ‘이것 봐라’, ‘직접 해봐라’ 등의 긍정적인 표현을 주로 사용한다고. 평소에 일상생활 속에서 규범을 배우고 지키느라 아이들이 호기심을 해소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 곳 자연학교에 오면 질문하고, 관찰하고, 만져보도록 허용해주는 열린 수업이 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오늘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조민석 군은 “자연학교 수업은 풀, 곤충, 물고기 등 올 때마다 재미있는 게 많이 있다. 여기 오는 날이 기다려지고 앞으로도 빠지지 않고 참여할 것”이라고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초등학교 1학년부터 4학년까지 참여하는 풀꿈자연학교는 올 2월에 참가자를 모집했다. 12월까지 총 10회에 걸쳐 진행하는 이 교육의 참가비는 일반 12만원(회원 10만원)으로, 궁금한 것은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043-222-2466)으로 문의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