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국립통계경제연구소의 니콜라 에르팽(Nicolas Herpin)은 ‘키는 권력이다’라는 저서를 통해 남자의 키가 신분, 연봉, 연애, 결혼생활 등에 미치는 영향을 다양한 통계로 분석했다. 결론은 1인치 커질 때마다 연평균 임금이 789달러 올라간다는 것. 또 미국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에서도 16세 때 키가 컸던 남성이 다른 사람보다 평균 2.6%의 높은 월급을 받으며 이 같은 기조가 평생 지속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어느새 키는 우리사회에서 경쟁력의 필수조건이 됐다. ‘큰 키는 경쟁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일까? 최근 전문기관을 찾아 아이 성장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부모들이 부쩍 늘고 있다.
키에 관한 불편한 진실
그렇다면 얼마나 키가 커야 경쟁력이 있는 걸까? 최근 한국갤럽이 조사한 설문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부모들이 만족하는 자녀들의 키는 아들은 187㎝, 딸은 168㎝이다. 훤칠한 키에 미끈한 다리. 내 아이가 그런 외모라면 생각만 해도 가슴이 뿌듯할 것이다.
지나친 외모 지상주의, 외국 사람들에 대한 막연한 동경심, 이분법적 사고방식이라고 비판하면서도 큰 키가 부러워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또 ‘현실’로 느껴지는 ‘큰 키에 대한 동경’은 전혀 줄어들지 않고 ‘작으면 작은 대로 살아야 하지 않겠느냐’는 말은 위로는커녕 오히려 소외감만을 느끼게 한다.
특히 작은 키 때문에 애끊는 부모의 심정을 두고 무조건 외모지상주의라고 비판할 수도 없다. 개신동에 사는 초등학교 6학년인 김형석(가명) 군의 부모는 요즘 잠이 오지 않는다. 형석이의 신장과 체중은 145㎝, 38㎏으로 형석이의 부모는 애가 탄다. 중학교에 입학할 아들이 ‘또래보다 작은 체구로 혹시 따돌림을 당하지는 않을까? 다른 아이들과 잘 어울릴 수 있을까? 과연 얼마나 클 수 있을까?’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여성가족부가 발간한 ‘2015 청소년백서’에 따르면 2014년 기준으로 17세 평균 신장은 남학생 173.3㎝, 여학생 161.1㎝로 나타났다. 이상과 현실과의 차이가 10㎝이상 나고 있는 셈이다.
현실과 이상과의 큰 차이로 인해 호황을 누리는 것은 키 성장과 관련된 산업이다. 성장을 위한 유제품과 육류 등 영양에 관계된 음식, 건강보조식품, 진단장비, 성장을 위한 운동기구, 운동의류, 운동시설, 기타 체육관을 포함하여 스포츠 건강산업들은 꾸준한 매출을 올리고 있다.
적절한 시기&정확한 진단이 핵심
작은 키 때문에 치료기관을 찾는 사람들은 두 가지 부류로 나뉜다. ‘정말 치료가 필요한 사람들’과 ‘작지만 정상범주에 드는 사람들’이다. 문제는 평균 20% 안에 드는 ‘정말 치료가 필요한 사람들’이다. 복대동 갑자한의원의 황태옥 원장은 “사실 치료기관을 이용해야 할 사람은 평균 20% 내에 들 정도로 작은 사람들”이라며 “작다고 느끼지만 정상범주에 든다면 환경과 생활습관을 먼저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키가 크기 위해서는 얼마나 시기적절하게, 좋은 병원에서, 전문의를 만나, 얼마나 정확한 진단을 하느냐가 관건이다.
특히 키 성장에서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타이밍이다. 공부와 마찬가지로 키도 ‘다 때가 있다’는 말이다. 기왕이면 성장판이 닫히기 전에 성장에 필요한 요소를 채워주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것. 우리나라 아이들의 사춘기는 남자아이의 경우 만 12~14세, 여자아이는 만 10~12세로 알려져 있다. 급성장이 일어나는 이 시기를 잘 활용하면 성장 폭을 보다 넓힐 수 있다.
특히 한의학에서는 남자 어린이는 12세 이전, 여자 어린이는 10세 이전에 치료를 시작하면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가경동 나비솔한의원의 류정만 원장은 “급성장기 혹은 그 이전에 성장치료와 관리를 시작하면 치료효과가 좋으며 그보다 늦더라고 급성장기가 종료되기 전에 치료하면 충분히 치료효과를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생활습관 등 환경적 요인도 점검해야
양방에서는 부모에게 물려받은 유전적 요인의 비중을 80% 이상으로 보지만 한의학에서는 적절한 시기에 성장에 필요한 환경 및 생활적 요인이 충족되면 태어날 때 예정된 키보다 10㎝이상 더 자랄 수 있다고 보고 있다.<표 1 참조>
또 비염, 아토피 등의 만성질환과 수면장애, 소화불량 등의 특별한 질환이 있다면 이에 대한 치료부터 해야 한다. 음식과 수면시간 등 생활습관, 심리적 요인, 운동 등 환경적인 요인도 점검할 필요가 있다.
류정만 원장은 “키가 클 수 있는 후천적인 요소는 70% 이상”이라며 “적절한 운동과 식품, 건강한 생활환경이 뒷받침된다면 본인이 클 수 있는 것보다 더 자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생활습관 중 가장 중요한 요인은 비만관리다. 성장호르몬은 지방을 분해하는 역할도 하는데 비만일 경우 성장호르몬 작용에 과부하가 걸려 그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어 성장이 늦어지게 된다. 류 원장은 “비만은 성장호르몬과 길항관계에 있는 성호르몬의 분비를 촉진시켜 초경을 앞당기기 때문에 키 크기의 적이 된다”고 강조했다.
황태옥 원장은 “비만인 아이는 체지방률을 낮춰주는 처방을 하고 식습관이 잘못된 아이에게는 바른 식습관을 키워주는 등 당장 시급한 문제부터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키를 키우기 이전에 혈기를 왕성하게 해주는 것이 우선과제”라고 설명했다.
황 원장에 따르면 큰 노력과 돈을 들이지 않아도 작은 실천만으로도 자녀의 키를 키울 수 있다. 즉 뼈 연결부위 1~2㎝ 주변을 마사지해 주면 키가 크는데 도움이 되고 뭉친 근육을 풀어주면 키 성장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 특히 아침식사는 잘 먹고 저녁엔 소식하는 생활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표 1. 예상 키 산출방법>
남자
(엄마+아빠+13)÷2
여자
(엄마+아빠-13)÷2
출처 ‘한방 키 박사의 숨은 키 10㎝ 키우는 비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