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민족 특유의 한(恨)과 용서, 은근과 끈기, 좌절과 극복의 정신을 표현하는데 아리랑만한 것이 있을까? 생활양식이 변해도 아리랑을 듣고 있으면 어느새 우리는 ‘공통된 감성’을 느끼게 된다. 전국에는 수 십 여 종의 아리랑이 있다. 모든 아리랑에는 고개가 등장하고 서민들의 고단함과 희망, 기원이 담겨있다. 아리랑은 모두 비슷한 것 같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각 지방마다 고유한 특징이 담겨 있다. 아리랑의 원조라 불리는 ‘정선아리랑’은 애처로움이 느껴지고, ‘밀양아리랑’은 빠르고 경쾌함이 느껴진다. 또한 ‘진도아리랑’은 서민들의 걸쭉한 삶을 느낄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살고 있는 청주에도 청주만의 색깔을 느낄 수 있는 아리랑이 있을까? 결론은 있다. 자주 접해 보진 못했지만 청주만의 한과 정서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청주아리랑, 청주아리랑은 살아있다.
중국 연변에서 발견된 청주아리랑 청주아리랑을 알기 위해서는 우선 청주아리랑의 역사를 알 필요가 있다. 우선 청주아리랑이 발견된 곳은 아이러니하게도 청주가 아닌 중국이다. 중국 길림성 연변 조선족 자치주 도문시 량수진 정암촌(亭岩村)이라는 곳에서 청주아리랑이 발견됐는데 거기에는 사연이 있다. 때는 1938년. 충북의 청주군, 옥천군, 보은군 농가 180여 호의 주민들은 청주역에서 만주행 이민열차를 타고 사흘 만에 함경북도 온성역에 도착했다. 두만강에서 20㎞ 정도 떨어진 곳으로 충북지역 주민들은 일제의 핍박을 피해 이주, 마을을 개척한 것이다. 서북쪽 산에 높이 서 있는 정자바위 이름을 따서 정암촌이라 불렀고 이주 초창기에는 80여 호의 충북 이민들이 살다가 광복 후 과반수의 사람들이 귀국했다. 현재는 2, 3세들이 생활하고 있다. 청주아리랑에는 충북지역 주민들이 타향살이를 하면서 고향에 대한 그리움, 애틋함이 담겨있다. 노래로 시련을 달래면서 하루하루 버틴 우리 민초들의 생활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날 가라네 날 가라네 날 가라네 / 삼베질쌈 못한다고 날 가라네 / 삼베질쌈 못하는 건 대단하고 / 아들딸 낳아준 건 대단찮나
시아버지 죽어서 좋댔더니 / 왕골자리 떨어지니 또 생각난다 / 시어머니 죽었다고 좋댔더니 / 보리방아 물저노니 또 생각난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 (청주 아리랑 中 일부)
해학, 익살, 부드러움, 서민의 애환 느낄 수 있어 청주아리랑의 특징은 가사의 솔직함과 과감함이라고 할 수 있다. 진도아리랑 못지않은 삶의 애환도 느낄 수 있다. 시집살이에 지친 며느리가 시아버지, 시어머니가 죽어 좋다는 것을 노골적으로 표현하면서도 살다보니 생각난다는 것을 재치있게 표현했다. 청주아리랑을 발굴한 충북대학교 임동철 교수에 따르면 청주아리랑은 반복법과 대구법을 많이 사용, 가락의 생동감을 느낄 수 있고 가사 또한 수줍은 처녀의 여리고 앳된 모습으로부터 결혼 후 현실에 순응하며 고난의 세월을 이겨나가는 강인한 여성의 모습까지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다. 그 가운데서도 해학과 익살, 부드러움, 여성의 애환을 느낄 수 있다. 한편 임동철 교수는 1993년부터 여러 차례 정암촌을 방문하면서 역사와 주민들의 생활을 알리고 청주아리랑을 전하는 한편 정암회를 만들어 청주시민과 충북도민이 정암촌을 도와 경제적, 문화적, 정서적으로 발전하는 기회를 제공했다

‘KBS 민요회’, 청주아리랑 알림에 앞장서 청주아리랑을 청주 뿐 아니라 전국에 널리 알리고 그 명맥을 이어가는 동아리가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민요를 사랑하는 ‘KBS민요회’가 그 주인공으로 KBS민요회 회원들은 5년 전 청주 KBS 문화센터 민요교실에서 처음 만나 청주아리랑과 인연을 맺기 시작했다. 민요교실의 강사이자 ‘美音’의 대표인 함수연 씨를 통해 처음 청주아리랑을 알게 됐으며 다양한 공연을 통해 청주아리랑을 알리는데 앞장서고 있다. KBS민요회 15명의 회원들은 주로 50~60대로 매주 한 번씩 만나 민요를 공부하고 친목을 도모하고 있다. 김순제 회장은 “민요가 이렇게 흥겹고 좋은 음악인줄 이제야 알게 된 것이 아쉽다”며 “KBS 민요회 회원인 것이 정말 기쁘고 행복하다”고 말했다. KBS민요회는 아마추어 동아리지만 여러 대회에 출전, 청주아리랑을 알리는 것은 물론 많은 수상을 한 실력 있는 동아리로 정평이 나있다. 다양한 공연무대에서 청주아리랑을 알리고 선보이는데 앞장서고 있는 것. 김순제 회장은 “청주사람으로서 청주아리랑을 알리고 보급하는데 일조하고 있다니 자부심이 느껴진다”며 “앞으로 더 많은 무대에서 청주아리랑을 알리고 싶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