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학능력평가의 영어시험을 A형과 B형으로 나누어 시험을 치른 적도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설익은 제도인 것만 확인한 채 막을 내렸다. 유치원부터 영어를 놀이처럼 익히고 줄기차게 갈고 닦은 아이들의 영어 실력이 고등학교 수능영어에 들어가서는 생각보다 신통치 않아 학부모들은 어리둥절하기만 하다. 오랫동안 배우고 죽어라 암기했던 영어실력은 어디 간 것이며, 수능영어는 도대체 어떤 것이 길래 맥을 못 추는 것인지 궁금하기만 하다. 하지만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불태(百戰不殆)라 했으니 수능영어를 알고 나를 알면 길이 있지 않을까.
의사소통할 수 있도록 실용영어 강조
2017학년도에 수능을 치른 학생들은 한국사가 필수과목이 되어 시험을 치른 첫 주자가 된 가운데, 앞으로 문과와 이과의 통폐합이 예고돼 있어 다시한번 혼란이 예상되고 있다. 영어 교과는 이미 2009년 고등 영어 교육과정 개편이 발표되어 2013년부터 개정된 교과로 수업이 진행되고 있어 큰 줄기에는 변화가 없지만 수능에서의 문제 배점과 출제경향은 알아둘 필요가 있다. 개편된 영어 교과 과정은 실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의사소통을 강조한 실용 영어를 강조한 교육이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변화의 방향은 바람직하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문제는 실용영어를 사용하는 수험생들의 실력을 지면에 의지한 현재의 수능시험제도로는 정확히 측정하기가 어렵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다. 한편, 영역별 배점이 달라진 것을 살펴보면 △문법 △독해 △어휘 △청해 네 가지 영역에서 문법문제는 대략 1문제 나오던 것을 2문제로 늘리고, 22문항이었던 청해 문제를 17문항으로 줄였다. 또한 어휘를 포함한 독해 문제는 23문항에서 28문항으로 늘리는 등 크고 작은 변화가 있었다. 하지만 수험생들의 영어실력을 정확히 측정하는데 얼마나 도움이 될 것인지는 지켜보아야 하고, 수시로 변하는 제도에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제대로 된 학습방향을 잡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단순 영어단어 암기 지양↓, 영어 사고력 지향↑
자주 변한다고, 공부하기 어렵다고 두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는 법. 수능을 치러야 하는 학생이라면 쉽지 않은 상황을 헤쳐 가는 용기와 지혜가 필요한 때다.
우선, 문법은 중학교 때 배운 것을 기본으로 실력을 다지는데 힘써야 한다. 전문가들은 문법책 여러 권을 섭렵하는 것보다 한두 권을 선택해 꼼꼼하게 공부하고 정리해서 나만의 문법 노트를 만들어 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또한, 영어가 언어인 만큼 어휘가 중요한 것은 두말 할 필요가 없다. 내년부터 문항수가 늘어나는 독해를 정복하려면 어휘실력을 늘려야한다. 주의할 것은 근래의 수능영어의 독해 유형은 단순히 영어 단어 암기 여부를 묻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영어 독해를 통해 수험자의 사고력을 측정한다. 베스티안 어학원 송병민 원장은 “구체적으로 말해서 수능 1등급과 2등급을 가르는 것은 독해의 ‘빈칸 넣기(6문항)’가 좌우한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며 “빈칸을 추론하는 것이 결국 사고력의 수준을 측정하는 기준이 된다. 예를 들어 ‘interest’라는 단어를 단순히 ‘흥미’라고 암기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고 지문 속에서 ‘이자’ 또는 ‘관심’ 등 여러 가지로 해석해 문맥의 흐름을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송 원장은 “시중에 나와 있는 모의고사 문제집을 통해 지문의 유형들을 익히고 자신만의 어휘노트를 만들어 정리하는 습관을 들일 것”을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수능에서의 청해는 비교적 쉽게 출제 되는 영역이다. 하지만 듣기의 특성상 짧은 기간 동안 공부해서 고득점을 획득하기 어렵기 때문에 수능에 입문하기 훨씬 전인 초등학교나 중학교 때부터 적어도 일주일에 3일 이상씩 듣기 연습을 꾸준히 해야만 수월하게 고득점을 할 수 있다.
바람은 쉬지 않고 분다. 방향을 읽어라
수능영어의 지문이 과거에는 외국 문화소개에 그쳤지만 최근에는 온돌, 김치 등과 같이 한국 문화를 소개하는 내용으로 바뀌고 있다. 이는 실제로 외국인에게 한국을 소개할 수 있는 살아있는 언어생활을 하기 위한 것이다. 청원고등학교 이여운(영어담당) 교사는 학생들이 영어 공부를 하는 모습을 보면 안타까울 때가 종종 있다고 이야기 한다. “아이들이 시험에 몰입되어 영어가 언어라는 것을 잊어버리는 것 같아요. 영어 단어 책을 가지고 무조건 암기하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는데 이것은 가장 효율적이지 못한 방법이죠. 여러 가지 지문을 통해서 단어의 쓰임을 익혀야 활용할 수 있거든요. 근래에는 실제 의사소통을 위해 숙어들이 강조되고 있어서 수능의 고득점하려면 ‘언어연습’이라는 방향으로 잡고 나가야 성공할 수 있습니다.” 이어 이 교사는 시중에 중고생 수준의 얇은 영어 원서들이 많이 나와 있다며 해석이 완벽하게 되지 않더라도 읽어보려고 노력하고, 평소에 책을 많이 읽어서 사고력을 높이면 영어 지문 독해에도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