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청주에서 경·서도 소리를 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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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25일 오후 5시. 청주시 상당구 육거리시장 부근의 ‘인동초예술단(이하 인동초)’ 연습실. 하나 둘 모인 사람들은 북채를 잡고 서도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10평 남짓한 공간에 힘차면서도 그윽한 소리가 휘돌았다. 북을 치며 부르는 ‘선소리산타령’은 정감 있으면서도 애달픈 느낌이다. 두 옥타브쯤 되는 넓은 음역을 넘나드는 선소리산타령은 씩씩하면서도 어딘가 한과 정이 흐르는 우리 정서를 그대로 빼 닮았다. 인동초예술단 단원들의 연습실 풍경이다. 인동초는 전통음악, 특히 경·서도 소리 보급과 봉사를 위해 교육과 공연 등 여러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모임이다. 10명의 회원들은 6년 전 인연을 맺은 이후 매주 만남을 갖고 ‘소리공부’를 하고 있다.



소리로 하나 된 ‘인동초예술단’ “젊었을 때는 제대로 소리를 배우고 싶었죠. 또 그 소리를 알리고 보급하는 일에도 종사하고 싶었고요. 하지만 어디 인생이 마음대로 되나요? 젊은 시절 못한 소리를 지금이라도 단장님과 함께 할 수 있어 너무 행복해요. 처음 이주석 단장님 소리를 들었을 때 그 감동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어요. 하하하~” 예순을 바라보는 권정민 회장의 설명이다. 인동초는 지금으로부터 6년 전, 그러니까 2011년 처음 만들어졌다. 물론 설립 초창기에는 돈벌이를 할 수 있는 것도, 대단한 봉사활동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소리가 좋고 단 한사람이라도 알아주는 것이 고마웠단다. 전업주부로 수십 년 동안 살림만 해오던 사람부터 무용을 배우고자 했던 사람, 풍물을 배우려던 사람까지. 사실 인동초 단원들 중 소리와 깊은 인연이 있었던 사람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경·서도 소리로 하나가 되었다. 권정민 회장은 “나이, 하는 일, 관심분야 모두 달랐지만 소리를 하고 싶고 그 매력에 빠져드는 것은 모두 같았다”며 “단장님 소리와 경·서도 소리 매력은 정말 끝내준다”고 활짝 웃었다.

북방 이민족의 고단한 삶 엿볼 수 있어 전국에는 수십, 수백 여 개의 소리가 있다. 모든 소리에는 서민들의 고단함과 희망, 기원이 담겨있다. 모두 비슷한 것 같지만 자세히 들어보면 각 지방마다 고유한 특징이 담겨 있다. 경·서도 지방 즉 황해도와 평안도 지역의 소리는 북방 이민족과 겨루며 굳세게 살아온 사람들의 삶을 느낄 수 있다. 이주석 단장은 “경·서도소리 가락은 위에서부터 질러내면 위의 음은 흘러내리고 가운데 음은 심하게 떨리며 아래 음은 곧게 뻗는 특이한 선율 진행을 보여주고 있다”며 “느릿하게 부르면 구슬픈 느낌마저 준다”고 설명했다. ‘남도는 판소리요 서도는 선소리’라는 말도 있듯이 인동초 단원들은 서도 중에서도 선소리, 특히 산타령에 깊은 매력을 느끼고 있다. 경·서도 지방의 전문 예능인들이 갈고 닦아 놓은 소리가 선소리이고 선소리의 대표적인 것은 산타령이다. 이 단장은 “선소리산타령은 씩씩하고 흥을 돋우는 남성적인 음악”이라고 말했다.



씩씩하면서도 한과 정이 있는 우리정서 빼닮아 인동초는 인동과에 속하는 다년생 덩굴성 식물로 금은화라고도 불린다. 겨울에도 파란 잎을 가지고 있어 인동이라 칭했다. 인동초는 건강에 좋아 예로부터 한방에서 약재로 사용해 왔는데 이뇨제, 해독제, 해열제, 소염제, 지혈제로 쓰였다. 또 요통, 관절통, 타박상 치료에 좋다고 알려져 있다. 인동초는 곤경을 이겨내는 인내와 끈기를 일컫는 말로도 쓰이는데 그도 그럴만한 것이 인동초는 민주화 투쟁으로 생사를 넘나들며 고통 받았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호이기도 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처럼 강인하면서도 다른 사람을 위해 희생할 줄 아는 정신을 상징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이주석 단장은 “김대중 대통령처럼 강인하면서도 부드러움을 표방하는 모임”이라며 ‘여유와 멋을 즐기며 우리 소리를 나누는 모임”이라고 설명했다. 인동초 단원들은 매주 만나 소리도 맞춰보고 봉사활동을 위한 계획도 논의한다. 요양원, 복지관 등 문화적 혜택이 취약한 시설을 찾아 경로잔치를 비롯해 전통문화의 멋을 알리는데 앞장서고 있다. 이외에도 인동초에서는 축제시 필요한 모든 장비를 갖추고 있어 체육대회 및 각종 이벤트도 진행하고 있다. 박은순 사무장은 “이제는 단순한 취미활동 모임에서 벗어나 다양한 공연도 하고 있다”며 “무용, 판소리, 난타 등 회원들이 가지고 있는 여러 장점들을 최대한 활용해 제대로 된 단체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박 사무장은 이어 “우리전통의 가락과 소리를 알리고 그 느낌을 전할 계획”이라며 “공연과 이벤트가 필요하신 분들은 연락해 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편 인동초에서는 신입단원을 모집한다. 이주석 단장은 “경·서도 소리를 비롯해 민요와 소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환영한다”며 “기초부터 차근차근 지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의 011-461-9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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