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고3이 치열하지 않은 이유는 엄마가 아니다
''






고3 이름만 들어도 압박감이 느껴진다. 4당 5락 4시간 자면 합격하고 5시간 자면 떨어진다는 고3 나중에 4당5락이 말도 안 되는 소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대한민국 고3중에서 4시간을 계속 자면서 공부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간혹 우사인 볼트 같은 인간이 태어나듯이 4시간만 자면서 공부를 하는 공부의 국가대표 같은 사람들도 있지만 집에서 4시간 자면서 공부하면 필히 학교에 와서 4시간은 주무시게 되어 있다.


8월 11월 둘 중 하나만 선택해서 대학에 응시 할 수 있었기 때문에 대다수는 8월 시험을 선택하여 대학에 응시하였다

공부는 자는 시간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깨어 있는 시간이 중요하다. 고3때 하루에 10시간을 자더라도 집중력을 유지해서 공부 할 수 있다면 성공한 수험생활을 보낼 수 있다. 필자가 나온 고등학교는 서울 변두리에 있다. 내가 졸업하던 해 대박이 나서 서울대 연고대 합쳐서 50명 정도가 진학을 했다. 반에서 3등 하는 친구는 경희대 치대를 갔고 4등 하는 친구는 서울대 사범대를 가서 선생님이 되지 않고 사법시험에 합격해서 검사가 되었다. 근데 반에서 1등하는 친구는 연대가 좋다고 연대를 갔다. 2등하는 친구는 서울대 공대를 갔다. 수능 첫해라 참 두서없는 고3을 보냈다. 93년 처음 치러지는 수능은 2회를 봤다 8월에 한번 11월에 한번 그래서 수능 100일이 5월에 있었다. 참 공부했던 기억이 없는 고3 이었다. 8월에 수능이 끝나고 학교에서 논 기억 밖에 없다. 마침 11월 수능은 범위도 많고 어려웠기 때문에 아무 의미 없는 시험이었다. 8월 11월 둘 중 하나만 선택해서 대학에 응시 할 수 있었기 때문에 대다수는 8월 시험을 선택하여 대학에 응시하였다.
그래서 나의 기억 속에 고3은 치열하지 않았다. 나의 입시컨설팅의 상담의 시작은 고3때부터 이었다. 고3때 친구의 꿈이 H공대에 가는 것이었다. 그 친구는 공부를 잘하지 못했다. 수능 200점 만점이 시절 95점 정도 맞았다. 이런 저런 이야기 하다. 어차피 너나 나나 수능점수가 개털 된 거 써보고 싶은 학교를 한번 시원하게 질러보고 같이 재수하자고 의기투합했다. 나는 그 당시에 인기드라마 ‘종합병원’의 촬영 장소였던 수도권 의대에 지원했다. 경쟁률은 20:1 정도 당연 낙방이었다. 그래도 명분은 얻었다 의대 썼는데 떨어졌다고 나중에 재수학원 상담 갈 때 의대 지원한 수험표를 갔고 갔더니 참 많이 우대를 해 주었다. 근데 그 친구에게 참 이상스러운 일이 생겼다. 친구가 나에게 한양대 공대 어떤 학과를 써야 할지 물었다. 성적도 후진데 무슨 신경을 쓰냐. 가장 높은 전자공학과 지원해!!!! 내 인생에 첫 번째 고객인 친구에게 첫 컨설팅으로 한양대 전자공학과를 추천했다. 전문대도 못 가는 점수로 결과는 ....뚜뚱......합격이었다. 아니 합격 발표 전에 합격을 알고 있었다. 미달 이었다. 수능 첫해라 참 이상스러운 현상들이 많이 발생하였다.
몇몇 의대는 미달에 가까운 현상이 발생하였고, 최순실 딸이 다녔던 모 여대도 대규모 미달 사태가 발생하여 실력 없는 학생들의 입학을 허가할 수 없다는 대학 측과 뭔 소리냐 미달이면 다 합격시켜야지 하는 학부모 사이에 법적 공방도 예상 되었지만 미달 학과 지원자 전원이 합격을 했다. 첫 수능이라 겁을 먹고 하향 안전지원을 했던 수험생들은 대거 재수학원으로 직행을 했고, 무한도전의 정신으로 무모하게 도전하여 합격한 수험생은 아무 준비 없이 원하는 대학에 합격하여 대학수업을 따라 가는데 엄청난 애를 먹었다. 내가 상담해준 친구들 5명은 합격했지만 나는 떨어졌다. 그리고 나는 재수 삼수 계속된 입시를 도전하면서 그 노하우가 축적이 되어 입시컨설턴트가 되었다.
그 후 95년 입시는 수능시험이 2회에서 1회로 축소되었고 97년부터는 수능 200점 만점에서 400점 만점으로 변화면서 지금의 수능까지 왔다. 직업의 특성상 수능을 배번 응시하면서 드는 수험생들의 푸념은 매년 똑같다. 우리들이 실험실의 쥐냐 우리만 이렇게 힘드냐! 수능 논술 내신 죽음을 트라이앵글이라는 세대도 있었고, 고등학생이 3시면 집에 오는 이해찬 세대도 있었다. 이해찬 세대는 한기자만 잘 하면 원하는 대학에 갈수 있다고 했다. 그런데 그 한 가지가 바로 공부였다. 그래도 수능이 비중이 컸던 예전 고3교실은 그런대로 공부를 열심히 했다. 하지만 지금은 수능의 비중이 적어진 탓에 고3 교실은 젊음의 해방구 같기도 하다. 부모들은 자녀들이 학교 가서 공부를 열심히 할 거라는 착각이 있는 것 같다. 1학기 기말고사가 끝나고 난 고3 교실을 CCTV로 볼 수 있다면 적지 않은 충격을 받을 것이다.



누구는 엎드려 자고 있고, 누구는 자소서 쓴다고 노트북 가져와서 컴퓨터 하고 있고, 소수의 몇몇은 수능을 준비한다고 공부를 하고 있다. 고3 3월은 누구나 열심히 하고 싶어 한다. 3월 고3교실의 분위기는 참 고요하고 비장하다. 그 비장함은 오래 가지 못한다. 3월 모의고사 성적을 받아본 학생들은 충격을 받게 된다. 고2때보다 몇 단계나 떨어진 모의고사 성적을 보면서 맨붕에 빠진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고2때는 전국에 있는 고2만 모의고사를 봤지만 고3이 되면 전국의 재수생들이 모의고사에 유입이 된다. 성적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상위권은 재수생들의 독무대 이다. 수능을 보고나서 가채점을 한다. 하지만 고3학생들의 경우 거의 대부분이 본인의 가채점 결과보다 더 떨어진 성적을 마주 하게 된다. 올해 같은 경우 한국사가 미응시자의 경우 처음부터 수능성적표가 발급되지 않기 때문에 바닥에 깔아주는 몇 만 명이 증발하여 수능 예상 등급보다 더 크게 하락하는 현상이 발생했다. 고3 중간고사가 끝나고 나면 학교에 따라서 소풍을 가서 졸업 사진을 찍거나 체육대회를 한다. 분위기는 더욱 흐트러진다. 그리고 기말고사를 보고 나면 70% 이상의 고3들은 이제 공부에서 손을 놓게 된다. 학생부 종합은 수능이 필요 없는 전형 다수이기 때문에 학생부종합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더 이상 공부에 필요성을 느끼지 못 할 것이다. 그렇다고 공부를 안 하는 것은 아니다. 또 모를 수능을 대비하기 위해 책을 펴 놓지만 거의 공부는 물 건너 간 상태이다.
앞으로 수시에서 학생부종합의 비중이 커질수록 공부 안 하는 고3교실은 더 이상 낯설지 않을 것이다. 수능의 비중이 적어 졌다고 해서 수험생의 부담이 적어 진 것은 아니다. 자소서와 면접의 부담감이 엄습해 올 것이기 때문이다. 이후 수능을 목전에 둔 10월이 되면 차츰 학생부 종합의 합격 불합격의 결과가 나온다. 어떤 이는 합격의 기쁨을 누린다. 수능도 볼 필요가 없는 학생들이기 때문에 입시는 여기서 끝이다. 또 어떤 이는 예비합격자 명단에 올라가 피를 말리면서 기다려야 한다. 수시에 떨어진 고3은 수능을 봐서 정시에 응시해야 한다. 제대로 공부를 하지 못했기 때문에 성적은... 뭐 그렇다. 요즘 고교별 서울대 합격자 숫자가 공개되는데 일반고의 경우 수시 말고 정시를 봐서 현역고3이 서울대에 합격하는 경우는 많이 없다.
학생부 종합의 수시제도 아래에서 고3들이 집중해서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이 되지 못한다. 하지만 이런 제도 아래에서도 누구는 서울대에 합격하고 의대에 합격한다. 열심히 하지 못하는 핑계를 제도 탓으로 돌리는 소인배는 없었으면 한다.



해당 카테고리의 다른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