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억수같이 비가 내리는 장마철에는 비옷을 입고 우산을 받쳐 들고 출근길에 나서고, 폭설이 쏟아진 겨울에는 아이젠을 착용하고 출근하는 사람이 있다. 바로 서원대학교 평생교육원에 근무하는 강희혁 씨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집에서 직장까지 하루도 빠지지 않고 걸어서 출퇴근을 하고 있다.
왕복 2시간, 25년째 걸어서 출퇴근

처음에는 운동을 하기 위해 따로 시간을 내는 것이 부담스러워 운동 삼아 걸어서 출퇴근을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한 ‘걷기’는 어느새 25년의 시간이 흘러 이제는 ‘걷기 운동 전도사’로 알려져 직장에서는 그를 따라 하는 동료들이 하나 둘 늘어나고 있다. 산남동 집에서 출발해 구룡산과 매봉산을 거쳐 그의 직장인 서원대학교 사무실까지 왕복 2시간 정도 소요되지만 주말을 제외하고 하루도 거르지 않고 지나고 있다. 그는 출퇴근 걷기를 하면서 오랫동안 시간이 흐르다보니 여러 가지 재미난 일들이 많다고 이야기 한다. 특히, 퇴근길에 산책로를 지나다가 장뇌삼 3뿌리를 발견해서 어머니께 드린 일은 보기 드문 행운이었다며 웃었다. 또한, 이 특별한 취미 덕분에 가장 즐거운 일은 사람들과 친분이 생기는 것이라고 말한다. 아침마다 비슷한 시간에 같은 장소에서 마주치게 된 사람들과 서로 인사를 나누며 안부를 묻는 사이가 되는 것이다. “한번은 1주일간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었어요. 출근길에 다시 만난 그분들이 그 동안 얼굴이 보이지 않아 걱정했다는 거예요. 건강한 모습을 보게 되어 무척 좋다고 하시더라고요.” 주변 분들의 진심어린 인사를 듣고 새삼 사람들 사이에 정을 느꼈다고 덧붙였다.
운동· 환경· 취미· 명상, 걷기는 1석 4조 효과

그가 걸어서 출퇴근을 하는 이유는 단순히 운동 때문만은 아니다. 평소 주말 농장을 이용해 손수 재배한 야채만 먹는다는 그는 농약이나 비료 사용을 최대한 자제한다. 농약이 사람의 건강을 해치는 것은 물론이고 자연환경을 훼손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평소에 환경보호에 관심이 많은 편이에요. 사람에게 좋지 않은 것은 자연에게도 좋지 않죠.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것처럼 자동차 사용도 되도록 자제하고 있어요.” 그의 출퇴근 걷기는 운동과 환경보호를 넘어 이제는 즐기는 취미가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침 일찍 산속의 산책로를 걷다보면 아침이 보여주는 맑음과 저녁이 보여주는 고즈넉함의 정취가 마음을 차분하게 하고, 특히 비나 눈이 오는 날 등 날씨가 만들어 내는 그림 같은 풍경에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고. 이렇게 사계절이 전혀 다르게 연출되는 자연의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개인 SNS에 올려 두면 지인들의 부러움 섞인 댓글을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한편, 출근길에는 그날 업무를 계획하기도 하고, 퇴근길에는 그날 하루의 일을 반성하기도 하는 훌륭한 명상시간이라고 이야기 했다.
산책에도 지켜야 할 예의가 있다?

오랫동안 등산로를 통해 걷기를 실천하고 있는 그는 ‘산책’에도 나름의 매너가 있다고 말한다. 다른 사람의 산책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시끄러운 음악을 틀어놓는 것을 삼가야 하고, 강아지와 같은 동물을 데리고 올 때는 꼭 줄로 묶어서 위협적인 느낌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이것 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산에서 담배를 피우지 않는 것이라고 꼽았다. 흡연은 산불의 위험도 있지만 연기로 인해 주변 사람의 건강을 해치기 때문이다. “이른 아침에 산책을 하는 사람들은 맑은 공기를 마시고 건강해지기 위해 산책하는 것이잖아요. 담배를 피우는 행위는 자신을 포함해 다른 사람들의 건강까지 해치는 매우 나쁜 일이죠. 산에서는 무조건 금연해야 됩니다.” 강희혁 씨의 ‘출퇴근 걸어서 하기’는 운동이 되면서 취미가 되어 주변 사람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고 있다.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쉽지 않은 취미를 갖고 있는 그가 새삼 대단해 보인다. “걷기, 어려운 일이 아니잖아요. 같이 동참하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