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넘쳐나는 책의 홍수 속에서 내 아이 독서지도 어떻게 할까?’ 아이교육에 있어서 독서가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공감하지만 정작 어떻게 독서교육을 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독후감 작성을 열심히 해야 하는지, 아니면 느낀 점 말하기 등에 치중해야 하는지 여간 고민이 아니다. ‘어떻게 하면 아이가 독서를 통해 큰 효과를 볼 수 있을까?’ 이런 질문에 단호히 ‘독후활동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독후활동을 통해 지식전달을 확인하거나 어떠한 효과를 얻었는지 수치화하기보다 그저 독서를 즐기고 책을 통해 감수성이 풍부한 어른으로 성장하길 바란다. 바로 ‘청주어린이도서연구회(이하, 어도연)’ 회원들 얘기다. 이들에게 지식 위주의 독후활동은 중요하지 않다. 대신 좋은 책을 아이에게 권해주기 위해 아이보다 어른이 먼저 책을 읽고 공부한다.

‘사단법인 어린이도서연구회’는 어린이 책 문화운동 단체로 1980년 5월 창립해 ‘겨레의 희망, 어린이에게 좋은 책을’이라는 목표로 활동하는 비영리 시민단체다. 현재 전국에서 4000여명의 회원들이 매년 ‘책 보내기 사업’, ‘어린이도서연구회가 뽑은 어린이 · 청소년 책’을 발행해 영·유아에서부터 청소년, 학부모가 읽을 만한 좋은 책을 장르와 주제로 나누어 소개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청주에도 어도연이 있다. 청주어도연은 60여명의 회원들이 교육부, 문화부, 편집부 등으로 나눠 활동하고 있다. 매주 모임을 통해 좋은 어린이 책을 직접 읽고 토론하기, 동화비평과 이론서 공부, 바람직한 출판문화, 도서관문화 만들기에 대해 논의한다. 청주지회 회장 유소현 씨는 “사실 모든 책이 다 좋은 것만은 아니다. 특히 동화책은 더 그렇다. 글의 내용은 물론 그림의 구성과 색채, 지은이의 의도 등을 따져본다면 좋은 책을 찾기란 사실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아이들에게 좋은 책을 선정해주기 위해 어른들이 먼저 책을 읽고 공부한다”고 말했다. 스펀지처럼 흡수하며 성장하는 아이들에게 책은 음식만큼이나 중요하다는 얘기다. 청주어도연이 주목받는 이유다. 청주어도연 회원들이 말하는 독서교육은 ‘강요하지 않는 독서, 함께 읽는 독서’라고 요약할 수 있다. 책을 항상 가까이에 두지만 이른바 공부를 잘하기 위한, 선행학습을 하기 위한 수단으로 책을 읽지는 않는다. 그래서 어도연 회원들은 독후활동을 지양한다. 책을 읽고 알게 된 지식을 구지 확인하지 않는다. 아이가 할 말이 많아 스스로 느낀 점을 이야기하거나 활동을 하고 싶어 하면 모를까 구지 독후활동을 강요하지 않는다. ‘재미있었다’, 아니면 ‘재미없었다’라는 한마디면 된다. 그마저도 아이가 ‘할 말이 없다’고 하면 그만이다. 유소현 씨는 “독후활동은 책의 흥미를 떨어트리는 주범”이라며 “아이들이 즐길 수 있는 독서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강제적인 독서는 더 이상 의미가 없다는 얘기다.

청주어도연 회원들은 매주 성심학교 등을 방문, 책 읽어주기 봉사활동도 펼치고 있다. 소외계층을 방문해 재능기부 활동을 하는 엄마를 보며 아이들은 함께 사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유소현 씨는 “아이가 어느새 엄마의 일을 이해하고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며 “자기 자신도 좋아하는 일을 찾아 스스로 진로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청주어도연에서는 전래놀이행사, 가을동화잔치, 학부모를 위한 공개강좌, 놀이를 통한 책 문화 활동, 책읽어주기, 인형극 그림자극 제작 및 상영 등 다양한 활동도 펼치고 있다. 가을동화잔치는 어도연이 주관하는 가장 큰 행사로 청주시 작은도서관들과 단체들이 함께 참여한다. 아이와 어른이 함께 동화 속 주인공으로 분장한 후 거리행진을 하며 잔치를 알리고 놀이문화 체험과 그림책 전시, 먹거리 마당 등 부스활동을 진행한다. 모든 체험부스를 회원들이 직접 기획하여 동화책을 온전히 즐길 수 있게 한다. 청주어도연 회원들은 한결같이 매주 모임을 통해 ‘에너지’를 얻고 간다고 입을 모은다. 7년째 활동을 하고 있는 이 모 씨는 “어도연 생활을 하면서부터 진정한 친구도 생기도 비로소 내 생활을 찾은 기분”이라고 밝게 웃었다. 한편 어도연은 신입회원을 모집한다. 신입회원은 한 달 간(4회) 교육을 받은 후 정회원으로 활동할 수 있다. 유소현 씨는 “회원들 대다수가 처음에는 아이 독서교육을 위해 어도연에 들어온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육아에 도움을 받을 뿐 아니라 몸과 마음이 건강한 엄마로 거듭난다. 아이와 책을 사이에 두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