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띠~~리~~리~잉~~ 띨~리~이~링~” 유랑극단 공연이나 곡마단 또는 서커스를 생각할 때 동시에 떠오르는 추억의 소리가 있다. 어찌 들으면 구슬프고, 또 어찌 들으면 애틋한 소리를 내는 그야말로 ‘웃픈’악기. 바로 아코디언 소리다. 아코디언을 한아름 감싸 안고 지그시 눈을 감은 채 흔들흔들 어깨로 리듬을 타면서 연주하는 악사의 모습은 상상만으로도 낭만적이고 향수를 느끼게 한다. 아코디언 소리가 울려 퍼지면 어린아이부터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거리로 쏟아져 나와 공연과 음악을 즐기던 시절이 있었다. 아코디언 하나로 ‘너’, ‘나’없이 ‘우리’가 될 수 있었던 시절. 아코디언은 우리 고유의 전통악기는 아니지만 분명 어린 시절의 향수를 자극하는 그 무언가가 있다. 30~40년 전만해도 아코디언은 골목에서, 장터에서, 또 멋들어진 공연무대에서 흔히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 이유인지 구경하기조차 어렵게 됐다. 악기는 물론 연주자를 만나는 것도 쉽지 않다. 바이올린, 플롯이 흔해진 만큼 그만큼 아코디언은 귀한 악기가 됐다. 그래서일까? 청주시 서원구 모충동 두진백로아파트 상가 2층에서 들려오는 아코디언 소리가 참 반갑다.
각종 공연무대에 올라 풍부한 경험

청주에 멋들어진 아코디언 연주 실력을 뽐내는 악사들이 있다. 바로 모충동 두진백로아파트 상가 2층에서 매일 아코디언을 연주하는 ‘청주아코디언클럽’ 회원들이다. 어느새 머리 결이 희끗희끗, 노년에 접어든 60~70대 어르신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아코디언에 대한 마음만큼은 TV에 나오는 아이돌 못지않다. 청주아코디언클럽은 2012년 12월에 처음 만들어졌다. 처음에는 모충동이 아니라 청주시 수곡동이 청주아코디언클럽의 뿌리였다. 40년 가까이 색소폰, 기타, 아코디언 등 이 악기, 저 악기 가리지 않고 다양한 악기를 좋아했던 김동관 씨가 퇴직 후 연습실을 마련하면서 부터다.
그저 아코디언 소리가 좋고 연주하고 싶은 4~5명이 모임을 갖고 담소도 나누면서 연습할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한 것이 청주아코디언클럽의 ‘시작’이 된 것이다. 그렇게 조촐하게 시작했던 모임이 지금은 회원 20명이 넘는 아코디언 전문 동호회가 됐다. 김동관 씨는 “악기가 좋고, 사람이 좋아 시작한 것이 지금은 청주에서도 알아주는 아코디언 동호회가 됐다”며 “함께 모여 연주하고 봉사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웃는다. 청주아코디언클럽은 매주 수요일마다 모임을 갖고 실력을 쌓는다. 열심히 연습한 덕에 제법 실력도 갖춰졌단다. 병원이나 다양한 공연 등 이제는 일 년이면 10여 차례 이상 무대에 오르기도 한다. 특히 최근에는 충북문화재단 생활문화예술플랫폼 사업에 선정, 이종훈 강사를 통해 좀 더 ‘튼실한 아코디언 동호회’로 거듭날 계획이다.
인생을 노래하고 풍류를 즐기다

김동관 씨가 처음 아코디언을 배우기 시작한건 무려 40여 년 전, 198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청주에서 행정직 공무원으로 재직하던 김동관 씨는 “당시만 해도 청주에서는 아코디언을 가르쳐 주는 곳도, 연습할 수 있는 공간도 없었다”며 “주말마다 서울, 판교, 성남 곳곳을 다니면서 아코디언을 배웠다”고 말했다. 그렇게 배우기를 수년째, 김동관 씨는 어느새 청주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아코디언 ‘실력가’가 됐다. 이렇게 열정적으로 아코디언에 빠지게 된 매력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도대체 아코디언의 매력은 뭘까? 김동관 씨는 서슴없이 말한다. “굴곡 없는 인생살이가 어디 있겠습니까. 올라갈 때가 있으면 내려갈 때도 있고, 또 내려갈 때가 있으면 올라갈 때도 있는 것이죠. 다른 악기와 마찬가지로 아코디언도 똑같습니다. 리듬이 우리 인생과 닮았습니다. 인생과 행복을 노래하고 풍류를 즐길 수 있는데 무엇을 더 바라겠습니까? 인생 살면서 악기 하나쯤 배우고 가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아코디언으로 인생과 행복, 풍류를 즐길 수 있다니 어찌 연주하지 않을 수 있을까. 누군가에게는 과거의 향수를 느끼게 해주고, 또 누군가에게는 인생과 풍류를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아코디언. 악기든 사람이든 세상사 흐름 속에서 생기고 사라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노릇이지만 우리마음을 풍요롭게 하고 감동을 주는 것이 사라지는 것은 참으로 아쉽다. 아코디언도 우리 마음을 움직이는 흔치 않은 악기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오늘 한번 아코디언이나 배워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