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꿈틀꿈틀’ 생각의 씨앗이 태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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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련된 가사는 아니다. 다듬지 않아 노래를 할 때 투박한 느낌마저 든다. 그래도 웬지 정겹고 마음이 간다. 부드러운 느낌은 없지만 이 노래엔 아이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숙제를 안 해 벌 받는 아이의 힘든 마음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숙제’라는 노래는 월드비전 용암종합사회복지관 징검다리아동도서관에서 남주민 학생이 만든 노래다. 숙제를 못해 손들고 서 있어야 하는 힘든 상황을 누구보다 잘 표현했다. 귀여운 마음에 웃음이 절로 난다. 요즘 동요라 하면 두 가지 생각이 든다. ‘깔끔한 가사’, ‘딱 맞아 떨어지는 멜로디’. 너무나 깔끔하고 딱 맞아 떨어지는 음 때문인지 사실 요즘 아이들에게 동요는 낯설다. 정형화된 가사와 멜로디는 아이들에게 더 이상 깊은 감흥을 주지 못한다. 나무랄 데 없는 모범적인 노래지만 그만큼 현실적이지 않고 공감할 수 없다. 나만의 노래, 내가 느끼는 감정을 그대로 표현한 노래가 있다면 어떨까? 얘기가 달라진다. 비록 세련되진 않지만 내 마음이 그대로 녹아있는 노래라면 얼마나 설레고 재미있을까? 특히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만의 노래라니, 솔깃하지 않을 수 없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만의 동요

내가 지은 시에 멜로디를 붙여,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동요를 만들어주는 곳이 있어 화제다. ‘월드비전 용암종합사회복지관 징검다리아동도서관(이하 징검다리도서관)’이 지난 2014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이른바 BMW(Book & Music in Worldvision) 사업 얘기다. BMW란 말 그대로 책(Book)과 음악(Music)을 합친 말로 징검다리도서관을 다니는 학생들이 직접 쓴 싯구에 멜로디를 붙여 노래를 만든다는 의미다. 일명 ‘꿈틀꿈틀 놀이터’다. ‘생각의 싹’들이 꿈틀꿈틀 자란다는 뜻으로 이런 이름을 지었다. 2014년에 만든 ‘징검다리도서관 아이들의 동시와 노래모음 꿈틀꿈틀 노래 모음’에는 무려 41편의 노래가 실려 있다. 게임을 하면서, 청소기를 보면서, 때로는 연필을 보면서 느낀 생각과 느낌을 고스란히 적었다. ‘내 손은/글을 써야 하고/장난도 쳐야 하고/주먹질도 해야 하고/턱도 괴어야 하고/밥도 먹어야 하고/휴대폰을 만져야 돼서/무지/바쁘다’, ‘달 중 가장 큰 달은 슈퍼문/슈퍼문은 대두이다/얼굴이 크기 때문이다/나는 슈퍼문이 아니어서 다행이다’, ‘선생님 저는요~/사양할게요/공부~/사양할게요/청소~/사양할게요/심부름~/사양할게요/이러면 선생님은 어떤 표정일까?’



꿈이 이뤄지는 징검다리

어찌 이보다 더 솔직할 수 있을까? BMW를 기획한 징검다리도서관 김소영 사서는 “요즘 동요는 예쁘지만 공감이 안 가는 것도 많다”며 “그래서 아이들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시를 노래로 만들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물론 처음에는 ‘이 사업이 정말 될까?’ 하는 생각도 들었단다. 시는 아이들이 쓴다고 해도 멜로디를 붙여야 하는데 그게 정말 가능할지 걱정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용암복지관의 지원으로 BMW는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었다. 아이들은 5~6개월에 걸쳐 글쓰기 공부를 한 후 시를 쓰고 전문 작곡가의 도움을 받아 멜로디를 붙였다. 이묘신 동화작가와 서원대학교 실용음악과 학생들, 최성수 작곡가 등 참 많은 이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김소영 사서는 “2014년에 이어 2015년, 2016년에도 꾸준히 꿈틀꿈틀을 이어오고 있다. 이제는 아이들이 먼저 나서서 한다”며 “올해도 10여 편의 시에 음을 붙여 노래를 만들 계획”이라고 활짝 웃었다. 한편 징검다리아동도서관에서는 BMW 이외에도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중학생, 초등학교 5~6학년 아이들이 초등학교 1~2학년, 유치원 동생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활동을 비롯해 동화구연, 책을 읽고 내용을 요약해 보는 독서마라톤, 동화책에 나오는 등장인물을 직접 바느질로 만들어보는 인형 만들기 등이다. 김소영 씨는 “징검다리 도서관은 책이 아이들의 꿈을 키워나가는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는 뜻에서 지어졌다”며 “아이들이 책과 관련된 다양한 활동을 통해 올바르게 자라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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