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내안의 평화, 그대와 함께 그리고 나마스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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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이 들어가고 나가는 통로’를 ‘얼굴’이라 했던가?
얼굴은 그 사람의 정신세계를 알 수 있는 척도가 된다. ‘얼굴이 좋은’ 사람을 만나면 나까지 덩달아 좋아진다. 행복한 얼굴을 만나면 나도 행복해지고, 또 우울한 얼굴을 만나면 나도 어느새 우울해진다. 그를 만났을 땐 한없이 평화롭고 인자해지는 느낌이었다. 진한 쌍꺼풀에 유난히 맑고 선한 눈망울, 상대방을 지긋이 바라보는 미소, 조곤조곤하면서도 울림이 있는 목소리. 그는 어찌 보면 노스님 같기도, 또 어찌 보면 순수한 어린아이와도 같았다. 2014년부터 날마다 밴드 등 SNS(사회관계망)을 통해 3000여명에게 명상 글, 시, 사진, 그림을 배달하는 사람. 바로 김병기 씨 얘기다. 그는 증평 형석중학교 국어교사이자 시인이다. ‘꽃따기’, ‘보름다리’ 등 시집을 5권이나 출판하기도 했다. 또 김병기라는 이름보다 ‘두꺼비아이’라는 뜻의 ‘섬동’으로 더 유명하다. 학생들도 섬동 선생님이라고 부른다. 독후감이나 국어시험보다 밥, 절, 길, 말 섬김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김병기 교사로부터 형석중학교에서 펼쳐지는 새날문화운동 이야기를 들어본다.






‘밥·절·길·말’ 섬기는 새날문화운동’ 통해 새날 열릴 것

새날문화운동이란 한마디로 ‘밥·절·길·말 운동’을 말한다. 고마운 마음으로 밥을 먹고, 나에게 대하듯 남에게도 겸손하게 절하고, 바른 길을 걸으며, 고운 말을 쓰면 새로운 날이 열린다는 믿음의 운동이다. 김병기 교사는 “새날문화운동은 내가 귀하듯 남도 귀하게 여기자는 겸손한 마음의 실천”이라며 “특히 절 문화 운동은 다른 사람을 존중한다는 인사의 뜻도 있지만 저의 얼을 당신에게 보낸다는 뜻도 있다”고 설명했다. 형석중학교에서 이뤄지는 구체적인 밥 문화 운동은 작게는 급식활동, 크게는 환경·생명운동으로 이어진다. 김 교사는 “한 그릇의 밥을 완성하기 위해서 생명의 이웃들이 키우는 정성을 알고 하늘과 땅이 베푸는 은혜를 깊이 생각해서 낮은 마음으로 서로 높이는 밥상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절 문화 운동은 나 자신을 사랑하듯 다른 사람도 사랑하는 활동이다. 그래서 김병기 교사 수업엔 “차렷. 선생님께 경례”라는 구호가 없다. 대신 김 교사가 “내안의 평화”라고 말하면 학생들은 “그대와 함께”라고 답한 뒤 손을 모으고 ‘나마스테’라고 말한다. 나마스테는 인도말로 ‘당신을 존중한다’는 뜻이다. 김병기 교사는 “다른 사람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를 사랑하고 존중하는 마음이 우선되어야 한다. 그랬을 때 다른 사람도 사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길 문화운동은 환한 길, 바른길, 나다운 길, 생명의 길을 가야 한다는 뜻으로 이는 학생들에게 진로·진학과 직결된다. 말 문화운동은 바른말을 사용하면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는 뜻이다. 실제 형석중학교는 다툼이나, 인터넷 줄임말·비속어 등이 거의 없는 학교로 유명하다. 1991년부터 형석중·고등학교에 재직하고 있는 김병기 교사는 새날문화운동을 형석고등학교에 이어 형석중학교로 확대하고 있다.




시, 짧은 명상글 밴드 통해 매일 배달?

‘신발끈을 매지 않고/ 멀리 그리고 빠르게/ 가지 못합니다/ 마음끈을 묶지 않고/ 기쁘게 그리고 맑게 누리지 못합니다/ 신발끈은 나를 위해 매지만/ 마음끈은 우리를 위해 묶어야/ 인연끈이 맺어져 평화를 누립니다/ 남의 끈이 풀렸으면/ 나의 끈을 먼저 살펴/ 서로 살리는 덕이 있어야 합니다/ 화가 나면/ 내 마음이 풀렸다고 여기며/ 얼른 고쳐야 남을 나무라지 않습니다’ 지난 5월 14일 아침, 밴드를 통해 3000여명에게 배달된 섬동의 편지 ‘끈’이다. 글과 함께 배달된 사진에는 끝없이 펼쳐진 모래사막에 낙타 한 마리가 서있다. 외롭게 보이는 낙타가 마치 내 모습 같아 자꾸 눈길이 간다. 김병기 교사는 2014년부터 날마다 시나 짧은 명상글을 밴드를 통해 지인들에게 배달하고 있다. 김 교사는 “공감하고 나누려는 뜻에서 짧은 글을 보내고 있는데 하다 보니 어느새 3년째”라며 “마음가는대로 쓴 글이어서 모두들 편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병기 교사의 글은 밴드 뿐 아니라 충북지역 20여개 중·고등학교, 아파트 엘리베이터, 증평군청 로비, 청주시 청렴연수원,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 소식지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특히 글에 그림을 곁들인 시화 작품은 큰 호응을 얻고 있다. 2012년에는 신동호 화백, 박양준 서예가, 오근석 화백 등 10여명과 함께 액자·엽서·시계·접시 형태의 시화 750여점을 제작해 증평지역 학교 10곳에 무료로 나눠주기도 했다. 김병기 교사는 “모든 생명은 소중하고, 나를 사랑하듯 남을 사랑하면 새날이 온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좋은 생각, 좋은 글, 좋은 행동은 세상을 바뀌게 한다”고 말했다. 김 교사는 이어 “부모들도 자녀들에게 억지로 가르치기 보다는 함께 한다는 생각으로, 아이들을 존중하는 마음, 배움과 가르침을 동시에 하는 눈높이 교육을 하면 좋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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