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공감과 통합을 이루는 아름다운 하모니
''








오케스트라, 반원형의 공간에서 무겁고 강한 울림으로 주변을 압도하며 존재의 카리스마를 발산하는 서양의 고전. 귀족적인 분위기과 비싼 입장료, 강습료 또한 만만치 않아 서민들이 다가서기엔 왠지 거리감이 느껴졌던 장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스컴을 타고 흘러나오는 오케스트라의 조화로운 음률은 뭔지 모를 품위를 자아내고 나아가 멋지게 폼 잡고 악기 하나 연주해보고 싶은 로망을 꿈꾸게 한다. 그런 오케스트라가 높아보이던 문턱을 깎아내고 이웃으로 다가섰다. 순수 아마추어 음악 동아리 청석오케스트라다. 2013년에 뮤직홈 음악 연구소와 함께 신도 및 지역주민 설명회를 거쳐 창단한 후 재정적인 문제 등 우여곡절을 겪으며 현재는 청석교회 자체 힘으로 운영해 나간다. 창단초기 12명의 회원으로 결성된 단원은 현재 26명이 활동하고 있으며 연령대는 초등학생부터 50대 까지 다양하다.




초등학생부터 어르신들까지 음악에 대한 열정만 있다면 누구나 배울 수 있다

대부분의 오케스트라 입단은 오디션이 필수이지만 청석 오케스트라는 오디션이 없다. 일정 기간 연주경력이나 진도 이상의 실력이 되면 바로 입단할 수 있다. 창단 동기는 예배를 돕고 정기 및 수시 연주회를 통해 지역 복지시설과 문화생활을 경험하기 힘든 농촌에 작은 연주회를 통해 문화를 접하는 계기가 된다. 그러나 교회 내에 존재한다는 편견 때문에 일반 성인들이 쉽게 마음을 열지 않는다. 지금은 방과 후 수업으로 플롯이나 바이올린에 접근성이 용이해졌지만 창단 당시만 해도 학원에 비해 악기와 강습료가 고가인 까닭에 외면했었다. 초기에는 바우처를 통해 악기와 강습료 지원을 받아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레슨의 기회를 제공하였고, 바우처 지원이 끊긴 현재는 악기대여와 수강료 일부를 교회가 지원하고 있다.
단원 김정순 씨는 아이들이 4명이다보니 사교육비 부담에 악기강습은 그저 꿈이었는데 지금은 아이들과 함께 오케스트라에 참여하고 있다. “하기 싫은데 엄마 때문에…….” 악기연주를 통해 자세 교정과 실력 등 가장 큰 변화를 겪은 축복이는 사실 첼로를 그만 두고 싶다. 아이들과 재밌게 놀다가 자리를 이탈해야 하는 것도 싫고, 움직임이 많은 성격으로 집중력이 떨어져 실력이 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포기하고 싶었지만 할 수 있다는 격려와 같이 해보자는 설득에 매번 놀고 싶은 욕구를 이겨내고 있다. 이렇듯 어린나이에 오케스트라에 입단하는 아이들은 엄마 손에 이끌려 시작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다 중학생 이상이 되면 자연스럽게 클래식을 가까이 하게 되고 오케스트라 활동을 즐기게 된다. 사실 종교단체에서 이루어지는 봉사는 그 의미와 상관없이 신앙적인 색체를 띌 수밖에 없다. 그러나 청석 오케스트라는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실질적인 지원을 함으로써 살아있는 봉사를 실천하며 지역사회의 모범이 되고 있다. 현재는 교인들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지만 주민들의 참여를 통해 소외계층에게 음악을 보급하자는 창단 이념에 맞는 오케스트라 운영을 하고 싶다. 악기 연주가 가능해도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가 없는 현실에서 내 소질을 향상시키고 재능을 기부함으로써 내적 동기를 높이고 사회에 기여하는 따뜻한 신념의 줄기 하나를 뻗어 보는 것은 어떠한가?




합주에 가장 필요한 것은 포기를 이겨낼 끈기와 다른 소리를 듣고 조율하는 능력

청석오케스트라는 초급반 중급반으로 나누어 각각 50분 레슨을 마치고 다함께 연습을 한다. 매주 토요일 오후에 레슨과 오케스트라 연습을 하고 연주회가 있을 때에는 추가로 연습과 리허설을 한다. 처음악기를 배울 때는 힘 조절이 필요하고 입 모양이 잘 맞지 않아 원하는 소리를 낼 수 없어 스트레스 받는다. 이 고비만 이겨내면 음 이탈이 줄고 익숙하게 멜로디를 연주하게 되지만 극복하지 못하고 포기 하는 사람이 많다. 오케스트라는 독주와는 다르게 화합이 중요하다. 그래서 다른 악기의 소리를 잘 듣고 리듬에 맞춰 조화로운 소리를 내야 하므로 귀로 듣는 음악을 자연스럽게 터득하게 된다. 또한 박자리듬을 익히게 되고 더 나아가 음악에 대한 감각을 키울 수 있다. 청석은 연령층이 다양하고 실력 차이가 있는 아마추어 단체이다 보니 타인의 연주에 맞게 조율하며 곡을 완성해야 하므로 연습할 때 엄청 힘들다. 그러나 연주를 마친 후에 해냈다는 자신감과 뿌듯함이 샘처럼 고였다가 정기 연주회 때 쌓아온 노력들이 폭발적으로 터지며 뜨거운 감동으로 흘러넘친다. 그것이 쉬고 싶은 욕구를 이겨내고 노력에 공들이는 이유이며 오케스트라를 이끄는 강력한 동기인 것이다.


음악을 통해 가족의 화합을 이루고 결혼식에서는 연주가로 변신~

70세 후반에 첼로를 배워 봉사하는 이모부를 보며 도전해보고 싶은 용기를 냈다는 김경화 씨는 3년 전 아이들과 함께 악기를 배우기 시작했다. 음악을 통해 사회의 빛과 소금이 되기를 소망하며 음악을 즐긴다. 김 씨는 “많이 연습할 시간이 없어 잘하지 못하지만 꾸준히 하다 보니 아이들과 함께 호흡을 맞출 수 있고 가족 모임에서나 결혼식에서 축주를 해줄 수 있어 기뻤어요. 오케스트라 실력이 향상되면 중흥공원이나 망골 공원 무대에서도 연주회를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시간이 흘러 하얀 백발이 되어도 클래식을 전파하며 봉사하고 싶어요” 라며 바람을 소원한다. ‘청석 오케스트라’는 협동과 자제 각자의 파트에서 역할에 충실함으로써 공감과 통합을 이룬다. 오케스트라는 여러 악기들과 협력해서 밸런스를 맞추고 아름다운 음악적 조화를 이룸으로써 청중들에게 큰 기쁨과 감동을 선사할 수 있다. 그러므로 단원들은 서로의 악기소리를 의식하면서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전체적인 선율을 조율하며 감동을 선사한다. 팽배해진 개인주의로 정서가 메말라 가는 우리 사회에서 음악이라는 열정하나로 뭉친 아마추어단원들. 반듯하게 줄을 맞추지 못한 듯 완전체의 리듬을 자랑할 수 없으나 지휘자의 손끝 아래 각자의 자리에서 나타내는 선율의 아름다움을 아는 단원들은 협동하고 자제하며 자기의 역할에 충실함으로써 공감대를 형성하고 음악으로 하나의 작은 세계를 만들어 간다. 이것이야 말로 우리 사회에 절실히 필요하고 추구하는 진정한 통합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해당 카테고리의 다른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