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렸을 적 누구나 꿈을 그린다. 머릿속으로 자신이 어른이 되었을 때의 당당하고 멋있는 모습으로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 용감한 경찰, 화마와 싸우는 소방대원, 멋진 디자이너. 그 꿈을 그리고 상상하는 어린 나의 모습은 가슴이 벅차 오르고 모든 것을 다 이룰 수 있을 것 같은 순수함 그 자체였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한 노력은 어린 아이에게는 그저 꿈꾸고 상상하는 일이 다였었다. 그저 꿈꾸고 상상한 꿈을 이루는 것은 어른이 되면서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된다. 그리고 꿈과는 점점 멀어진 삶을 살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그 꿈을 이루기 위해 하루하루 노력하고 있는 미래의 디자이너들이 있다고 해서 찾아보았다.
충북대 조형미술학과 1층 교복을 입은 어린 학생들이 가득 모여있다. 풋풋한 대학생들보다는 애되보이는 고등학생들의 눈은 기대에 가득 차 있다. 충북 예술고등학교 2학년들의 미술작품전 오픈식을 기다리고 있는 학생들이었다. 그저 미술이 좋아 그림을 그리고 디자인하며, 조형물로 표현해 냈던 학생들이 자신만의 생각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작품을 표현해 내고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보여주는 첫 날이었기에 아이들의 표정은 어렸을 적 꿈을 머릿속으로 꿈을 꿨을 때의 순수한 표정으로 기대에 가득 차있다. 오픈 행사가 진행되고 테이프 커팅이 끝나자 환호와 함께 우르르 아이들의 꿈이 가득한 전시실로 한 다름에 모여든다.
이번 전시의 주제는 ‘我-발견’ 이다. 아이들의 주제로 다소 어려운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은 전시실을 들어설 때 날아가 버린다. 저마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나를 발견하기 위해 노력한 기색이 역력하다. 기대 이상이었다. 충북예술고등학교 김미영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입시가 아닌 자신만의 작품을 그려낼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었습니다. 가장 자기 자신을 돌아 보고 생각해 보아야 할 청소년 시기에 입시에 지친 아이들의 모습이 안타까웠습니다. 아이들에게 조금 더 자신을 돌아 볼 수 있는 기회를 주고자 많은 고민을 통해 주제를 정하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이 자신을 돌아보며 자신만의 작가로써의 방향을 설정해 나아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실패를 격어 보며 한층 성장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아직은 완벽한 작품이라기 보다는 아이들이 성장하는 과정을 담은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앞으로 아이들이 더 큰 꿈을 키워 나갈 수 있는 발판이 될 수 있는 작품전이란 생각으로 보아 주셨으면 합니다.” 김미영 선생님의 말 한 마디 마디마다 아이들을 생각하는 선생님들의 사랑이 느껴졌다. 이번 전시회는 한국화, 서양화, 조소, 디자인 각 4가지 분야의 방식으로 ‘我-발견’을 작품의 사이즈, 소재를 제한을 두지 않고 표현해 내었다. 그래서인지 단일화 되고 평면적인 작품이 아닌 입체적이고 다양한 재료로 자신만의 ‘我-발견’을 표현해 낸 작품들이 눈에 띈다. 작품을 표현한 방식만큼이나 작품은 준비한 학생들의 꿈은 당차고 심지 있다.
입생로랑 립스틱을 포도를 주제로 알폰스무하의 작품의 아르누보양식으로 표현한 매력적인 그림이 눈에 들어온다. 작품을 어떻게 준비하게 되었는지 물었다. “우연한 기회에 알폰스무하의 작품을 보고 영감을 받아 이번 작품을 준비했습니다.” 당당하고 똑 부러지는 말투로 대답한다. 그 주인공은 미술과 2학년 대표 김은희 학생이다. 김은희 학생에게 앞으로의 꿈을 물었다. “전 인간을 위한 디자인을 하고 싶습니다. 수업시간에 Q-drum에 대한 동영상을 본적이 있습니다. 먹을 물을 길러오기 위해 수십키로의 길을 걷는 아이들이 들고 올 수 있는 물의 양은 한병 뿐이었습니다. 작은 몸집에 들고 올 수 있는 물의 양은 많을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Q-drum은 50리터의 물을 담아 손쉽게 이동할 수 있는 사람을 위한 디자인이었습니다. 영상 한편으로 제 디자이너로서의 꿈이 확실해 졌습니다.” 매력적인 작품만큼 당당하고 반짝이는 눈빛으로 자신의 꿈을 말하는 모습은 어린 학생이라고 생각되기 보다는 어엿한 한 명의 디자이너로 반짝인다.
또 다른 작품을 보기 위해 전시관 안쪽 따로 마련된 전시관을 들어 섰다. 마치 독수리가 공중에 떠 있는 듯한 영상이 비상하는 독수리의 울음소리와 함께 진짜 독수리가 날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작품의 제목은 ‘What is the limit’. 작품은 여느 작품과 달랐다. 직접 그린 그림을 컴퓨터 작업을 통해 영상으로 만들고, 영상을 입체로 보일 수 있는 유리 장치를 만들어 평면이었던 독수리가 입체로 변신했다. 늙은 독수리가 더 이상 날 수 없게 되었을 때, 자신의 낡은 깃털과 부리, 발톱을 엄청난 고통을 감수하고 뽑아내고 다시 돋아날 때까지 버텨내면 몇 백 년은 더 살 수 있다고 한다. 고통을 감수하고 수명의 한계를 뛰어넘는 독수리의 이야기를 듣고 자신도 스스로의 한계를 뛰어넘고, 자신의 생각 한계가 아닌 진짜 자신의 한계가 어디인지를 돌아보며 작품을 준비했다고 한다. 어리게만 보았던 고등학생이 아니었다. 장차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광고디자이너가 되겠다는 송재우 학생은 당차고 심지 있었다.

사람을 위한 디자인을 하고 싶은 김은희 학생(좌),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광고디자이너가 되고 싶다는 송재우 학생(우)
“처음 그림을 시작하게 된 것은 아버지의 권유였지만 그림은 제가 방황하고 힘들 때 힘이 되어 주는 친구이었습니다. 이제는 그 그림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힘을 주고 싶습니다. 살기 힘들다. 꿈꾸기 힘들다. 자국민들이 스스로 헬조선이라는 말을 만들 정도로 한국을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습니다. 한국이 자랑스럽고 살기 좋은 나라라는 것은 모두에게 알리고 싶습니다. 해외뿐만 아니라 자국민들에게도 말입니다. 한국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는 광고디자인을 하고 싶습니다. 광고 하나로 사람들의 생각을 인식을 바꿀 수 있는 광고디자이너가 되는 것이 꿈입니다.” 송재우 학생은 말하는 내내 소신이 있고 확신이 있었다. 작품만 보아도 자신감이 넘친다. 자신만을 꿈을 이상이 아닌 현실로 만들어 내고 있는 모습에 절로 흐뭇해 진다. 이번 전시회를 보다 보니 그림이 좋아서 그림을 시작했던 어린 학생들이 이젠 스스로를 돌아보며 자아를 찾아내고 진짜 디자이너로써 변화하고 성장한 모습이 작품 하나하나마다 담겨 있음이 느껴졌다. 많은 시간을 아이들 스스로 생각하고 고뇌하며 작품으로 표현해 완성해 낸 모습처럼 당차고 심지있는 그들의 꿈이 현실로 완성되는 날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