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느리게 흐르는 시간에 잠긴 예술 ‘서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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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름 빠름~~ 속도를 내지 못하면 살아남지 못할 것 같은 세상. 속도가 곧 경쟁력인 세상에서 시간을 늦추고 마음을 그리듯 정성껏 먹을 찍어 붓을 내리는 서예 수강생들을 만났다. 용암동 동사무소 문화센터의 서예 수강생들의 대부분이 지긋한 연세여서인지 자유롭고 편안한 분위기, 어른 특유의 따뜻함으로 서로를 지지하며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서예는 같은 시간에 수업을 시작해도 개인의 연습량과 노력에 따라 월등한 차이를 보이므로 진도가 모두 다르다. 그래서 수업의 방식도 체본을 바탕으로 집에서 연습하여 가장 잘 써진 것을 가지고 나와 개인 지도를 받는다. 수강생 대부분은 여가 시간을 활용하여 친구도 사귀고 마음을 수양하기 위해 나왔다. 서예의 느낌을 묻는 질문에 이구동성으로 본연의 나를 만나는 힐링의 시간이라고. 서예를 할 때는 몰입할 수 있어 잡념에 시달리지 않고 시간의 흐름을 느낄 수 없다고 한다. 점하나 찍는 것에도 온힘을 기울이고 정성을 다해 획을 긋는 모습에 인고의 세월을 곱씹는 듯 고귀한 삶의 깊이가 느껴진다.




서예와 함께 해온 30년 외길 인생 홍재기 선생이 말하는 서예

용암동에서 혜원서예학원을 운영하는 홍 선생님은 충북 서예협회 지부장으로 각종 서예대전에 수상 경력이 많다. 또한 문인화, 서각, 켈리 등 서예와 관계된 교육을 두루 섭렵하여 차별화된 실력을 가지고 있다. 서예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필법이지요. 글씨를 잘 쓰는 것은 중요하지 않아요. 잘 써야겠다는 생각과 빨리 배우고 싶은 조바심을 버리고 붓을 움직이는 법을 잘 익혀 그 원리에 맞게 쓰다 보면 모든 서체를 서서히 익히게 되고 자연스럽게 실력이 늘게 됩니다. 무엇보다 서예는 움직임이 많은 아이들의 자세를 교정해주며 인내력과 집중력을 키워 줍니다. 중학교 이후 공부는 오래 앉아 있기 싸움이라고 하쟎아요. 서예를 배우면 자신을 컨트롤하는 능력이 생겨 스트레스를 관리할 수 있어요” 혜원서예학원 수강생 중에는 서예를 배우며 수양한 것들을 토대로 차별화된 자소서를 제출하여 좋은 평점을 받기도 했다. 홍 선생님은 학교를 졸업하는 제자들에게 붓으로 병풍처럼 길고 아름다운 편지를 써준다.
분주한 성격의 개구쟁이였던 신이찬 군은 서예를 배우며 안정을 찾고 공부에 몰두할 수 있었다. 졸업식 때 받은 선생님의 편지에 큰 감동을 받고 평생 간직 하고 싶다며 자신도 아이에게 정성과 사랑이 담긴 편지 써야겠다고 한다. 홍 선생님은 앞으로 다양한 전시회를 계획하고 있고 서예봉사를 통해 후덕한 어른으로서의 명예로운 노후를 준비 중이다. 요즈음 어른이 된다는 것은 나이만 채워서 되는 것이 아님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인격 수양을 통해 자신을 세우고 이웃에게 가진 것을 나눔으로써 본받고 싶은 사회의 큰 어른이 되어 자연스럽게 우러나는 존경과 우러름으로 존재해야 할 것이다. 서예 수업은 용암동 동사무소 문화센터에서 월,수,금 오전에 수강할 수 있다. 수강생 기준은 20명, 초급자 우선이고 센터에 일정의 회비를 내면 된다. 서예학원은 수시등록이 가능하고 월 십만 원의 수강료로 서예와 켈리, 한문 급수시험 과정을 공부하며 방학 특강 반을 운영 중이다.




선비들이 인격수양을 위한 필수적 교양학문 서예로 삶의 질을 높인다

서예는 붓을 이용해 글자의 점, 선을 조형적으로 구성하는 예술로 단정한 마음가짐과 자세를 바탕으로 해서 정서 순환과 인격 형성에 도움을 준다. 또한 글자를 구성하고 배치하는 과정에서 생각이 차분하고 가지런해지며 생각하는 힘이 증진되므로 치매 예방을 할 수 있고 인, 충, 효에 관계된 좋은 글귀를 접하면서 마음이 정화되는 효과가 있다. 또한 글자의 구성과 배치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사고의 힘을 키우고 붓의 강약을 조절하며 집중해야하므로 호흡조절을 통해 신체도 단련된다. 이렇게 서예를 통해 심성이 닦인 아이들은 감정을 조절할 수 있어서 사춘기를 무난하게 넘기기도 한다. 서예를 통해 몸과 마음 정신을 함께 수련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어르신들에게는 치매예방에 좋고 아이들은 인내심과 사고력 증진에 큰 효과가 있다. 서예는 선조들이 심신을 수양하던 교양과목으로 서예를 공부했다. 특히, 선비들의 정신 수양에 있어 필수적인 교양이자 학문으로 양반들의 여가생활의 도구였다. 현재는 영어 수학에 밀려 고전의 교양 정도로만 생각하게 되었지만 몇 년 전만 해도 서예는 초등학교 방과 후 수업에 70~80명이 수강할 정도로 인기가 있었다. 그러나 특기적성수업이 철회되며 학생 수가 급격하게 줄었고 성과가 늦게 나타나는 서예의 특성상 부모들의 관심에서 밀려나 하나둘 문을 닫는 학원이 늘어간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고 하지 않았던가? 당장의 결과를 바라보고 학습에만 치중하다 보면 진짜 중요한 것을 놓칠 수도 있다. 부모는 아이들의 부족함을 알고 그 필요를 충족해 줄 수 있어야 하지만 먼저 사람의 됨됨이와 삶의 지혜를 갖추도록 교육해야 한다. 서예가 인간 본연의 모습인 사람다운 “나”를 찾는 교육으로 인격을 도야하고 삶의 질을 높여줄 수 있다면 인성을 토대로 지식의 성장을 지향하는 참 교육의 토대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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