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마침내 “근·현대史를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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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엄마 나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요. 눈을 감으면 어느새 나는 내 고향 평양 집 마루에 앉아있습니다. 아 달콤한 냄새, 기분 좋은 바람. 해가 산꼭대기로 넘어가려는데, 머리 위에 잔뜩 물건을 이고 장사하러 나간 엄마는 아직 돌아오지 않습니다. … 엄마 나 올해는 꼭 집으로 돌아갈 겁니다. (중략) …….”




여든이 넘어 아흔을 바라보는 할머니가 ‘엄마, 엄마…’를 애처롭게 부르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어느새 눈가엔 눈물이 고이고 13살 어린 소녀가 당했을 끔찍한 고통을 생각하며 말을 잇지 못한다. 바로 길원옥 할머니 이야기다. 길원옥 할머니는 1941년 13살 어린나이에 일본군에게 끌려가 일본제국주의 성노예로 5년간 갖은 고초를 겪으며 아픈 세월을 견뎠다. 길원옥 할머니는 하루에 50명 가까운 일본군에게 짓밟히며 ‘짐승만도 못한 삶을 살았다’고 말한다. 그리고 80년 가까운 세월동안 일본의 ‘진심어린 사과’와 ‘진짜 해방’을 여전히 기다리고 있다고 전한다. 그러면서 이렇게 이야기한다. “아직 전쟁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아직 해방되지 않았습니다.”


일본군성노예부터 4·3항쟁까지 근·현대사 다뤄

머리가 희끗희끗한 참석자들도 연신 눈물을 훔치며 슬픔을, 아니 슬픔을 넘어 분노를 느낀다. 지난 8월 28일 충북문화재단 5층 대회의실에서는 ‘실현되지 않은 정의-일본군성노예 피해자들의 인권회복1’이라는 주제로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윤미향 상임대표의 강의가 있었다. 윤미향 상임대표는 이날 강의에서 20만 명으로 추정되는 수많은 어린 소녀들이 일본군에게 끌려가 얼마나 끔찍하게 유린당하고 고통받았는지 실제 피해자들의 생생한 증언을 토대로 강의를 진행했다. 윤 대표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위안부’, 또는 ‘정신대’를 ‘일본군성노예’라고 규정짓고 일본군성노예 문제가 역사 속에서 왜, 어떻게 자행됐는지에 대해 설명했다. 윤 대표는 이어 “일본군성노예는 계급·민족·성문제가 다 녹아있는 아주 심각한 범죄행위”라며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우리가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날 강의는 궂은 날씨로 인해 많은 인원이 참석하지는 못했지만 실제 피해 할머니들의 육성녹음과 영상을 본 20여명의 참석자들은 깊은 감동을 받았다.




문화는 시대의 정치·경재·사회를 반영

충북민예총 충북문화예술연구소는 8월 28일부터 오는 12월 4일까지 매달 2회씩 ‘근·현대史를 보다’라는 주제로 인문학강좌를 연다. 윤미향 대표의 강의는 9회 강의 중 첫 번째로 일본군성노예 피해자의 인권회복에 대해 다뤘다. 윤 대표는 “28일 강의가 역사 속에서 성노예가 어떻게, 왜 자행됐는지 살펴본 것이라면 29일엔 그렇다면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현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인문학강좌를 계획한 충북민예총 관계자는 “역사는 과거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지리, 과학기술 등 모든 분야를 총 망라한다”며 “예술인들이 역사를 바로 알아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충북민예총이 주관하는 이번 강의는 일본군성노예부터 한국전쟁, 베트남전쟁, 4·3항쟁까지 다룰 예정이다. 특히 11월에 진행하는 4·3항쟁 강좌는 제주도 현장에서 직접 진행될 계획이다. 강의 일정과 주제는 다음과 같다.
제 1강 : 8월 28일 ‘실현되지 않은 정의-일본군성노예 피해자들의 인권회복 1(윤미향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상임대표)’, 제 2강 : 8월 29일 ‘실현되지 않은 정의-일본군성노예 피해자들의 인권회복 2(윤미향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상임대표)’, 제 3강 : 9월 25일 ‘한국전쟁과 민간인학살 1-도망가라는 신호였는데…(충북역사문화연대 박만순 대표)’ , 제 4강 : 9월 26일 ‘한국전쟁과 민간인학살 2-청주형무소 불타던 날(충북역사문화연대 박만순 대표)’ , 제 5강 : 10월 23일 ‘3578㎞ 추모와 기념사이-베트남의 전쟁 기억과 한국의 전쟁기념(한베평화재단 구수정 상임이사)’ , 제 6강 : 10월 24일 ‘베트남, 학살, 나의 기록(한겨레21 고경태 기자)’ , 제 7강 : 11월 27일 ‘제주 4·3의 전개와 의미(제주 4·3창작음악순례 최상돈 음악감독)’ , 제 8강 : 11월 28일 ‘제주 4·3과 예술(제주 4·3창작음악순례 최상돈 음악감독)’ , 제 9강 : 12월 4일 ‘역사에 대한 예술가의 시선(이철수 판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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