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밥상을 공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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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는 감히(?) 해 먹을 수 없는 요리라고 생각했던 아구찜. 오늘은 공동부엌 ‘햇살’에서 아구찜을 요리하는 날이다. 이미순 강사의 설명대로 수강생들은 일일이 재료를 씻고 다듬고 썰면서 하나하나 따라한다. 당연히 사먹는 요리인줄로만 알았던 아구찜을 내 손으로 직접 만들다니 여기저기서 감탄사가 나온다.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고 뿌듯한 마음에 사진 찍느라 정신이 없다. 깔깔깔 웃음소리도 들린다. 아구찜 요리가 생각보다 너무 쉬워 ‘집에 가서 당장 해보리라’ 다짐하는 이들도 있다. 청주시 서원구 성화동에 있는 공동부엌 ‘햇살’에서 진행된 ‘주민건강요리교실’ 풍경이다.




청주시민이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공간

‘공동부엌이라고?’ 부엌을 공동으로 사용하다니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공동부엌 ‘햇살’은 말 그대로 청주시민이라면 누구나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 부엌을 말한다. 친구와, 이웃과 차 마시며 수다도 떨 수 있고 좋은 사람과 밥도 같이 해먹을 수 있다. 심지어 배달음식을 시켜먹어도 된다. 거창하진 않지만 즐겨먹을 수 있는 요리도 배우고 평소에 고마운 이가 있다면 정성 가득한 밥 한 끼를 내 손으로 직접 지어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이다. 재료만 가지고 온다면 이 모든 것을 누구나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특히 모임이나 회의, 파티, 잔치를 위해 공동부엌을 단독으로 사용하고 싶을 때는 개인은 1만원, 단체는 3만원만 내면 3시간 동안 이용할 수 있다. 햇살을 운영하고 있는 안은주 씨는 “전기세 및 부엌 유지비용으로 이용료를 받고 있다”며 “미리 예약만 하면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유경제 활성화, 공동체 만들기 일환

청주시 서원구 성화주공 4단지 관리사무소 2층에 문을 연 공동부엌 햇살은 ‘사회적협동조합 일하는사람들(이하 일하는사람들)’이 운영하고 있는 공간이다. 그동안 성화주공4단지 관리동의 물품보관소로 사용해왔던 장소를 LH공사로부터 무상으로 임대받아 최신설비는 물론 야외 가든까지 갖췄다. 공유경제 활성화 및 나눔과 아파트공동체 만들기를 목표로 하고 있는 햇살은 지난해 행정자치부가 공모한 ‘어르신 및 아파트공동체 활성화 사업’에 선정됐으며 총 8000만원(국비4000/시비4000)의 사업비로 운영되고 있다. 현재 햇살에서는 사연이 있는 밥상, 주민건강 요리교실, 공동밥상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일하는사람들 이상엽 상임이사는 “프로그램에 주민들의 관심이 많다”며 “현재 진행하는 프로그램 이외에도 1인 가구, 독거노인이 많은 아파트 환경을 고려해 앞으로는 스스로 쉐프, 아동건강요리, 환자식 요리, 주민요리나눔방 등 요리 기초지식을 갖출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이사는 이어 “주민이 함께 준비하고 즐길 수 있는 ‘아나바다 장터’와 ‘주민축제’도 계획하고 있다”고 전했다.



훈훈한 감동 주는 프로그램


현재 햇살에서 진행하고 있는 ‘주민건강요리교실’과 ‘사연이 있는 밥상’이 인근 주민들에게 인기다. 매주 수요일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진행하는 주민건강요리교실에는 신청자가 많아 대기자도 있는 상태다. 닭날개조림, 아구찜, 김밥 등 사실 햇살에서 그동안 진행했던 메뉴는 그렇게 특별한 음식은 아니다. 하지만 일반 가정에서 즐겨 먹을 수 있는 메뉴로 맛깔나는 요리법을 전수받을 수 있다. 주민건강요리교실은 보통 문화센터에서 흔하게 진행하는 요리교실 프로그램과 흡사하지만 그렇게 전문적인 요리교실은 아니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레시피도 어찌 보면 정석이라고 할 수 없고 강사도 전문적인 자격증이 있는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그래서 더 마음이 가고, 그래서 더 편하다. 이상엽 이사는 “오랫동안 요리에 종사하거나 관심이 있는 분을 강사로 모신다”며 “오랜 경험 속에서 얻은 노하우를 전수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강사도, 수강생도, 메뉴도 매주 바뀐다. 특히 한 달에 두 번 진행하는 ‘사연이 있는 밥상’은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가족, 지인들에게 음식과 함께 마음속 메시지를 전달하는 프로그램으로 신청자가 직접 요리한 음식을 초대한 사람에게 대접하고 영상편지를 통해 고마움을 전달한다. 요리에 자신이 없어도 괜찮다. 이상엽 이사는 “전문가가 도와줘서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다. 주로 한정식을 대접하고 있다”며 “신청자가 미리 사연을 보내면 선정해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동부엌 햇살은 분명히 신선하지만 조금은 이색적이고 낯선 개념이다. 그만큼 운영상에 있어서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햇살을 통해 옆집사람들과 조금 더 가까워질 수 있다면 무엇을 더 바랄까? 오늘 햇살에 한번 놀러가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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