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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깝지만 이국적인 북한의 겨울 별미들

  • 여행의 묘미는 낯선 사람, 낯선 풍경, 낯선 음식일 것이다. 그러한 것을 우리는 ‘이국적(異國的)이다’라고 표현한다. 그런 면에서 우리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북한은 가까우면서도 이국적인 곳이다. 우린 이곳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을까? 밥과 국을 먹고 겨울이 되면 김장을 하지만 서울, 경기도, 강원도, 충청도, 경상도, 전라도, 제주도의 음식 맛이 다르고 특색이 있듯이 북한 역시 각 지역별로 특색 있는 음식들이 있다. 평양 지방의 향토음식인 평양냉면은 메밀가루로 만든 국수를 찬 육수에 말아먹는다. 애호가들의 음식, 평양냉면 면을 찬물에 말아먹는 음식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 중에 가장 잘 알려진 것은 냉면이다. 요리명 자체가 차가운(冷) 면(?)인 냉면은 평양에서 먹던 평양냉면이 유명했다. 냉면이라는 단어는 장유의 『계곡집(磎谷集)』에 ‘자장냉면(紫漿冷麵, 자주빛 육수의 냉면)’이라는 제목의 5언절구의 시에서도 언급된다. 면을 차가운 물에 말아 먹으면 되는 음식이 냉면이지만 각 지방마다 특징을 지니고 있었다. 그중에서 평양냉면은 메밀로 면을 만들었다. 저마다 평양냉면을 언급하며 꿩육수, 닭육수, 소고기육수, 동치미 등을 말하며 원조, 전통을 말하고 있지만 집집마다 면을 누르는 기계가 있었으니 집집마다 솜씨를 발휘하여 육수를 만들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어떤 육수가 전통이라는 말은 무의미하다. 일제강점기 서울에도 평양냉면이 유행했는데 설렁탕과 함께 평양냉면은 배달음식으로 인기였다. 『별건곤』 48호에는 기자가 “냉면배달부가 되어서”라는 제목과 함께 냉면배달부로 취직하여 그 경험을 적은 체험기가 있었으며, 1938년 동아일보에는 점심시간에 냉면을 주문하고 오지 않아서 다시 전화를 하면 “벌써 떠났습니다”라고 응대한다는 내용이 나오는데, 이는 예나 지금이나 다름없는 풍경이다. 이런 냉면배달문화는 『임하필기(林下筆記)』 제29권에 다음과 같이 언급되어 있다. 01. 김준근의 . 한 남자가 줄에 매달려 지렛대에 등을 대고 한 남자는 국수틀에 반죽을 넣고 국수 가락을 빼고 있다. 02. 한국전쟁 당시 남으로 내려왔다가 고향에 올라가지 못한 함경도 출신 실향민들이 많이 모여 사는 강원도 속초 아바이마을 03. 옥류관은 북한 평양에 위치한 음식점으로 대표적인 음식으로는 평양냉면 및 평양온면이 있다. 순조(재위 1800~1834)가 즉위년에 한가로운 밤이면 매번 군직(軍職)과 선전관(宣傳官)들을 불러 함께 달을 감상하곤 하셨다. 어느 날 밤 군직에게 명하여 문틈으로 면(麵)을 사 오게 하며 이르기를, “너희들과 함께 냉면을 먹고 싶다.” 하셨다. 한 사람이 스스로 돼지고기를 사 가지고 왔으므로 상이 어디에 쓰려고 샀느냐고 묻자, 냉면에 넣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대답하였는데, 상은 아무런 응답을 하지 않으셨다. 냉면을 나누어 줄 때 돼지고기를 산 자만은 제쳐 두고 주지 않으며 이르기를, “그는 따로 먹을 것이 있을 것이다.”하셨다. 또 냉면과 관련된 ‘냉면당(冷?黨)’이란 단어도 흥미롭다. 평양면업노동조합과 관련된 사건기사들이 여러 편 있는데 고용주들이 월급의 10%를 삭감하자 동맹파업을 한 것이다. 그 기사들 중 1938년 12월 2일 동아일보에는 “동맹파업을 단행하여 냉면당의 머리를 앓게 하고” 있다는 구절이 나온다. 1938년 4월 27일 기사에는 불량 냉면 판매로 “냉면당으로 하여금 전전긍긍”한다는 구절이 나온다. 도대체 냉면당은 무엇일까? 그 답은 1962년 4월 1일 경향신문에서 찾을 수 있다. “냉면을 즐기는 사람은 흰 눈이 뒤덮인 추운 동지섣달에도 소위 「겨울냉면(冬冷?)」을 찾는다. 이런 냉면당(冷?黨)은 대개 북한 출신인 경우가 많다.” 즉 냉면당은 한겨울에도 냉면을 즐기는 요즘 식으로 하면 ‘냉면애호가’, ‘냉면마니아’인 것이다. 쟁반에 먹는 장국, 어복장국 어복장국은 어복쟁반이라고도 부른다. 대부분의 음식이 그렇듯 어복장국 역시 그 유래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존재한다. 어복장국의 유래에 대해서는 1926년 8월 22일 동아일보 기사에도 잘 정리되어 있다. 그 내력에 있어서는 이곳 사람들도 여러 가지 말을 하는 것을 볼진대 필경 분명히는 모르는듯합니다. 모든 사람의 내력에 대한 이야기를 종합해 들으면 어느 때부터 이 음식이 생긴 것인지는 자세히 모르겠으나 당초에는 쇠고기로 만들지 아니하고 물고기 내장들을 가지고 만든 것이라 어복(魚腹)이라고 한 것인 듯 한데 그후에는 소의 내장에다가 소의 골수(骨髓)를 섞어가지고 만들었든 모양이며 다음에는 쇠고기에다가 소의 골수를 섞어 만들어서 마침내 지금의 어복장국이 된 모양입니다.(현대어로 옮김) ‘버들치’라는 필명의 작가가 1920년대 어복장국의 유래를 평양에서 모아 ‘물고기 내장’→‘소 내장+골수’→‘소고기+골수’의 재료 변화를 이야기한다. 흥미로운 것은 평양 옥류관에서 음식을 배우고 지금은 서울에서 식당을 하는 윤종철 씨의 말에 따르면 북한 요리교본에는 ‘어복장국(소뱃살쟁반)’이라고 적혀있으며 소뱃살로 만든 우복(牛腹)장국이었는데 ‘우’가 ‘어’로 발음되면서 어복장국이 되었다고 한다. 100년 전 평양에서도 어복장국의 여러 유래가 이야기되고 있었으며 그 정확한 유래는 알 수 없고 지금도 이야기가 분분하다. 그런데 공통적으로 언급한 것은 어복장국은 아침에 먹었다는 것이며 그 음식을 담은 그릇이 독특하여 음식명칭 중에 언급되기도 하는 점이다. 평양에서 어복장국을 시킬 때는 “쟁반 하나 만들어주소”라고 말했다고 하며 지금은 어복장국이라는 이름보다 ‘어복쟁반’이라는 이름으로 더 알려져 있다. (左)어복쟁반은 놋쟁반에 갖가지 고기편육과 채소류를 푸짐하게 담고 가까운 사람끼리 둥글게 모여 앉아 육수를 부어가며 먹는 음식이다. (右)명태순대는 명태 속을 각종 야채와 쌀로 채워 북어를 말리듯 널어서 보관하였다가 쪄서 먹는 음식이다. 명태를 먹는 또 하나의 방법, 명태순대 한국전쟁 당시 남으로 내려왔다가 고향에 올라가지 못한 이들이 통일이 되면 고향에 가기 위해 모여 사는 마을들이 몇 군데 있다. 강원도 속초에 있는 아바이마을 역시 그러한 마을이다. 함경도 방언 ‘아바이’에서 이름을 따온 이 마을의 풍습 역시 강원도보다는 함경도의 것이 많다. 음식 역시 함경도식이었는데 이것이 속초일대에 퍼지게 되었고 그중 하나가 명태순대이다. 속초시장에 가면 오징어순대를 판매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명태로 만들다가 명태가 잡히지 않자 명태를 대신해 오징어로 만든 것이 오징어순대이다. 함경도에서는 명태가 많이 잡혔는데 다양한 방법으로 명태를 가공, 보관하였고 그에 따라 파생된 음식도 다양하다. 그중 하나로 명태 속을 각종 야채와 쌀로 채워 북어를 말리듯 널어서 보관하였다가 쪄서 먹는 것이 명태순대이다. 명태순대를 만드는 법은 지역과 개인별로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손질한 명태의 간과 내장을 볶은 후 김치와 쌀을 넣고 명태의 입을 통해 명태 안을 꽉 채운다. 돼지고기를 다져 넣기도 한다. 속을 꽉 채워 빵빵해진 명태를 광에 걸어놓거나 논밭에 널어 말린다. 그러면 북쪽의 추운 날씨로 인해 얼고 녹기를 반복한다. 그래서 이것을 동태순대라고 하기도 한다. 명태순대는 찜통에 져서 순대처럼 썰어서 먹는데 이때 보에 싸서 쪄야 순대가 터지지 않는다. 손질하고 남은 명태대가리 안에 소를 채워 순대로 만들기도 하는데 이때는 보를 싸지 않고 쪄낸다. 순대를 찌기 전에 나무 망치로 두드려 뼈를 뽑아내서 만들 수도 있는데 손이 많이 가기 때문에 고급음식에 속한다. 이러한 명태순대는 함경도에서도 별식으로 통하는 음식이다. 지난 4월 남북정상회담에서 두 정상들이 만나 먹은 음식은 평양냉면이었다. 옥류관 요리사들이 만든 평양냉면은 여러 이야기를 만들어 냈으며 9월에 있던 남북정상회담에서 평양냉면은 화제였다. 평양냉면이 평양의 대표음식을 넘어 평화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한 일이었다. 평양냉면뿐 아니라 북한의 별미를 본고장에서 먹을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 기대한다. 서울에서 태어나 자랐지만 친가, 외가가 모두 이북이라 어린 시절 명절음식은 이북식이었다. 추운 겨울밤이면 가족들이 방안에 모여 이야기를 하다가 시간이 되면 할머니가 김칫독을 열고 김치 국물을 떠오셨다. 그 국물에 삶은 면을 넣고 참기름 한 방울을 넣어서 먹던 맛의 기억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더욱 진해진다. 한 해가 끝나가는 오늘 모두들 어릴 적 맛의 기억을 추억해봄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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