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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기록유산 직지-2부

2024-05-02

문화 문화놀이터


청주 문화도시조성사업 [도시이야기 여행]
세계기록유산 직지-2부
'숨겨진 운천동 이야기- 구루물 산책'

    ‘구루물 산책’은 2023 청주 문화도시조성사업 [도시이야기여행] 사업의 일환으로 제작된 단행본입니다.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운천동의 숨겨진 다채로운 발굴 이야기를 흥덕사지를 발굴한 지역 전문가를 통해 시민들에게 알리고자 엮은 책입니다. 
Cheapter4. 세계기록유산 직지
     『직지』는 현재 프랑스 파리의 국립도서관 동양문헌실에 소장되어 있다. 언제 어떻게 그 먼 나라로 건너가 있는 것일까? 우리나라의 어디에서 누가 가지고 있었던 것일까? 이것저것 궁금한 것이 많지만 모든 게 불분명하다. 다만, 프랑스로 가져간 사람은 꼴랭 드 쁠랑시(Collin de Plancy, 1853∼1922)라는 사람이었음은 분명하다. 병인양요 사건이 일어난 20년 후인 1886년 한불수호통상조약이 체결되자 초대 주한대리공사로 부임한 그는 조선에서 외교와 선교를 겸하면서 각종 골동품과 고서적을 수집해 프랑스로 가져갔다. 그의 수집품 속에는 『직지』도 포함되어 있었다.

 
꼴랭 드 쁠랑시



어떤 경로로 이 책을 수집하여 언제 가져갔는지는 알 수 없으나, 1901년에 편찬된 『한국서지(韓國書誌, Bibliographie Coréenne)』 보유(補遺)편에 실려 있는 것으로 보아 늦어도 1900년 이전에 수집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서지』는 프랑스의 동양학자인 모리스 쿠랑(Maurice Courant)이 작성한 책이다. 모리스 쿠랑(Maurice Courant, 1865~1935)은 동양학자로서 1890~1892년 주한프랑스공사관 통역관으로 근무하며 당시 주한프랑스 공사였던 꼴랭 드 쁠랑시로부터 한국 고서의 목록을 작성하자는 제안을 받아 『한국서지』 작성을 시작하였다.  모리스 쿠랑은 한국 근무를 마치고 떠난 이후에도 한국에 체류하던 구스타브샤를마리 뮈텔 주교(Gustave-Charles-Marie Mutel, 1854~1933) 등으로부터 도움을 받으며 작업을 지속하였고, 1894년에 『한국서지』 1권을 간행한 후 1895년에 2권, 그리고 1896년에 3권을 출간한 후 보완 작업을 계속하여 1901년의 보유 편까지 모두 4권으로 완성하였다. 
    쁠랑시가 우리나라에서 수집해 프랑스로 가져간 대부분의 고서는 그의 모교인 동양어학교에 기증하고, 일부는 1911년에 드루오호텔에서 경매로 팔렸다. 청주 흥덕사 간행 금속활자본 『직지』는 앙리 베베르(Henri Vever, 1854∼1943)가 180프랑에 구입하여 소장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가 죽은 다음해인 1943년에 그의 상속인에게 넘어가 관리되어 오다가 1950년경에 그의 유언에 따라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기증되어 오늘에 이른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사실을 알 수 없었고, 당연히 『직지』의 존재조차 알 리 없었다. 『직지』가 처음으로 세상에 알려진 것은 1972년에 유네스코가 정한 “세계 도서의 해(International Book Year)”를 기념하기 위해 프랑스 국립도서관이 마련한 ‘책’ 전시회를 통해서이다. 전시회를 계기로 국내에 알려져 곧바로 초중등학교 국사 교과서에 실리고, 문화재관리국에서는 5개 언어로 번역 출간하여 세계에 홍보하였다. 
    그렇다면 금속활자 인쇄물로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책인 『직지』를 간행한 곳이 바로 청주 흥덕사이므로 청주에서도 대대적인 홍보와 기념사업을 진행하였을까? 전혀 그러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청주에서 어떤 반응이 있었는지 검색되지 않는다. 당시 지역문화에 크게 관심을 둔 사람도 없었을 뿐 아니라 흥덕사의 위치를 알 수 없었으므로 동기가 부여되지 않은 측면도 있었다. 어쨌든 관계당국이나 언론 모두 잠잠하였고, 『직지』도 교과서에만 나올 뿐 일반인들에게는 점차 잊혀졌다.
    잊혀져가던 『직지』는 1985년 10월 8일에 발굴조사를 통해 ‘흥덕사’ 글씨가 새겨진 청동금구가 발견됨으로써 화려하게 부활하였다. 발굴조사 결과보고와 향후대책 마련을 위해 1986년 청주대학교박물관에서 열린 “청주 흥덕사지 학술회의”를 통해 흥덕사가 학계에 인정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1992년에는 흥덕사 터의 정비와 함께 청주고인쇄박물관을 개관하였다. 그리고 2000년에는 『직지』를 세계에 알리기 위해 “2000청주인쇄출판박람회”를 개최하였으며, 2001년에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직지』가 당당히 등재됨으로써 그 가치를 세계적으로 공인 받게 되었다.

 
직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지정 인증서


 
    흥덕사 금속활자본 『직지』를 세계기록유산에 등재시켜야 한다는 의견은 1996년 유네스코 충북협회에서 개최한 「유네스코와 고인쇄문화」라는 학술세미나에서 처음으로 제기되었다. 이 학술세미나에서의 결론은 청주지역이 고인쇄출판문화의 도시이며, 『직지』야말로 세계적인 가치가 있는 기록유산인 만큼 세계기록유산에 등재시킬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구텐베르크의 「42행성서」보다는 78년, 중국의 「춘추번로」보다는 145년이나 일찍 금속활자로 찍어낸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 인쇄본으로 세계기록유산으로서의 충분한 가치가 있기 때문이었다. 이에 따라 청주시, 청주고인쇄박물관,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유네스코 충청북도협회 등을 비롯한 관계기관들의 부단한 노력에 의하여 2001년 6월27∼29일까지 청주서 열린 제 5차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국제자문위원회의 심사에 세계 23개국 기록유산 42점이 심의 목록에 올랐고, 2001년 9월 4일 드디어 『직지』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