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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사당놀이 vs 버스킹

2018-04-27

문화 문화놀이터


남사당놀이 vs 버스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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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야흐로 노래의 시대다. '전국민의 가수화' 혹은 '나도 가수'인 시대가 열린 것이다. 1990년대 초 등장한 노래방이 결정타였다. 이후 공중파 방송의 각종 노래프로그램의 급증과 스마트폰의 급속한 확산 및 K-POP의 한류열풍등은 일상을 노래 문화로 뒤바꾸어 놓았다. 급기갸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탄생한 스타의 성공신화는, 수많은 젊은 남녀들을 노래 세계에 빠져들게 했다. 그들에게 노래는 단순한 오락이나 유흥을 넘어 꿈이 되었다. 그들의 주체할 수 없는 욕망은 이제 거리로 흘러나와, 도시의 황량하고 차가운 길거리를 생동감과 열기로 물들이며 지나는 행인을 매료한다. 특히 젊음의 거리인 홍대 주변이나 대학로는 언제부터인가 그들의 신성한 영토가 되었다. '버스킹(Busking)' 하는 사람이란 뜻의 '버스커(Busker)'가 출현한 것이다.


 버스킹 문화 확산

    버스킹은 주로 음악가들의 거리 공연을 뜻하지만, 버스킹이 일상화된 유럽과 북미 지역에서는 음악 이외에도 인형극, 연극, 마술, 코미디, 댄스, 서커스, 저글링(juggling), 행위예술 등 다양한 공연을 펼친다. 때로는 연주가나 음악과 함께 군중 앞에서 짧은 공연도 진행한다. 이는 버스킹의 본질이 자유로움·자유분방함에 있음을 뜻한다. 우리에게 버스킹은 최근 생겨난 문화는 아니다. 인디 뮤지션들은 원래부터 자연스럽게 버스킹을 해왔다. 이들은 홍대 골목을 비롯한 이런저런 장소에서 노래하며 팬들과 소통했다. 하지만 당시 버스킹이란 말은 쓰지 않았다.


上)사당패 풍속도(작자 미상)중<가두매점>. 길거리 사당패들이 소고를 치고 공연을 벌이고 하녚에서는 걸립을 하고 있다.ⓒ문화콘텐츠닷컴
下)홍대나 대학로는 물론 코엑스몰, CGV, 현대씨티아울렛, DD, 한강공원 등 전국 곳곳에 버스킹존이 생겨나고 있다.ⓒ셔터스톡


    이 용어가 유행한 건 인기밴드 ‘버스커버스커’ 때문이다. 2011년 재미로 참가했던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 시즌 3’에서 준우승하면서, 대중들에게 ‘버스킹’, ‘버스커’와 같은 단어를 익숙하게 만들고, 버스킹 문화를 확산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이후 홍대나 대학로는 물론 코엑스몰, CGV, 현대씨티아울렛,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 한강공원 등으로 ‘버스킹 존(Busking Zone: 거리 예술가들의 무대)’이 확장되었다. 지방의 경우 부산은 해운대와 광안리해수욕장, 서면, 남포동, 대구는 동성로와 김광석거리, 수성못, 여수는 여수해양공원, 교동오거리, 이순신광장, 돌산공원 등이 핫플레이스로 꼽힌다.


버스킹의 장단점
    이렇듯 버스킹 문화가 전국적으로 유행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첫째, 관객 입장에선 공짜로 음악공연을 즐길 수 있다. 팁박스에 돈을 넣을지 말지는 전적으로 본인의 선택이므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둘째, 지역상권 관련자 입장에선 주변 길거리를 매력적인 공간이자 문화 콘텐츠의 장(場)으로 새롭게 변모시킨다. 셋째, 버스커 입장에선 인지도 낮은 자신을 홍보하는 매우 간편하고 유효한 수단이 된다. 물론 단점도 있다. 첫째, 주변 상가나 지역 주민들에게 소음 등으로 인한 피해를 줄 수 있다. 둘째, 일부 함량 미달의 버스커들 때문에 다른 버스커들까지 평가절하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그래서 일정한 심사를 거친 버스커만 공연을 허락하는 제도가 대두되기도 한다. 셋째, 버스커들의 음악이 획일화되고 있다. 다양한 음악을 즐길 수 있는 것이 버스킹의 장점인데, 버스커의 입장에선 관객들의 호응을 유도하기 위해 점점 유명곡 위주로 부르기 때문이다.


한국전통의 버스커, 버스킹

    버스킹이란 용어는, 원래 1860년대 영국에서 사용하기 시작했다. 당시의 버스킹은 거리공연뿐 아니라 고용인을 찾는다는 의미도 있었는데, 부랑인들이 구걸대상을 찾는 행위를 뜻하는 말로 쓰였기 때문이다. 부랑자나 떠돌이들은 거리에서 공연하고 돈을 받아 생계를 유지했는데, 집시(Gypsy)라 불리는 유랑민족이 대표적이다. 이런 면에서 버스킹은 전 세계적으로 오래전부터 있었던 보편적 활동인 것이다.
    우리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예컨대 각설이, 유랑악사, 판소리꾼, 남사당패 등이 그들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사람이 많이 몰리는 마을의 장터나 마당에서 공연(연희)을 하며 생계를 유지했다는 점이다. 각설이는 ‘장타령(場打令, 품바타령)꾼’을 얕잡아 이르던 말인데, 음악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단순한 ‘거지’나 ‘동냥아치’로 불리는 걸인과는 구별된다. 유랑악사(流浪樂士)는 말 그대로 떠도는 악기연주자이므로 버스커를 뜻한다. 판소리꾼 역시 북을 치는 고수와 함께 장편의 극(劇)노래를 공연한다. 마지막으로 남사당패는 자생적으로 생겨난 유랑예인(流浪藝人)집단으로 일정한 거처 없이 전국을 떠돌며 공연을 펼쳤다. 이렇게 본다면 이들을 한국전통의 버스커, 그들의 공연을 한국전통의 버스킹이라 할 수 있을 듯하다.





남사당패, 현대의 버스커
    이들 가운데 지금까지 현존하면서 현대의 버스커와 가장 유사한 면모를 지닌 부류는 남사당패다. 남사당패는 꼭두쇠라 불리는 우두머리 밑으로 40~50명의 연희자(공연자)가 있으며, 독신 남성들로만 구성된 점이 특색이다. 이 남사당패의 공연을 ‘남사당놀이’라 하는데, 대개 농어촌이나 성곽 밖의 서민층 마을을 대상으로 하며, 모심는 계절부터 추수가 끝나는 늦가을까지 공연한다. 레퍼토리는 풍물, 버나(대접돌리기), 살판(땅재주), 어름(줄타기), 덧뵈기(탈놀이), 덜미(꼭두각시놀음) 등 여섯 가지다. 이 가운데 덜미가 1964년에, 나머지는 1988년에 모두 국가무형문화재 제3호로 지정되었다. 또한 2009년에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남사당놀이의 첫 번째 놀이인 풍물은 풍물놀이라고도 하는데, 꽹과리·징·장구·북 등으로 연주하는 전통적 민중악이다. 여기에 ‘놀이’가 붙는 것은 그 구성과 내용에 연희적 요소가 다분히 가미되어 있기 때문이다. 국악 세계화의 상징이자 한류의 원조 격인 ‘김덕수(金德洙) 사물놀이’는 바로 이 풍물을 무대화, 현대화한 것이다. 두 번째 놀이인 버나는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대접·쟁반·접시 등을 막대기·담뱃대·칼 등을 가지고 돌리는 묘기(妙技)인데, 직접 돌리는 사람인 버나잡이와 그의 대화상대자인 매호씨(어릿광대)와의 사이에 ‘재담(대사)’과 ‘소리(창가)’를 주고받는 것이 특색이다. 세 번째 놀이인 살판은 텀블링(Tumbling)을 연상시키는 날렵한 땅재주로 그 기예의 기본 종류가 12가지나 된다. 껑충껑충 뛰다가 몸을 틀어 공중회전하고 물구나무를 서는 등 요즘 비보잉(B-boying) 동작과 유사성을 발견할 수 있다. 네 번째 놀이인 어름은 줄꾼이 줄 위에서 여러 가지 재주를 보여주는 줄타기놀이다. 줄꾼인 어름산이가 어릿광대인 매호씨와 서로 재담(才談)을 주고받으며 기예를 보여주는 형태로 진행되는데, 현재 전승되는 기예 종류는 17가지다. 다섯 번째 놀이인 덧뵈기는 탈(가면)을 가리키는 일종의 가면극이다. 날카로운 풍자와 패러디를 보여주고, 즉흥성과 오락성이 강하며 춤보다는 재담과 연기가 더 우세하다. 거침없는 직설적 재담은 재미에만 그치지 않고 사회극으로서의 일면을 보여주기도 한다. 마지막 여섯 번째 놀이 덜미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전통인형극이다. 꼭두각시놀음 외에 ‘박첨지놀음’, ‘홍동지놀음’이라고도 하는데, 인형의 목덜미를 잡고 논다는 데서 이름이 붙여졌다. 기득권층에 대한 풍자가 주된 내용을 이룬다.



남사당놀이의 역사성과 전문성 및 보편성

    이처럼 우리의 오랜 전통을 지닌 남사당놀이는 실내가 아닌 마당이나 장터에서 음악, 묘기, 탈놀이, 인형극 등 다양한 공연을 자유롭게 펼친다는 점에서, 놀랍게도 오늘날 버스킹이 일상화된 유럽과 북미 지역의 공연 형태와 유사함을 발견할 수 있다. 또한 국내는 물론 전 세계 수많은 사물노리안(Samulnorian: 사물놀이를 즐기는 사람들)을 확보한 김덕수 사물놀이가 첫 번째 놀이인 풍물에 바탕을 두고 있고, 한국 비보이(B-boy)들의 탄성을 자아내는 비보잉 공연형태와 동작이 살판과 유사하다는 학계의 연구결과는 일반 민중을 대상으로 펼쳐진 남사당놀이의 유구한 역사성과 전문성 및 보편성을 입증하는 계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