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소식

충북지역의 정보를 한번에!

시각적 재현을 넘어서 인식의 재현을 꿈꾸는 사진작가 문호영

2019-01-10

문화 문화놀이터







    사진작가 문호영(46)은 사진에 마음을 담아내기 위해서 오랫동안 사진 이면의 요소들에 관심을 기울여 왔다. 그는 사진작품을 통해 사진이라는 매체가 제시하는 다양한 관점들과 메시지들을 전달한다. 단순히 보이는 것을 잘 찍는 한계를 넘어 현실적 메시지를 담기 위한 노력이다.
    “사진을 찍는 것은 보통 짧은 시간이죠. 그런데 긴 시간을 담고 싶어 ‘핀홀 카메라’로 촬영해요. ‘바늘구멍 카메라’라고 하는데, 가장 원시적인 구조물을 가지고 있죠. 사진작품에서 순간을 잡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잡아내고 싶어서 이 카메라를 고집해요. 마음의 눈으로 본 가까운 현실을 사진에 담기 위해서죠.”
    그는 먼저 핀홀 카메라를 연구했다. 이 카메라는 각도와 앵글 맞추기가 까다로워 사용하기 전에 많은 연습이 필요하다. 작업이 어려운 만큼 좋은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는 멋 부리지 않는 일상 모습을 사진에 담아내 시대를 기록하는 것에 열중했다. 그리고 사진이란 매체가 지닌 공간이나 시간의 압축된 형태인 표면에 집중하면서 그 이면에 달라붙은 많은 것들에 관심을 가졌다.
    리얼리즘 사진을 넘어 대상의 정신과 정체성을 담아내기 위해 욕심을 내려놓는 마음으로 찍는다. 누군가가 만들어준 지식을 따르기보다 마음의 눈으로 본 현실을 사진에 담기 위해, 자신만의 사진을 찍기 위해 노력을 기울인다.





작은 구멍으로 큰 세상을 보는 ‘바늘구멍사진기’

    그는 디지털기계에 매몰된 현재, 바늘구멍사진기를 들고 새로운 리얼리즘의 세계를 사진 속에 담는다. 디지털카메라에 비해 성능은 떨어지지만 창의성과 개성, 그리고 다양한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가져다준다.
    “바늘구멍사진기란 렌즈 없이 사진촬영이 가능해요. 렌즈대신에 작은 구멍을 통하여 선명한 상을 얻을 수 있죠. 단순하게 구멍을 열었다 닫기만 하면 그 순간이 담겨지는데, 그 매력은 디지털 광합 기술로 담을 수 없는 고유함과 독특함이죠.”
    그는 청주에서 태어나 중부대 사진영상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2004년 개인전을 열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그가 사진을 선택하게 된 이유는 의외로 단순하다. “아버님께서 사진을 하셨어요. 저는 사진관 암실에서 태어났고, 자연스럽게 사진기를 만지고 놀면서 사진작가의 꿈을 키웠어요.” 그리고는 30년 넘게 아버지가 운영하시던 ‘혜성사진관’을 이어받았다. 하지만 여기까지 오는 동안 많은 어려움도 따랐다. 당시 대학에 사진과가 많지 않아 여러 번 대학입시에 실패했다. 하지만 포기할 수 없었고, 무엇보다 사진동호회에서 만난 아내의 도움으로 중부대에서 사진을 공부했다. 그리고 지도교수님의 권유로 충북 민예총 사진위원회에 들어와 사무국장으로 활동한다.
    초기에는 일출, 일몰, 골목안 풍경 등의 일상적 삶을 다루다가 이후에는 사회적 문제로 관심을 돌리게 된다. 실제로 그의 데뷔전은 당시 환경보호단체에서 가장 화제가 됐던 ‘원흥이방죽’ 사건으로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파헤쳐진 두꺼비 생태마을에 관한 것이다. 2009년 ‘노근리전’은 시대의 아픔과 역사적 현장을 담아냈다. 그의 작품에는 지나간 시간을 기록하고 보관하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가 숨어있다. 여전히 노근리 주민들을 만나면서 현장대신 생존해계시는 어른들의 모습을 담는다.





사진은 내 삶의 증명이자, 소통의 도구

    “사진은 제 인생의 기록이고, 그 인생의 생명유지 장치라고 생각해요. 사진 속에 사건, 장소, 자연, 건물 등을 담아내지만, 결과적으로 사람으로 돌아오는 것이 제 작업의 메시지죠. 사진으로 최고의 간접경험을 줄 수 있는 그런 작가이고 싶습니다.”
    그의 작품 세계의 일차적 목표는 사실의 재현에 있다. 단순한 재현을 넘어 인식의 재현으로, 현실을 넘어선 다른 것을 포함하는 것이 이차적 목표일 것이다.
    “1955년 뉴욕현대미술관에서 진행된 “인간 가족전 The Family of Man” 이란 주제의 사진전을 보고 크게 감동했어요. 전쟁의 참상보다 전쟁 이후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이 모두 하나라는 메시자를 담고 있어요. 저 역시 국내 실정에 맞는 그런 작품전시를 갖고 싶어요. 원대한 꿈이라 오래 걸릴 거예요. 그에 앞서 생각이 같은 사람들을 만나는게 중요해요. ”
    그는 사진으로 동화되고 소통되는 삶을 꿈꾼다. 그리고 그 삶을 증명하기 위해 셔터를 누른다. 그의 작업 속에 묻어나는 감성과 지성, 의지와 열정, 꿈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들은 휴머니즘 안에서 발현될 것이다. 그는 현재 흥덕문화의 집과 양업고등학교 사진교실 강사로 있으며, ‘기록보관소’란 의미를 담고 있는 아카이브 기획전을 진행하고 있다. 여러 작가들이 같이 활동하며 하나의 공통된 주제로 작업을 하고 1년에 한 번 소규모 전시회를 연다. 소주제 ‘동행’과 ‘공감’으로 풀어내는 그의 사진작품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