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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 동네가 만들어지는 과정

2021-11-02

문화 문화놀이터


문화예술 소통과 공감의 통로 [ㅊ·ㅂ]
문화예술 동네가 만들어지는 과정
'내덕1동 도시재생뉴딜사업'

    청주시 내덕동에는 1946년부터 운영된 연초제조창 지역이 있다. 이 때문에 2004년 청주연초제조창이 완전히 폐지될 때까지 동네의 다른 이름은 ‘제조창 동네’였다. 그 말도 잘 어울리는 것이 주변의 많은 이들이 제조창의 노동자였고 한때는 번화하기도 하였다. 청주연초제조창이 폐지되고 제조창의 이름만 남아있을 무렵 2012년, 문화적 활용을 엿볼 수 있는 전시 <공?터>가 열렸다. 제조창의 마지막과 새 시작의 기점에 구본창 작가를 총감독으로 섭외하여 제조창의 지난날을 기록, 시대를 마무리하는 전시가 이루어졌다. 이후 이곳은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의 주도하에 문화공간으로 활용되었다. 격년마다 열리는 청주비엔날레의 전시 현장이 되기도 하고 일부는 국립현대미술관 수장고가 들어섰다. 어쩌면 동네의 분위기가 명확해지기 시작한 때가 바로 이 시기라고 할 수 있다. 
    제조창의 흔적이 사라지고 주위에는 예술가들이 모여들었다. 그들에 의해 여러 골목이 예술적 변화를 만들어가기 시작하였다. 이렇듯 구 제조창 건물에 대형 문화 시설들이 만들어지고 문화산업단지가 있어 많은 관련 기업들이 상주하는 곳이 형성되었다. 지금은 동부창고, 문화 제조창, 문화산업단지,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 등이 자리한 밀집 지역으로 문화예술 거점이 구축되어 제조창 동네는 새로운 이름 문화 제조창으로 불리기 시작하였다. 
 
01. 문화제조창 내 연초제조창 흔적   02.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 전경    03. 동부창고 전경

    연초제조창이 성황 할 때, 이곳 주변은 많은 제조창 근로자들이 살았다. 그리고 그들을 상대로 하는 상업 시설이 만연했고 동네 주변은 유동인구가 크게 발생했었다. 지금 문화 제조창이 문화 거점화되고, 다시 새로운 모습이 준비되고 있다. 예술가들의 자발적인 응집으로 형성된 문화 지대와 함께 청주시 도시재생센터의 주도로 <내덕1동 도시재생뉴딜사업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안덕벌(제조창 동네)예술가들의 흔적

    그중 이른바 밤고개 지역(내덕동 공항로 부근)은 기존의 유흥시설의 모습에서 새로운 문화예술거점의 형성을 기대할 수 있는 활동이 진행되는 지역이다. 밤고개 지역에는 공예공방 거리와 무형문화재 전수교육관 등을 만들기 위한 지역을 확보하였다. 2020년 기존의 유흥시설 매입 공간에서 예술가들의 밤고개 지역 기록과 재해석을 엿볼 수 있는 전시 <유령: 시간이 어긋나 있다>, <도시낭독 1.5>가 이루어졌다. 이런 전시를 통해 지역의 이야기를 마무리 짓고 기록하는 활동을 볼 수 있었다. 
 
(左/中) 전시<유령: 시간이 어긋나 있다> 전시모습   (右) 전시 <도시 낭독 1.5> 전시 모습

    2021년의 이곳은 수많은 프로그램이 운영되는 곳으로 변모하고 있었다. 특히 무형문화재 전수교육관이 들어설 장소는 많은 부분 철거가 진행되었는데 다른 공사현장과는 달리 사라진 건물의 땅에서 도시농업학당이 운영되고 있었다. 주민들과 함께 텃밭을 운영하여 배추, 무, 대파 등을 재배하여 건물이 사라진 공간에 새로운 씨앗을 심고 수확 기대하는 모습은 이전의 무너진 건물을 치우고 바로 새로운 건물을 올리는 개발 주도형 재생사업과 다른 부분이었다. 이뿐만 아니라 수확되는 채소를 활용하여 김장 나눔 행사도 계획 중에 있어 의미를 더했다. 또한 서포터즈 운영을 통해, 마을의 이야기 수집과 이웃에 위치한 농업고등학교와 연계하는 등 지역 밀착을 시도하는 모습도 보인다. 이렇듯, 밤고개 지역의 도시재생은 문화와 예술을 기반으로 실행하고 있다. 다른 무수한 개발과 차별성으로 보이며, 특히 문화 거점이 만들어질 곳의 재생 방법으로 귀감이 될 활동이었다. 
 
(上) 내덕동 밤고개 배치도 도시재생 계획 (출처: 내덕동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
(下)  밤고개 철거 지역 도시농업학당 지대와 지역무형문화재 전수교육관 예정지

    내덕동 일대는 이미 커다란 문화 거점(문화제조창, 국립현대미술관, 동부창고)이 형성되고 거점 예술가들의 흔적이 매우 많은 지역이다. 거기에 문화적 도시재생의 모습으로 공예공방 거리와 무형문화재 전수교육관이 새로 생기는 것은 환영할만한 소식이다. 문화예술 동네가 만들어지는 과정은 많은 예술 거점 구축도 중요하지만, 지역민과 예술인 간의 호흡과 환영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이는 많은 관 주도형 거점 형성에서 문제로 작용, 실패의 요인으로 발생한다. 현재 문화제조창, 밤고개, 안덕벌 지역에는 여러 문화적 개발 요소가 서로 뒤엉켜 있다. 그중 가장 논란의 중심이 될 수 있는 도시재생사업이 문화를 이해한 방법으로 진행되고 있어 보여 지역민으로서 안심이다. 단순히 “유흥시설이었던 곳에 공예 공방을 만들고 무형문화재 전수교육관과 허브센터를 운영하겠다.”라는 식의 접근이었다면 의구심이 들 수 있지만, 매입된 곳의 역사를 기록하는 전시와 주민 참여형 프로그램들의 운영으로 의미를 쌓아가고 아직 새로운 건물이 만들어지기도 전, 문화적 자양분을 심는 행위는 많은 고민과 함께 섬세하게 진행되는 인상을 준다.
    밤고개 지역은 이름이 퇴색되어 저녁을 뜻하는 ‘밤’으로 사람들에게 인식되곤 한다. 하지만 새로운 문화적 재생 공간 형성과 지역 주민, 예술인들의 이야기가 더해지면 진정한 이름을 다시 찾을 것이다. 이는 문화예술 동네가 만들어지고 확장되는 과정이며 사람들에게 하여금 지역의 새로운 시대 시작을 소개하는 시간으로 작용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