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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로 여행을 떠나는 5가지 이유

2017-11-22

라이프가이드 여행


쿠바로 여행을 떠나는 5가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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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태풍 어마(Irma)가 카리브 해를 강타했다. 카리브해 섬나라와 미국의 플로리다에 큰 피해를 남겼다. 미국의 피해 상황이 뉴스에서 고장 난 라디오처럼 쉴 틈 없이 흘러나왔다. 나는 문득 쿠바가 떠올랐다. 심장이 쿵 하고 심하게 한 번 움직였다. 해마다 이맘때면 태풍이나 홍수  등으로 곤욕을 치르는 나라다. 어마가 지나 간 상처는 컸다. 물에 잠긴 아바나 시내와 세상을 삼킬 듯 하늘 높이 치솟는 말레콘의 파도. 그럼에도 그들은 울지 않았다. 모든 것을 잃어버린 절망적인 상황임에도. 집착한 듯 달라질 건 없다는 것을 그들은 잘 안다. 그들에게 중요한 건 어제가 아닌 오늘과 내일이다. 우리는 오늘도 쿠바 여행을 꿈꾼다. 부족하고 불편한 그곳, 우리가 쿠바에 가고 싶은 이유는 어떤 것이 있을까.




쿠바에만 있는 그들,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콘트라베이스와 트레스(쿠바의 기타)의 잔잔한 연주와 함께 찬찬(Chan Chan)이 흐른다. 트럼펫과 라이 쿠더의 기타가 곁들여진다. 맑은 고음의 엘레아데스 오초아(Eliades Ochoa)와 묵직한 저음의 꼼바이 세군도(Compay Segundo)는 노래를 시작한다. 쿠바에 관심 있는 사람이면  한 번쯤은 들었을 노래, 바로 찬찬(Chan Chan)이다. 노래의 도입부만 들어도 심쿵해지는 쿠바의 대표다. 쿠바에는 많은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이 있다. 그들은 거리에도 있고 레스토랑에도 있다. 클럽에도 있고 해변에도 있다. 누가 불러도 찬찬은 감동이고 누가 불러도 관타나메라는 아름답다.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의 음악을 연주하고, 그들처럼 영화 같은 삶을 꿈꾸는 수많은 거리의, 레스토랑의, 극장의 악사들. 그들을 만나러 우리는 쿠바로 향한다. 낡은 악기를 연주하면서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소를 곁들인다. 이들의 노래는 쿠바 여행에서 뺄 수 없는 소중한 추억이자 선물이다. 낡은 CD 를 틀어 찬찬을 다시 듣는다. 오늘도 올드 아바나의 여행자 거리 오비스뽀(Calle Obispo)에는 이름 모를 밴드의 찬찬이 흐르고 있을 게다.


맛있는 칵테일, 모히또(Mojito)와 다이끼리(Daiquiri)

       '모히또(Mojito)에서 몰디브 한 잔'이라 했던가. 언제부턴가 여름이면 떠오르는 대표 칵테일이 모히또다. 쿠바는 모히또의 나라다. 하루에도 몇 백, 몇 천 잔의 모히또를 만드는 바(Bar)가 올드 아바나에 즐비하다. 이에르바 부에나(hierbabuena, 스피아민트)가 손님들의 주문에 감당이 안 될 만큼 팔린다. 다이끼리(Daiquiri)는 또 어떤가. 쿠바에선 얼음을 갈아 만든 프로즌 다이끼리다. 아낌없이 넣은 럼 덕분에 제법 독하다. 헤밍웨이는 쿠바에서 지내는 동안 모히또와 다이끼리를 사랑했다. 그가 즐겨 찾았던 두 곳의 바, 라 보데기타 델 메디오(La Bodeguita Del Medio)와 엘 플로리디따(El Floridita)는 늘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헤밍웨이가 아니었다 해도 더운 쿠바에서 청량감 가득한 이것들을 마다할 이유는 없다. 목을 타고 내려가 심장을 멈춰 버릴 듯 시원하게 파고드는 이 매력적인  맛은 쿠바의 맛이다. 쿠바로 여행자의 발길을 이끄는 것 중 하나는 단연 모히또와 다이끼리다!




열정의 아이콘, 체 게바라

    며칠 전 쿠바에선 또 한 번 체 게바라의 열풍이 불었다. 지난 10월 9일은 그의 사망 50주년이었다. 쿠바의 혁명을 위해 싸웠던 그는 1967년 볼리비아에서 처형되었고 1997년 쿠바의 산타 끌라라의 체 게바라 기념관에 시신이 옮겨졌다. 50주년 행사는 그가 묻힌 쿠바는 물론이고 그가 사망한 볼리비아에서도 열렸다. 아르헨티나가 조국인 체 게바라가 쿠바에서 더 유명한 것은 아이러니다. 체 게바라(Ernesto Guevara de la Serna, 1928 ~ 1967)는 1928년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났다. 의대생이었던 그가 혁명의 전사가 된 것은 쿠바의 혁명 영웅 피델 카스트로(Fidel Castro, 1926 ~ 2016)를 만나면서다. 이후 1956년 처음 쿠바에서 혁명의 활동을 시작하여 1959년 쿠바 혁명 4인방 중 하나가 된다. 여전히 많은 쿠바인의 사랑을 받고, 많은 젊은이들에게 우상이지만 한 편으로 냉소적인 평가도 적지 않다. 쿠바의 거리에선 어디서도 쉽게 체 게바라를 만날 수 있다. 그는 티셔츠에, 가방에, 모자에 그리고 그림 등 없는 곳이 없다. 아주 오래전 세상을 떠난 그에게 여전히 많은 젊은이들이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열정이다. 그처럼 뜨거운 인생을 살아보고 싶다는 청춘들의 순수함이다. 오비스뽀 거리(Calle Obispo) 기념품 가게에 흔하디흔한 얼굴로 모두에게 보일 지언 정 그에 대한 많은 이들의 존경은 무엇으로도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특별한 무엇이다.


살사, 그 정열의 춤

    밤늦은 시간 쿠바의 어두운 골목, 어딘가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소리에 이끌린다. 열린 문 사이로 연신 깔깔거리고 온몸을 흔들며 춤을 추는 가족들. 편한 복장으로 특별한 준비 없이 그날 저녁의 하루를 즐기는 일상의 모습이다. 주말이면 늦게까지 시끌벅적 놀아도 누구 하나 불평하지 않는다. 그들의 힘든 하루를 풀어낼 수 있는 것들이 그것이니까. 고작해야 춤을 추거나 노래를 하거나 혹은 말레콘에서 럼주를 마시는 것이다. 그러니 시끄러운 이웃 정도는 이해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 쿠바 하면 살사, 살사하면 쿠바를 떠올린다. 열정적으로 몸을 흔들며 음악을 즐기는 그들은 여행자들에게도 인상 깊은 추억이다. 거리 어디서도 음악이 있고, 그 음악을 몸을 맡기는 쿠바인들이 있다. 여행자들은 그들의 일상을 잠시 빌린다. 쿠바의 밤을 즐기는 방법은 다양하다. 음악을 사랑한다면, 춤을 사랑한다면, 쿠바의 밤하늘과 말레콘의 파도 옆에서 살사를 즐겨보자. 무엇으로도 설명할 수 없는 감동이다. 쿠바 여행은 보는 것이 아니라 느끼는 것이니까.


쿠바의 미소, 쿠바인이 가진 특별한 매력

    쿠바라는 나라의 매력, 어떤 말이나 글로도 설명하기 쉽지 않다. 이미 말했듯, 쿠바는 여행할 때보다 여행 후 〈쿠바 앓이〉가 심한 나라다. 그 이유 중 하나가 쿠바인, 그들이다. 어디를 가든 친구가 되고 어떤 상황에서도 웃음으로 맞아주는 그들이 쿠바 여행 추억 중 하나다. 그들의 미소와 그들과 만든 짧은 추억은 제법 오래 가슴에 남는다. 쿠바 사람들은 유난히 친화력이 좋다. 어딜 가도 쉽게 친구를 만들고, 낯선이도 진심으로 따듯하게 맞아주는 그들이다. 가진 것 많지 않고 사는 것 쉽지 않지만 늘 미소를 잃지 않는 그들은 여행자들과 함께 한다. 호객꾼들이 많아도 끈질기게 귀찮게 하지 않는다. 집에 머무는 손님이 들어오지 않으면 늦은 밤까지 잠을 안 자고 기다리는 이들도 그들이다. 며칠 후 숙소를 떠날 때쯤 이유 없이 눈물이 핑 돌 만큼 정이 드는 곳. 쿠바 여행로 떠나는 마지막 한 가지는 바로 쿠바인을 만나는 것이다. 그들과 함께 한 추억은 세상 어느 여행 보다 의미 있다. 따듯하다. 그리고 포근하다. 우리가 쿠바를 찾는 이유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