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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상생 시대

2018-07-12

라이프가이드 라이프


예술의 상생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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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은 가죽공예를 하고 있지만 나는 디자이너이기도 했고 미술학도이기도 했다. 그런 모든 과정은 마치 하나의 물줄기가 머물지 않고 자연스레 흐르는 것과 같다. 빗방울로 시작한 물이 작은 계곡을 따라 하천으로 그리고 강으로 유입되어 바다로 나가는 것 마냥 ‘나’ 라는 개체는 그렇게 어머니의 품에서 시작해 그림도 그리고 디자인도 하고 공예도 하고 있다.
    흐르는 물처럼 내가 지나는 그 곳에 따라 색이 달라 보일 뿐이지, 나는 언제나 같은 물이였다. 요즈음 전시와 만남이 있는 자리에서 나의 가죽공예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가죽공예를 얼마나 하고 어떻게 작업을 하고 있는지, 그 깊이와 색을 물어보는 분들을 많이 만났다. 당연히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가장 궁금한 것이기도 한 이 질문은 나를 많은 생각을 들게 하였다. 그저 열심히 자연스레 흘러온 길이라 어색하게 느껴진 물음이었지만, 계곡을 지나던 나와 하천을 흐르던 나, 강을 지나 바다로 떠나려는 나는 같은 나이기도 하지만 다르게 비치기도 한다. 확실한 것은 내가 흐르는 오늘과 일 년 후의 십 년 후의 흐르는 곳은 조금 아니면 완전히 다를 수도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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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상이몽 전시회>에 참가한 스티치코 가죽공방 고은진 대표

    내가 요즈음 흐르고 있는 곳에는 가죽공예만이 아닌 회화와 설치, 사진, 바느질이 있다. 나는 요 며칠 전부터 “동상이몽” 이라는 주제로 다른 분야의 작가들과 함께 전시를 시작하였다. 이제껏 많이 보여 왔던 한 분야와의 만남인 회화전, 사진전, 공예전과 다른 전시회에 목말라 있었고, 모두 그 뜻이 맞았다. 실험적인 정신으로 가죽을 다르게 표현하고 싶은 나는 가죽에 회화적인 작업을 하고 있고, 입체적인 것과 평면적인 것의 조화를 찾아 가고 있다.
    회화를 전공하고 인도, 라오스, 태국등지에서도 많은 활동을 하신 김성미 작가님은 회화와 설치를 어우르는 작업 안에 공예적인 느낌을 섞기도 한다. 사진의 느낌을 아날로그적이며 회화 감성으로 만들어내고 있는 사람냄새 강한 한희준 작가님은 회화성이 사진에 느껴진다. 자수와 퀼트, 회화의 어울림으로 따뜻한 바느질을 하고 계신 박진선 작가님 등 이번 전시의 작품들은 어쩌면 요즈음의 상생하는 예술 흐름과 너무 닮아 있다. 서로 섞기고 어우러지고 융합되는 요즈음의 풍경처럼 말이다.



*동상이몽 전시안내 *장소: 가배시광 (개신동/수름재) *일시: 2018년 7월 9일 ~ 9월 8일

    그리고 “동상이몽”의 전시회의 도화선이 되었던 장소가 있었다. 지난 5월에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디자인 아트페어였는데, 그 곳에 참가하며 느낀 것은 이제 예술의 선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아니 완전히 그 카테고리는 무너졌다. 명확하게 나눠졌던 회화, 디자인, 사진, 공예 등의 분류는 예전과 달리 디자인에 공예를 섞고, 회화에 사진이 혼합되어지고, 공예는 한 분야만이 아닌 다른 분야가 섞여지고 있었다. 이것은 각자 다르게 흐르다 목에 다다라 함께 어울리는 물줄기의 흐름과 같기도 한 모습이다. 이번 전시를 통해 많은 분들이 창작의 한 흐름에서 다른 물줄기와 만나 좋은 그리고 새로운 영감을 얻어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