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리스트 글 전체보기
이정연 작가
이메일 : manjuyeon1@hanmail.net
2003년 4월 수필문학 등단.
2004년 중부매일신문 세정유감코너 짧은 수필 집필 (1월-4월까지)
2004년 여름호 수필 ‘망월사에서’ 에세이문학 등단
2004년 영남수필 회원 –2019년
2006년~2008년 에세이문학 올해의 수필 20선 추천
에세이문학 수필과 비평 에세이21 수필사랑 대구문협지 다수 기고
2011년 - 현재 대구 달서구 현대힐공인중개사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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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유전
‘엄마처럼 살지 않기’는 내 마음의 벽에 걸어 둔 표어 같은 거였다. 썩거나 흠이 난 과일을 먼저 먹는 일은 절대로 하지 않았고 아깝다고 해서 쉰내가 나는 밥을 물에 말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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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싸리비
봄에는 싸리비 꽃잎을 쓸고 여름엔 싸리비 빗물을 쓸고 가을엔 싸리비 낙엽을 쓸고 겨울엔 싸리비 흰눈을 쓸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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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반지
부모님 유품이 담긴 함지박을 꺼냈다. 두 분이 돌아가신 후, 비교적 덩치 큰 유품들은 다 태웠다. 제대로 보관하지도 못할 거면서 볼 때마다 부모님 생각에 눈물 흘릴 생각을 하니 차라리 한꺼번에 슬퍼지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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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사리암
초등학교 때 여름의 끝 무렵이었다. 언니는 분홍색보자기에 양말과, 공책을 반으로 잘라서 만든 수첩과 연필을 넣고 찐쌀 몇 홉을 비닐봉지에 넣어 싸고 있었다. 2박 3일간의 수학여행을 갈 참이었다.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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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질투에 대한 소고
'질투는 속이 빈 곡창에는 숨어들지 않는다.' J.W 괴테가 한 말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질투를 한다. 때로는 여봐란 듯이 또는 음흉하고 은근하게. 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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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고향의 샘
삼십 오년이나 지났는데 날 기억해 줄 수 있을까. 아니 기억하는 건 고사하고 서로 알아볼 수 있기나 할까. 시제 지내러 고향에 가는 차 안에서, “이번엔 경자도 온다네!”하고 언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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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상사화
해마다 장마가 한 두 차례쯤 지나고 나면 시골집에 가 본다. 저 혼자 멀쑥하게 꽃대를 키우고 수줍게 볼우물 짓는 산골처녀처럼 풋풋한 상사화를 보고 싶어서다. 시골집에 상사화가 자라기 시작한 건 내 나이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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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적설(積雪)
예년에 보기 드문 눈이 대구에 내렸다. 내 집 거실에 앉아 히말라야보다 더 아름답게 펼쳐진 먼 산의 설경을 감상하니 여왕처럼 행복하다. 이른 아침을 먹고 나니 아이들이 눈싸움을 하러 가겠다고 장갑을 찾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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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향수
영화로도 제작된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향수라는 책을 읽었다. 한 천재적인 작가의 상상으로 태어난 신적인 후각의 소유자인 조향사 그르누이는 오로지 향기 하나에만 집착한다. 마침내 아름다운 여인 스물다섯 명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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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아버지의 보물 상자
일 년에 한두 번 벌초나 묘사 때 고향에 갈 때마다 비어있는 시골집에 가 본다. 민속품 수집가가 와서 방문마저 떼어 가버린 시골집에 초겨울 골바람만 빈방에 차가웠다. 아버지가 쓰시던 사랑방으로 들어가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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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우도에서의 슬픈 노래
피서철이 지난 우도는 주말인데도 석양 때문인지 더욱더 고즈넉하였다. 숙소로 가는 길엔 개 한 마리만 어슬렁거리며 우릴 맞았고 묵기로 한 숙소도 이웃 민박집에도 인기척이라곤 없었다. 숭숭 뚫린 검은 돌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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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무 솎는 날
혹시 싹이 잘나지 않으면 어쩌나 싶어 씨를 좀 많이 넣었더니 가을무가 마치 만세라도 부르는 듯 온 밭에 푸르다. 가만히 귀 기울이고 있으면 그 함성이 들리는 것 같아 선뜻 손을 못 대고 차일피일하다 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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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농월정에서
농월정, 망월사, 월연지, 월영교, 월곡지, 월송정 나는 월(月)자가 들어간 곳은 어디든 가고 싶다. 은은한 달빛 아래서 보면 하찮은 것도 꽤 낭만적일 것 같은 막연한 느낌 때문인지 모른다. 망월사도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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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열무김치
잘 익은 열무김치를 앞에 두고도 얼른 수저를 가져가지 못합니다. 제 고향에서는 콩밭 고랑에 열무를 심었습니다. 이리저리 흩뿌려서 아무렇게나 돋아난 열무나 얼갈이배추는 연하게 잘 자랍니다. 열무는 시골 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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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망월사에서
한낮의 망월사는 칠월의 뜨거운 지열로 가벼운 현기증에 휩싸인 것 같았다. 엷게 낀 연무 속에 산자락에 안긴 고즈넉한 산사가 오수에 든 듯 조용하였다. 백련지엔 드문드문 연꽃이 피었고 무심한 바람은 연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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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고사리를 뜯으며
언니와 노이리 뒷산으로 고사리를 뜯으러 갔다. 노이리는 내게 고향처럼 정다운 곳이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오래 전엔 폐교된 분교가 하나 있었고 나는 가끔 혼자 그 학교에 놀러 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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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박달나무꽃
아침, 내가 팔로우하는 사진가 이** 선생의 페이스북에 봄꽃 사진 여러 장이 올라왔다. 분홍빛 산 복숭아, 하얀색이 순수한 말발도리, 목월의 예쁜 시 윤사월이 생각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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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고향의 봄
동창회 체육대회가 일찍 끝나 친구들과 우르르 우리 시골 마을로 몰려갔다. 소꿉친구 영이 고향에 새로 집을 지었다고 했다. 부모님을 위해 낡은 집을 허물고 아담한 목조주택을 지어서 집 구경도 하고 동기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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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토끼에 관한 추억
동무들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하교할 때였다. 산길에 어린 산토끼 한 마리가 웅크리고 있었다.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토끼를 잡으러 뛰어갔다. 아무리 작아도 산토끼라 잽쌌다. 한 참 우리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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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깽깽이풀
제주에 사는 지인이 대구에 왔다가 깽깽이풀 사진을 함께 대화하는 밴드에 올려 주었다. 깽깽이풀은 흔히 눈에 띄는 야생화가 아니다. 수목원이나 잘 알려지지 않은 자생지에서나 드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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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추어탕
\"가자 응? 오빠 혼자 심심하잖아? 응?\" 열여섯 살 터울의 오빠가 눈꼬리 가득 웃음을 담고 막내 누이인 내게 어리광 피우면 나는 금방 또 마음이 약해졌다. 내일은 숙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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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메리제인 슈즈
빈소는 마치 시골장터처럼 왁자했다. 눈자위가 붉은 사람은 고인의 딸뿐 아무도 눈물을 흘리는 사람이 없다. 지고한 한 생애가 끝나도 이렇게 남은 이들에게는 아무것도 아니구나. 아무리 연세가 많다지만 고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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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중암암 장군수
밖은 아직 어둡고 고요한데 나지막하게 들려오는 예불소리에 잠을 깼다. 푹신한 침대의 안락함도 좋지만 등으로 전해져 오는 온돌의 온기에 이불 속에서 몸을 빼기 싫어진다. 아이들은 아직 자고 있겠지. 아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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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호박전
뜨거운 김이 나는 접시를 안고 아버님은 감격에 겨워 소리치셨다. “옛날에 엄마가 해주던 바로 그 맛이야!” 잘 익은 호박이 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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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하귤 예찬
서귀포 지인의 집에 하귤 나무가 있다. 그리 크지 않은 나무인데 샛노란 하귤을 잔뜩 열고 남쪽 바다 거친 바람에도 떨어질 듯 떨어지지 않고 달려 있다. 하귤은 여름에 먹는 귤이라고 하귤이라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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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굼벵이의 영혼에 바침
상추는 씨를 뿌리고 나서 한 한 달 보름 정도면 먹기 좋은 크기로 자란다. 물론 토양이나 일조량 수분 등 생육조건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내가 파종한 밭엔 그랬다. 봄 상추에 재미 들려 잘 먹었고 여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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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감꽃질 때
지금쯤일 거예요. 어린 시절 제가 살던 시골집에 큰 감나무가 한 그루 있었어요. 깨끗이 비질된 마당, 감나무 아래에 멍석을 깔아놓고 학교에 다녀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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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시루
성묫길에 들른 고향집은 상상한 것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퇴락해 가고 있었다. 폐허나 다름없는 집 둘레를 돌다보니 보이는 풍경마다 다 눈물겨웠다. 무너져 내린 흙에 반쯤 덮인 샘물은 지치지도 않고 새어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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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고욤
고욤 맛을 안다는 것은 겨울밤의 서정을 안다는 뜻이다. 차가운 밤바람 속에 이마를 내밀고 깔깔거리며 언니와 고욤 씨를 내뱉던 추억, 누구 고욤 씨가 더 멀리 날아갔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고욤 씨는 뱉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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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물거리
사전에 보면 물거리는 ‘부러뜨려서 땔 수 있는 싸리 따위의 잡목 가지로 된 땔나무’ 라고 되어있다. 시골에선 가을걷이가 끝나고 한가해지면 그 때부터 물거리를 해서 낟가리를 만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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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공룡의 등을 타고
‘극악의 난이도’ ‘압도적인 풍경’ ‘산행 시작 후 절대 되돌아 올 수 없음’ ‘설악의 진수’ &l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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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약속
내가 오래 전에 한 약속이야기를 털어 놓으며 허무해 하자 친구는 말했다. “약속이란 말은 원래 잘 지키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서 생긴 거래요. 생각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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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봉평에서
여행을 떠나기 전 동해안 여러 곳의 메밀이 태풍으로 인해 많이 쓰러져서 사진인들을 안타깝게 한다는 소문을 듣고 좀 망설였는데, 도착해 보니 봉평의 메밀은 하나도 쓰러지지 않았다. 개화 상태도 알맞아서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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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심원정(心遠亭)에서
언니 따라 칠곡 경대병원에 왔다가 결과 보는 시간이 많이 남아 송림사에 들렀다. 한여름 매미 소리는 폭포수처럼 쏟아지고 계곡 옆 나무 그늘엔 산들바람이 불었다. 송림사는 그동안 얼마나 많은 불사를 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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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제비
매주 다니러 가는 시골 어머님 댁 골목에서 나는 잠시 얼어붙었다. “이제 더는 짓지 마래이! 미련한 것 같으니라고 한번 말하면 알아들어야지.” 막대기로 대문을 탕탕 두드리며 고함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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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뱀
“아버지 오늘 학교 갔다 오는 길에 뱀을 봤어요. 근데 이 뱀은 눈도 까맣고 꼬리도 까맣고 온통 다 완전히 까맸어요!” 아버지는 깜짝 놀라시며 “ 그건 오사(烏蛇)라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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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고양이
퇴근길 화단 앞에 주차하고 있을 때였다. 흑백의 대비가 깨끗한 털을 가진 어린 고양이 한 마리가 몸을 웅크려 땅을 파고 있었다. 먹잇감을 사냥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동화에서처럼 은화라도 묻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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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중앙암에서
아침 공양시간은 이미 한참이나 지났다. 시장기를 면하려고 장군수에서 물을 몇 바가지나 마셨더니 걸을 때마다 뱃속에서 개울물 흐르는 소리가 난다. 쉬리 몇 마리쯤 키워도 될 것 같다. 물 무게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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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그리운 겨울밤
차갑도록 파란 하늘 저 끝에 회색 구름이 일면, 구름 너머로 석양은 홀로 지쳐 타 버릴 듯 붉었다가 한눈파는 사이에 산 아래로 떨어져 버렸다. 호박죽에 동치미, 간식이나 다를 바 없는 저녁상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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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썰매
일 때문에 나갔다가 천내천 갓길을 지날 때였다. 아빠가 어린아이 둘을 데리고 앉은뱅이 썰매를 타는데 아이들이 자지러질 듯이 즐거워했다. 요즘도 저렇게 놀아주는 아빠가 있구나! 기분 좋아서 한참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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