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는 특별히 갈 곳이 없다? 오해다. 번뜩 떠오르는 장소만 해도 다섯 손가락을 금방 채운다. 우선 수성못이다. 면적 21만 8000㎡, 둘레 2.2㎞의 인공호수다. 도심 속 호수지만 가장 깊은 곳은 6.5m까지 내려간다. 찬바람에도 일렁임이 없어 마치 거울 같다. 해진 뒤에는 두 개의 달을 볼 수 있다. 수심만큼 역사도 깊다. 수성못은 1927년 축조돼 1983년 유원지로 거듭났다. 생태복원사업을 통해 데크길, 영상음악분수, 조명 등도 설치됐다. 그때부터 반세기 가까이 대구 시민들이 가장 사랑하는 호반 유원지로 자리 잡았다. 연간 방문객은 무려 800만 명이다.
남쪽 법이산과 동쪽 동막산을 배경으로 하는 수성못은 사계절 언제 걸어도 좋다. (사진. 대구광역시)
수변 데크길은 2㎞ 정도의 산책길이다. 40분 정도면 한 바퀴를 돈다. 남쪽 법이산과 동쪽 동막산을 배경으로 사계절 언제 걸어도 좋다. 사방이 ‘포토존’이다.
수성못 취수탑은 또 다른 볼거리다. 저수지에서 농업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설치한 탑 모양의 구조물이다. 취수탑 위에는 왜가리가 새끼 두 마리를 돌보는 조형물이 세워져 있다.
걷다보면 곳곳에서는 라이브 음악이 들려온다. 수성못 산책길은 버스킹 명소로도 유명하다. 수상·포켓무대에서는 장르를 초월한 다양한 음악축제가 연중 펼쳐진다. 아이들과 함께라면 ‘수성랜드’도 가볼 만하다. 수성못 길 초입에 자리한 작은 놀이공원이다. 그래도 바이킹, 범퍼카, 회전자전거 등 있을 건 다 있다. 대구 최초의 놀이공원답게 클래식한 감성을 느낄 수 있다.
상화동산도 들러봐야 한다. 대구가 낳은 시인 이상화를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공원이다. 수성못은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의 시적 상상의 모태가 된 곳이기도 하다. 겨울철 상화동산에서는 눈썰매장이 개장한다. 기상 상황에 따라 변동 사항이 있을 수 있으니 확인하고 가야 한다.
달리는 관람차 ‘모노레일’ 색다른 재미 산책 후 출출해질 때쯤 들를 곳도 많다. 수성못 인근에는 맛집이 즐비하다. 못이 한눈에 보이는 자리에서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카페들이 이어지고 카페 뒤편에는 맛과 분위기를 모두 잡은 음식점이 곳곳에 있다. 더 다양한 음식을 먹고 싶다면 ‘들안길’로 가는 걸 추천한다. 수성못에서 도보로 10분 정도 거리다. 한우와 복어 등 약 150개의 음식점이 들안길 네거리에서 수성못 쪽으로 2㎞가 넘는 거리에 죽 들어서 있다. 사진 찍을 곳 많고 음악 좋고 맛집이 많아 MZ세대(밀레니얼+Z세대)도 많이 찾는다. 2021년 실시한 대구 관광실태조사에 따르면 수성못 방문객의 61.2%가 20~30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20대의 비율이 34.5%로 가장 높았다.
좀 더 색다른 방법으로 수성못을 감상하고 싶다면 모노레일을 타보자. 수성구 지산동 두산오거리에 있는 수성못역에서 모노레일 도시철도 3호선을 타고 달리면서 수성못 전체를 볼 수 있다. 볼거리, 먹을거리 많은 서문시장역까지도 간다.
서문 야시장 입구 모습. 젊은이들과 먹을거리가 넘쳐 대학 축제를 방불케 한다. (사진. 대구광역시)
대구 서문시장은 한때 조선 3대 시장으로 꼽혔다. 대구읍성 북문 밖에 자리 잡은 소규모 장이 1601년 대구에 경상감영이 설치되면서 대구와 대구장은 비약적인 발전을 이뤘다. 이때 대구장은 감영이 있던 서문 밖으로 이전했고 서문시장이라는 이름도 갖게 됐다. 기록에 따르면 장날인 2·7일에는 전국에서 활동하는 대상인들이 서문시장을 찾았다고 한다. 1920년대 초 대구 서남쪽의 천황당지라는 큰 연못을 매립해 장을 옮겼고 100년 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요즘 서문시장은 과거와는 분위기가 또 다르다. MZ세대에게 먹거리뿐만 아니라 다양한 볼거리도 제공한다. 대구의 대표 음식인 납작만두를 비롯해 곱창, 호떡, 칼제비, 떡볶이 등 다양한 음식을 저렴한 가격에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특히 매주 금~일요일 오후 7시 이후 운영하는 서문 야시장은 젊은 기운이 넘친다. 길거리 음식을 먹기 위해 늘어선 줄과 테이블에서 맥주와 함께 야시장을 즐기는 모습은 대학 축제를 방불케 한다. 서문 야시장은 대구 외 지역 방문객이 절반 이상인데 그중 20~30대가 70~80%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