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맛바람’ 영어로 ‘frequent appearance of mothers on campus’ 또는 ‘influence of woman's power’ 쯤으로 표현할 수 있다. 말 자체로만 보자면 ‘학교에 자주 참여하는 엄마’, ‘여성의 강한 영향력’을 말하는 것이지만 사실 우리사회에서 치맛바람은 ‘극성엄마’, ‘부정적인 엄마’의 대명사로 자리잡고 있다. 아이를 위한다는 명목 하에 학부모들의 지나친 ‘교육 개입’은 사회문제로까지 대두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학부모들의 단체행동과 활동을 일절 인정하지 않는 학교가 있을 정도다. 하지만 ‘교육의 주체는 학생과 학부모, 교사’라는 말도 있듯이 학부모가 없는 교육은 있을 수 없는 일. 소위 ‘건강한 치맛바람’이 절실하다. 교사와 한마음으로 아이를 교육할 때에만 비로소 건강한 아이로 키울 수 있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다. 아이들의 건강한 교육을 위해 교사와 아이들 곁에서 수년간 묵묵히 노력하고 헌신하는 엄마들이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내덕초등학교 ‘엄마선생님’과 경덕초등학교의 ‘책 선생님’이 바로 그 주인공. 건강한 치맛바람의 모범 사례로 꼽히는 이들을 만나봤다.
엄마선생님과 함께하는 세상 밖 구경

내덕초등학교에는 ‘엄마선생님들’이 있다. ‘엄마선생님?’ 무슨 말인가 하겠지만 내덕초등학교에는 실제로 엄마를 선생님이라고 부른다. 정주영, 인미연, 최경옥, 함순화, 구수경 엄마선생님. 엄마선생님들이 가르치는 과목은 ‘체험 과목’. 설명을 하자면 엄마선생님들은 매달 수 십 명의 아이들을 데리고 체험학습을 떠난다. 자전거박물관, 삼성교통박물관, 단양에 있는 청풍명월 문화재 단지. 신문박물관, 서울 청계천, 수원화성 등 초등학생들이 가볼만한 웬만한 체험학습 장소는 거의 다 섭렵했다. 그도 그럴만한 것이 엄마들과 함께 하는 체험학습은 벌써 6년째를 맞는다. 지난 2011년 6월부터 시작해 한 달에 한번, 또는 두 달에 한 번씩 꾸준히 이어져 오고 있다. 모임을 이끌고 있는 정주영 씨는 “각자 따로 다니는 것보다 같이 다니는 게 좀 더 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들어 매달 체험학습 나들이를 시작하게 됐다”며 “하다 보니 조금이라도 더 많은 아이들과 함께 체험학습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학교에 정식으로 차량지원을 요청하게 됐다”고 말했다. 학교에서 차량을 지원해 주니 아이들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단돈 1만원이면 충분하다. 엄마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시작한 이러한 활동은 2012년 내덕초가 ‘전국 창의 인성 모델학교 평가’에서 우수학교로 선정되는데 큰 공헌을 하기도 했다. ‘학부모의 교육기부가 전문성을 살린 학습지도로까지 확대되면서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 대한민국 교육기부 대상과 학부모 교육 참여 우수사례로 선정된 것. 엄마선생님들은 수시로 모여 교과서를 참고해가며 체험학습 장소를 발굴하고 사전답사를 하며 체험할 프로그램을 계획한다. 또 안전하고 유익한 체험학습을 위해 준비물을 챙기는 것도 잊지 않는다. 6년째 계속하다 보니 1학년 때 시작한 아이들은 벌써 졸업을 앞두고 있다. 정주영 씨는 “엄마선생님들과 함께 하는 체험학습을 통해 아이들의 시야가 좀 더 커지고 성장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책사랑 어머니회~

지난 5월 16일 오후 1시. 경덕초등학교 도서실 ‘경덕책사랑관’엔 1∼2학년 아이들로 북적인다. “오늘은 무슨 책을 읽어주실까?” 아이들은 서로 재잘대며 ‘엄마 선생님’이 책 읽어주기를 기다리고 있다. 경덕초등학교에는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엄마들의 모임이 있다. 일명 ‘책사랑 어머니회’. 10여 년째 이어져 오고 있는 이 활동은 매년 학부모 총회 때 신규 회원을 모집, 회원이 된 학부모는 모임을 갖고 ‘엄마가 읽어주는 그림책’ 프로그램 1년 활동계획을 세운다. 50여명의 회원들은 함께 모여 4인 1조로 조를 짠 후 책 읽어주는 순서와 도서목록을 선정한다. 도서는 주로 1~2학년 권장도서다. 단순히 도서관의 사서 보조 역할만을 하는 ‘도서도우미’에서 벗어나 경덕초 학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직접 책을 읽어주는 ‘선생님’으로 활동하고 있다. 슬라이드를 이용해 실감나는 목소리로 동화책 3권을 내리 읽으면 어수선했던 도서실이 어느새 조용해진다. 아이들은 꼼짝 않고 동화책 속으로 빠져든다. 또한 도서관에서는 한 달에 한번 넷째 주 금요일마다 영화를 상영하고 있다. 김숙현 사서는 “책 읽어주기 활동은 경덕초등학교에서 오래전부터 이어져 오고 있는 전통이지만 4~5년 전부터는 슬라이드를 이용해 정말 구연동화를 하는 것처럼 읽어주기 때문에 아이들이 정말 좋아한다”며 “이 시간을 기다리는 아이들이 많아졌다”고 강조했다. 책사랑 어머니회 이금희 씨는 “책 읽어주는 날에는 미리 한 시간 전에 와서 음향 등 책 읽어줄 준비를 하고 회원들끼리 읽는 연습을 한다”며 “아이들이 재미있어 하는 모습을 보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숙현 사서는 “학부모들이 자발적으로 준비를 해서 아이들을 위해 책을 읽어주니 고맙다”며 “어느새 학부모들이 교육의 주최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