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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탄불 돼지구이가 추억을 열다 - 꿀꿀이 연탄구이집

2016-04-04

맛집 서원구


연탄불 돼지구이가 추억을 열다 - 꿀꿀이 연탄구이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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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탄재 함부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안도현 詩 <너에게 묻는다.>
 

연탄은 과거 서민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몫을 차지하고 있었다. 추운 겨울이 오기 전, 김장과 연탄을 광에 들여놓는 것이 겨울나기의 가장 큰 일이었다. 그러다보니 난방 뿐 아니라, 이따금 어머니가 연탄불에 구워준 공치구이의 맛은 오랜 동안 추억처럼 잊혀 지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많은 식당에서 다양한 재료를 이용한 ‘연탄구이’를 표방하는 음식점이 즐비했다. 고등어구이, 꽁치구이, 돼지고기 연탄구이 등…시대가 발전하면서 연탄은 이제 구시대의 유물처럼 사라져갔다.


어느 날, 한 지인이 불러 찾아간 곳이 ‘꿀꿀이 연탄구이집’이었다. 사창동 시장입구의 허름한 음식점이었다. 매장 안은 4~5개의 테이블로 구성되어 있고 건물 옆 창고에는 검은 연탄이 쌓여있다. 연탄 특유의 가스 냄새가 살짝 풍기지만, 몇 분이 흐르자 그것도 잊게 만든다.
“과거에도 그랬지만, 연탄불은 미리 피워둔다. 연탄가스가 가장 심할 경우는 불이 막 피어오를 때다. 고기를 굽는 연탄불은 절정이 지난 뒤, 은은한 불기운이 있을 때다. 그때 고기를 구워야 가장 맛있는 연탄구이가 된다.”

주인아주머니는 스마트폰을 들고 촬영을 하려고 하자, ‘그만하라.’고 말린다. 그리고는 “누군가 블로그에 우리 집을 올려놓았다고 찾아오는 손님들이 많이 늘었다. 하지만 별로 알리고 싶지 않다. 지금 정도가 딱 맞다. 손님이 더 많이 찾는 것도 부담스러운 일이다.”라고 말한다. 돈을 벌기위해 장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일 그 자체를 즐기는 것 같은 주인의 말투였다. 그때 지인이 한마디 거든다.
“이곳은 신문사 편집국장을 비롯해서 유명 인사들이 자주 찾는 맛 집이다. 비록 허름하고 볼품은 없지만 맛 하나만큼은 최고다.”



연탄불에 익는 돼지고기는 노릇노릇 제 옷을 입는다. 요란하지 않게 슬며시 익어간다. 굵은 소금을 무심한 듯 뿌리고 아주머니가 한가득 담아 온 파절이를 얹어 한 입 먹자, 감탄의 소리가 절로 난다. 소고기에 비해 돼지고기를 흔히 ‘얕은맛’이라고 표현한다. 진하지 않으면서 산뜻하고 부드러운 맛을 말한다. 소고기와는 달리 ‘돼지고기의 진짜 맛은 연탄에 구워먹을 때’란 말이 실감날 정도다.


적당한 돼지기름이 익어 고소해진 맛에 맑은 소주 한잔을 입에 털어 넣으니 세상 부러울 것이 없다. 이 집에서 내어주는 김치콩나물국도 별미다. 구운 돼지고기를 어머니의 손길처럼 살살 달래주는 묘한 풍미가 있다. 밥을 시키면 달려 나오는 된장찌개도 뭉근한 추억처럼 달달하다.



생삼겹살구이(200g)가 1만1천원, 생목살구이 1만1천원이다. 동태찌개 1만5천원, 새뱅이찌개 2만원, 조기찌개 2만원이다.


-꿀꿀이 연탄구이집 / 274-89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