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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기에 충실한, 품격 있는 중화요리-원흥반점
2016-11-28
맛집
서원구
기본기에 충실한, 품격 있는 중화요리-원흥반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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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음식의 재료는 자연이 준 신(神)의 선물이다. 요리는 그 재료를 각각의 특성에 맞게 조리 과정을 거쳐 음식을 만드는 행위다. 요리사는 그 조리 과정에서 자신의 생각을 음식에 담아 식탁에 올린다. 흔히‘자장면’으로 대표되는 중화요리점의 음식은 고정된 메뉴에 서로 비슷한 느낌과 획일화 된 맛을 주는 경우가 많았다. 최근에 만난 원흥반점의 요리에서 기존의 맛과는 차별화된 무엇이 있어 반가웠다. 조미료 맛으로 뒷맛이 개운치 않았던 식후의 입안 느낌도 거의 없었고, 재료마다 살아있는 저마다의 특성이 선연히 우러났다. 느끼함보다 깔끔함이 원흥반점 요리의 특화된 맛이었다.
원흥반점 민지영 대표는“요리에는 기본기에 충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불의 세기, 신선한 재료와 배합, 조리시간 등 여러 가지 요소가 조화를 이뤄야 한다.”며“어린 시절 요리를 배울 때, 스승은 그렇게 늘 강조했다. ‘기본 원리에 충실한 음식과 재료들과의 궁합’이라고. 원흥반점은 그 생각을 그대로 실천하고 있으며 진정으로 요리다운 요리를 추구하고 있다.”라고 말한다.

작지만, 품격 있는 중화요리를 지향
“자차이(?菜)를 내 놓는 중국집 처음 봤다.”
함께 온 일행 K씨(38·남)는 보통은 눈여겨보지 않을 밑반찬의 구성에 특별한 관심을 표명했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듯이. 자차이(?菜)는 중국에서 생산되는 채소의 일종인 착채를 절여서 만드는 반찬요리다. 채소를 절여서 만들며 반찬으로 먹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김치와 비교하여 중국식 김치라고 부르기도 한다. 음식이 나오기 전, 맛을 보니 씹히는 식감이 좋고 약간 짭짤한 맛이 입맛을 돋우어줬다. 중국요리의 대표 메뉴 탕수육은 꽃이 핀 듯, 수북하게 그릇에 담겨왔다. 초와 간장, 설탕, 야채를 넣고 끓인 녹말 소스가 다소곳이 요리 옆에 자리를 잡았다.
“방금 튀겨낸 맛이야.”
녹말 소스에 찍어 먹어도 좋았지만, 그대로 입안에 넣어도 과자처럼 부서지며 고기 맛이 섞여 신선한 맛을 안겨주었다. 원흥반점은 배달을 하지 않는다. 오직 식당에서만 음식을 낸다. 민 대표는“가정에 직접 배달을 하다보면 아무래도 요리 본래의 제 맛이 잃는다. 무엇이든 방금한 요리가 최고다. 재료는 미리 만들어 놓지 않는다. 주문이 들어오면 그때그때 재료를 손질해 즉석에서 만든다. 그래야 음식재료가 갖고 있는 각각의 맛이 제대로 살아난다.”라고 말한다. 원흥반점의 또 다른 명물 요리는 바로 불도장. 약 6시간에 걸쳐 조리하는 수고스러움이 담긴 감칠맛 나는 돼지고기 요리인 탓에 하루 전 주문하지 않으면 맛 볼 수 없다. 불도장(佛跳牆)은‘스님이 담장을 넘는다.’는 뜻으로, 고기를 먹지 못하는 스님이 유혹에 못 이겨 담장을 뛰어넘어 맛을 볼 정도로 맛있는 요리라는 것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미리 주문하지 못한 탓에 맛 볼 수는 없어 아쉬웠지만, 강직한 스님이 담장을 넘을 정도라니 궁금증이 일어났다. 불도장에는 많은 종류의 식재료들이 들어간다. 닭고기·오리고기·오리염통·닭 염통·돼지힘줄·메추리알·비둘기알·상어지느러미·건전복·건조개·건해삼·건새우·건부레·구기자·표고버섯·죽순·말린 용안·고려인삼 등 18종류의 주재료와 12종류의 부재료를 포함해서 총 30여 종의 식재료가 사용된다고 알려져 있다.

맛의 비결은 불조절과 재료의 조화
민지영 대표는 어린나이에 중국집 배달부로 시작해 호텔경영학과를 나왔다. 2년간 유명호텔 중식조리장을 지내다 지난 3월, 산남동에 원흥반점을 열었다. 민 대표는“처음 요리를 배울 때, 설거지, 야채다듬기, 반죽, 면 빼기, 튀김, 칼질 순으로 차근차근 배웠다.”며“중식요리사라고 내세우려면 200~300가지 요리는 할 줄 알아야 한다고 들었다. 중식의 배움에는 끝이 없다. 호텔에서 중식요리를 할 때, 몸에 익힌 것이 있다면, 재료 하나하나의 특성을 살려 서로 조화를 이루게 하는 것이다.”이라고 말한다.
윤기가 졸졸 흐르는 유산슬에서 중식 특유의 불 맛이 은근한 맛을 주었다. 표고버섯, 대파, 마늘, 청경채, 새우살, 돼지고기와 어울린 유산슬은 걸쭉한 녹말소스와 섞여 은은한 김과 향기를 품어내고 있었다. 한 입 떠 넣으니 입안으로 밀려오는 웍(wok)의 숨결이 그대로 느껴진다. 이런 음식에서는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복잡한 향이 뿜어져 나오는 것이다. 무쇠 팬으로 만든‘웍(wok)’은 아주 높은 온도에서 단시간에 조리해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고 수분 손실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것이 핵심이다.

민 대표는“중식에서 재료를 기름에 볶는 기술은 중요하다. 높은 화력으로 웍 위쪽 까지 불길이 치솟는데 이 불길에 기름이 튀면 새로운 불꽃이 생겨난다. 재료가 이 불에 직접 닿으면 불과 재료가 직접 닿아 특유의‘불향’이 배어져 나오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팬의 뜨거운 열과 그 열로 달궈진 기름에 동시에 재료가 튀겨지듯 익는데, 지체되는 시간이 길면 재료가 뭉개지기 때문에 끊임없이 손목 스냅을 이용해 웍을 튕겨줘야 한다.
고추잡채와 부추잡채는 2만5천원이다. 깐풍기 2만5천원, (대)3만원이다. 유린기(중)2만3천원, (대)2만8천원이다. 시인 서동파가 사랑했던 삼겹살 조림요리 동파육은 한 접시에 3만5천원이다. 탕수육(중)1만5천원, (대)2만2천원이다. 각종 야채와 고기 해산물을 겨자소스에 섞어 먹는 요리인 양장피는 2만5천원. 해선류로 전가복이 5만원, 오룡해삼 5만5천원이다. 자용송이 누룽지탕은 4만8천원이며 날치알이 들어간 고급 홍콩식 해삼탕이 어자해삼은 한 접시에 5만3천원이다.
-원흥반점(043)256-0013~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