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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의 역사(歷史), 청주의 명물 <삼미집>
2016-02-04
맛집
청원구
30년의 역사(歷史), 청주의 명물 <삼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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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날이면, 어김없이 우산 쓴 행렬이 길게 줄을 선다. 몇몇 사람들은 음식점 안을 기웃거리고, 시골 장터처럼 북적이는 식당은 우리를 먼 추억의 길로 안내한다. 이상한 것은 대학가 식당 앞에 웬 중년의 신사와 숙녀가 줄을 지어 기다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물론 줄지어선 사람 중 젊은 대학생들도 함께 뒤섞여 있지만 특이한 현상이 아닐 수 없다.
80년대 초, 학생데모가 절정을 이루던 시절이었다. 거리에는 체루가스와 송학가루가 뒤섞여 흩날릴 때, 학생들은 삼삼오오 모여 나라의 앞날과 자신의 삶을 이야기했다. 그 당시에 서너 명이 모여도 몇 천원이면, 두터운 파전에 막걸리로 주린 배와 공허한 마음을 채웠다. 하긴 파전 한 판에 천원, 막걸 리가 500원 정도였으니 이해가 된다. 그래서 그 시절 청주에 있는 대학생치고 ‘삼미집 모르면 간첩’이라고까지 했다. 삼미집은 단순한 음식점이 아니라, 80년대 코드였다. 하나의 문화(文化) 트렌드로 7080세대의 마음에 깊이 남아있었다.

‘20년만의 삼미(三味)’
얼마 전, 20여년 만에 찾은 삼미집은 그대로였다. 허름한 간판에 쓰여 진 한문 이름 ‘三味.’만 새로운 간판으로 변모했다. 낡은 원통의 양철 테이블, 변함없이 저렴한 가격과 30년째 장사를 하는 주인아주머니. 벌써 30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변한 것은 사람들뿐이다. “세월이 참 많이 흘렀어요. 벌써 30년이라니 참. 젊은 학생들이 어느새 어른 되어 찾아와요. 참 신기해. 30년 금방 같은데 학생들은 수도 없이 바뀌고 또 바뀌지.”라고 말하는 사람은 30년 삼미집을 지켜온 주인 최금순(69)씨다. 그때 누군가가 주방 쪽으로 가면서 “저쪽이 맞지요?”라고 묻는다. 그러자 최금순씨는 “저 사람은 수질 공무원인데 지금 음식점 수질검사 나왔어요. 84학번이야.” 모든 것이 그녀는 학번으로 통한다. 한쪽 구석에서 막걸리를 마시던 일행들도 지나간 시절의 이야기로 가득하다.

‘잊지 못할 파전 한 판’
비 내리는 날이면 자리가 없을 정도로 북적이지만, 그렇지 않은 날에도 저녁 무렵부터 시작해서 빈 테이블을 찾을 수가 없다. 여기 손님들은 구성을 보면 절반은 현재 대학생이지만, 나머지 절반은 여기를 거쳐 간 대학생들이다. 이미 중년이 된 7080세대들이 추억을 찾아 온 것이다. “어느 날, 기사 딸린 중년의 사장님이 여길 찾아왔어. 그러더니 대뜸 외상값을 갚으러 왔다는 거야. 그래서 난 ‘이제껏 그냥 줬으면 줬지, 외상은 안했어’라고 하자 그 사람이 그러는 거야. 아주머니 절 기억 못하세요?”라며 그녀는 최근에 있었던 일화를 들려준다. 30년 전, 한 대학생이 수중에 돈은 없지만, 이곳 삼미파전을 너무나 먹고 싶어 무조건 먹고 돈이 없다고 고백하자 주인아주머니가 조금도 싫은 표정 없이 그대로 돌려보냈다는 것. 그때의 그 대학생은 늘 마음에 걸리고 고마워서 30년이 흐른 지금 일부러 찾아와 외상값이라며 돈 만원을 주고 갔다는 것이다. 이제는 어엿한 중견기업체 사장이 되어 다시 찾았으니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지 않은가.
‘하나의 문화(文化) 트랜드로 자리잡다.’
삼미집이 망할 일은 전무할 것 같다. 왜냐하면 대학 4년 동안 끊임없이 재학생 고객을 창출함과 동시에 졸업하여 사회로 진출한 과거의 재학생들은 다시 추억이 그리워 다시 돌아오기 때문이다. 마치 연어가 먼 알래스카 해역까지 진출했다 다시 자신이 태어난 고향, 한국의 강(江)을 찾는 회귀성 어류처럼.
구세대와 신세대, 남성과 여성 그리고 하루 종일 고단한 노동으로 힘든 노동자들로부터 회사원, 공무원 할 것 없이 계층 간의 벽(壁)이 무너지고 자유로움을 만끽 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삼미집이다. 아직도 80년대의 낭만을 그리워한다면 지금 삼미집을 가보라고 권하고 싶다. 특히 비오는 날, 삼미집 풍경은 우리들이 잊었던 지난 시절의 꿈과 추억들이 다시 흥건하게 배어있을 것이다.

그때에 비해 가격이 조금 올랐다. 일면 삼미파전으로 유명한 해물파전 1만원이다. 안주거리인 부대고기볶음, 오징어볶음, 닭갈비볶음, 닭발볶음 모두 1만원 균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