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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성화 수술에 대한 이해

2017-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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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성화 수술에 대한 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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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성화 수술은 꼭 시켜야 되나요? 있는 그대로 살게 하고 싶어요. 아프지도 않은 아이한테 수술을 시키는 것도 참 못할 짓이죠” 라는 얘기 참 많이 듣는다. 그도 그럴 것이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생식기관은 여자를 여자답게 남자를 남자답게 하며, 삶에 큰 선물인 아이를 갖게도 해주는 곳이니 얼마나 소중할 것인가? 하지만 수의사인 나는 아이들 건강을 위해서 중성화 수술을 권장한다. 나이가 7살이 넘은 암컷 강아지가 식욕부진이나 소화기 증상으로 내원하면, 나는 자궁질환을 감별할 것을 꼭 권한다. 그만큼 중년 이상의 아이들에게 자궁질환은 생각 이상으로 흔하기 떄문이다.  하지만 안타까운 점은 자궁축농증 같은 자궁질환은 대개 나이든 아이들이 걸리기 때문에 자궁질환만 갖고 오는 경우는 많지 않다는 것이다. 병발질환으로 심장병이나 신장병을 갖고 오는 경우도 있고, 이미 병이 진행되어 합병증으로 심한 빈혈이나 속발성 신장질환을 갖고 오는 경우도 많다. 이렇게 되면 수술을 견딜 지 장담할 수 없는 상태에서 불가피하게 수술을 진행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


아프지 않은 아이의 몸에 칼을 댄다는 거부감, 우리 아이는 안 걸릴 거야 라는 안일함이 가장 수술적 예방을 망설이게 하는 이유이지 않을까 싶다

    며칠 전 12살 쿠키라는 아이가 구토와 식욕부진으로 내원하였다. 잇몸이 창백하고 진료대에 힘없이 누워있던 쿠키의 진단명은 자궁 축농증이었다. 이미 합병증으로 심한 빈혈이 와있었고, 신부전까지 진행되어 수술을 견딜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는 상태였다. 하지만 현재로선 농으로 커진 자궁을 제거해야 그 이후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보호자도 나도 어렵게 수술을 결정할 수 밖에 없었다. 수혈을 하며 응급수술을 진행하였고, 고맙게도 쿠키가 잘 버텨줘서 무사히 회복되어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그 때 보호자는 병원에서 미리 중성화 수술을 권했더라면 시켰을 텐데 왜 권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는 말씀을 하셨다. 글쎄… 중성화 수술은 전염병 예방을 위해 접종을 하듯 자궁질환 예방 수술로 많이 권하고 있기 때문에 쿠키 보호자께서 한번도 듣지 못했다면 안타까울 따름이다. 하지만 몰라서 안해주시는 경우보다는 아프지 않은 아이의 몸에 칼을 댄다는 거부감, 우리 아이는 안 걸릴 거야 라는 안일함이 가장 수술적 예방을 망설이게 하는 이유이지 않을까 싶다.
    우리 병원에 내원하는 아이들은 노령견 아이들이 참 많다. 노령성 질환인 심장병, 신장병, 호르몬 질환, 그리고 요즘엔 종양도 많이 생겨서 온다. 그럼 암컷 개에게 가장 흔한 종양은 무엇일까?  우리 주변 반려견들을 둘러보면 짐작할 것이다. 바로 유선 종양이다. 다행인 점은 강아지 유선종양 중 대략 70%가 양성 종양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노령견 수가 많은 우리 병원의 특성 때문인지 유선종양도 참 많고 그 중 악성 종양인 아이들도 드물지 않게 본다. 그런데 이 사실을 아시는지… 유선종양은 충분히 예방 가능한 질병이라는 것이다.  심지어 두 번째 생리하기 전에 중성화 수술을 하는 경우에는 유선종양을 90%이상 예방할 수 있다. 하지만 두 번째 생리 이후 중성화 수술을 하면 예방률은 현격히 떨어진다.


주로 전립선염과 전립선 비대증으로 인해 나이든 개에게서 배뇨곤란과 변비 증상이 나타난다

    유선종양이 생기는 이유에 대해서는 완전히 밝혀지진 않았지만 발정주기 호르몬이 관여하는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해서 이른 시기 난소 제거는 유선종양 발생 인자들을 원천적으로 제거함으로써 유선종양 발생을 막는 것이다.  14살 또또는 두 자매가 키우는 할머니 강아지이다. 마르고 노쇠했음에도 낯선 이의 손길엔 이빨을 드러내던 꼬장꼬장한 아이였다. 사람 나이로는 70살. 중년의 두 자매보다 연배가 높아 모시고 산다며 참으로 예뻐하셨더랬다.  또또는 마지막 분방에 자두알만한 유선종양을 갖고 내원하였다. CT에 전이소견이 없어 수술을 진행하였고, 수술 후 조직검사 결과는 악성종양으로 나왔다. 수술 전부터 항암은 원하시지 않는다고 말씀하셨던 터라 더 이상 종양 치료는 진행하지 않았다.  보호자 곁에서 그렇게 4개월을 더 살고 또또는 폐전이로 세상을 떠났다. 보호자는 함께 시간을 보내며 마음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을 줬다며 고맙다 하셨지만 떠나는 날은 참으로 많이 우셨다. 또또는 14살 적지 않은 나이로 하늘 나라로 갔지만 나는 한편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또는 유선종양 외에는 나이에 비해 다른 장기들은 튼튼한 편이었다. 만약 중성화 수술을 일찍 했더라면 두 보호자와 또또는 좀 더 긴 시간을 함께 할 수 있지 않았을까? 라는 아쉬움이 남았다. 이 후 또또가 떠나고 보호자들은 귀여운 코카스파니엘 한마리를 분양받으셨다.  이 아이는 접종이 끝난 즉시로 중성화 수술을 시키셨음은 물론이다.
    자궁질환과 유선종양이 비중성화 암컷개에서 발생할 수 있는 질환이라면 수컷에서는 전립선 질환과 고환종양이 그러하다. 수컷에게는 남성호르몬을 먹고 증식하는 장기가 있는데 바로 전립선이다. 이미 사람에 있어서도 중년 남성의 배뇨곤란 주원인으로 전립선 질환은 많이 알려져 있다. 이와 같은 증상이 강아지에게도 있다. 주로 전립선염과 전립선 비대증으로 인해 나이든 개에게서 배뇨곤란과 변비 증상이 나타난다. 이 질환들은 중성화 수술을 해주면 대개 개선이 된다. 전립선 질환보다는 덜 흔하지만 고환종양이 생겨서 오기도 한다. 잠복 고환은 고환종양 발생의 주 위험인자로 고환종양 발생율을 약 13.6 배 정도 증가시킨다. 잠복 고환이란 고환이 생후 정상 위치인 음낭으로 내려오지 않고 복강이나 사타구니에 걸려있는 경우를 말한다. 비정상적인 위치에서 고환은 적절한 온도보다 다소 높은 체온에서 존재하게 된다. 이는 고환의 종양성 변화를 촉발하는 하나의 인자로 알려져 있다. 해서 중성화 수술은 전립선 질환의 예방을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특히나 잠복고환 강아지를 키우시는 보호자라면 고환종양 예방을 위해 중성화 수술은 필히 생각해 보실 것을 권한다.



    빈이는 복강내 종양으로 내원한 15살 할아버지 개이다. 중성화 수술을 하지 않은 빈이는 음낭내 고환이 하나밖에 내려와 있지 않아서, 복강내 종양은 잠복 고환의 종양성 변화로 추정되었다. 수술로 제거한 종양은 검사결과 예상했던 대로 고환 종양으로 나왔고, 그 중에서도 세르톨리 세포 종(sertoli cell tumor)이라는 종류로 진단되었다. 세르톨리 세포는 고환에서 여성호르몬을 분비하는 세포이다. 종양화되면 혈중 여성호르몬 농도가 현저하게 높아져서 여러가지 부작용이 발생하게 된다. 수컷에게 암컷의 행동이나 신체적 변화를 일으키기도 하고 심하면 골수억압으로 치명적인 범혈구 감소증 같은 임상증상을 나타내기도 한다. 하지만 골수 억압까지 가는 케이스는 확률적으로 높지 않다. 높지 않을 뿐이지 없는 것은 아닌지라 빈이가 그런 안타까운 경우였다.  수술 전부터 지혈에 필수적인 혈소판과 적혈구 감소증을 보였고, 수술과 반복적인 수혈에도 이런 증상은 회복되지 않았다. 더욱이 척수에 림프종이라는 종양까지 병발하면서 빈이는 회복되지 못하고 하늘 나라로 떠났다.
    의학 기술이 발전하면서 사람에게는 100세 시대가 열렸다. 이는 반려견들도 마찬가지이다. 병원에 있으면 10살 후반의 강아지들을 심심찮게 만나게 된다. 건강한 노견, 10대 우리 강아지를 위해 예방할 수 있는 것들은 예방하자. 그것이 아이에게 있어 불편함을 넘어서 생명에 위협을 줄 수 있는 것이라면 더욱이 그래야 하지 않겠는가? 이런 측면에서 중성화 수술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