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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가 좋다

2018-01-25

라이프가이드 라이프


나무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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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들어 연세가 50~60 정도로 보이는 분들이 종종 공방에 들려주신다. 한참을 구석구석 구경하신 후 ‘참 좋다. 나도 이런 것 정말 좋아하는데.’ 라는 말을 꺼내신다. 본인도 퇴직 후에 여건이 된다면 작은 작업실을 갖고 나무작업을 하고 싶다고 하신다. 젊은 친구들 못지않게 클래스에 관심도 많으시다. 나무냄새가 좋으시단다.
    오래 전부터 나무로 만들어진 것들이 항상 우리 곁에 있었기 때문일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나무는 거부감 없이 친근감과 따듯한 느낌을 준다. 인간이 가장 오래전부터 자연에서 취해 사용해온 재료들 중 하나가 나무인데 예나 지금이나 나무를 사용하는 방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원하는 형태로의 가공이 쉬워 자르고 깎아 무엇을 만든다. 무기나 농기구처럼 생활에 필요한 도구들을 만들었으며, 가구를 만들고 집을 지었다. 제대로 선별된 목재로 지은 건축물들은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에도 여전히 건재하다. 시대가 변하면서 필요한 물건을 만들어 쓰는 선을 넘어 미를 추구하는 각종 장식품이나 조각품들도 만들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약해지고 가치를 잃어버리는 다른 재료들과는 달리 나무는 오래될수록 더 단단해지며 그 가치를 더해간다. 요즘은 철거되는 오래된 건축물에서 나오는 목재들이 고재라며 더 비싼 값에 팔리기도 한다.
    나무를 다루면서 얻을 수 있는 즐거움은 많다. 우선 다양한 무늬와 색감을 꼽을 수 있다. 지구상에 자라는 여러 나무들은 제각기 다른 무늬와 색감을 가지고 있으며 정말 아름답다. 마음에 드는 무늬와 색감을 가진 나무를 골라 무언가를 만들고 나면 결과물에 그것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표면을 한껏 부드럽게 다듬은 후 오일마감을 할 때 드러나는 본연의 색감과 무늬를 보면 무척이나 마음이 풍요로워진다. 물론 밋밋한 나무의 경우에는 빈티지페인팅을 통해 또 다른 느낌을 낼 수 있지만, 애초에 마음에 드는 나무를 고른다면 그럴 필요는 없다.




    둘째는 다양한 접근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나무를 이용해 할 수 있는 작업은 무척 많다. 목재를 깎아 형태를 만드는 소품부터 시작해 구조를 짜고 맞춰 가구나 건축물까지도 만들어낸다. 목공 안에서도 사람들마다 선호하는 작업들이 각기 다른데, 필자의 경우에는 결합해 구조를 만들어 내는 작업보다는 한 덩어리의 나무를 다듬어내는 작은 작업들을 선호한다. 몇 가지 공구만 있으면 집에서 쉽게 할 수 있는 작업들도 많다. 숟가락 깎기, 펜던트 만들기, 도마 만들기 등을 예로 들 수 있는데, 잘라낼 수 있는 톱과 사포, 오일 정도만 있어도 시도해볼만 하다. 물론 욕심내면 끝이 없는 것이 목공이기도 하다. 이 외에도 다른 재료들과의 조합이 좋다는 점, 리폼이 용이하다는 점, 가공이 타 재료에 비해 비교적 쉽다는 점 등 나무를 가까이 하게하는 매력은 너무나도 많다.
    그 중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이유 하나를 꼽자면 작업할 때 들인 정성이 결과물에 나타난다는 점이다. 등산을 하다 보면 껍질이 벗겨져 매끄럽게 닳아있는 나무를 볼 수 있는데, 수많은 사람들 손에 오랫동안 닳고 닳아진 모습이다. 손을 대면 댈수록, 정성을 들일수록 결과물로 보여준다는 것의 자연적인 예가 아닐까? 사포질을 건성으로 하면 거친 표면으로 남게 되지만 거친 사포부터 시작해 차근차근 고운 사포질을 하고나면 따로 마감을 하지 않아도 광이 날 정도이다. 오일 마감까지 정성들여 하고나면 그 어떤 재료보다도 따듯하고 부드러운 표면을 볼 수 있다.
    물론 매끈한 표면은 지극히 필자의 주관적인 취향으로 거친 표면도 그 나름의 매력을 충분히 나타낸다. 가구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이음새를 얼마나 정교하게 만들어 결합했는지에 따라 그 견고함이 달라진다. 아주 예쁘게 생긴 의자에 앉았을 때 삐그덕 거리며 흔들린다면 불안함과 동시에 실망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제작 과정에서 노력한 만큼 받는 성취감이 목공에 빠져들게 하는 힘이 아닐까 싶다.
    독자 분들에게 ‘취미가 무엇입니까?’ 라는 질문을 드림과 더불어 나무와 친해져보라고 권하고 싶다. 메마르고 각박한 현 시대 속에서 나무를 다뤄보며 경험할 수 있는 힐링은 취미 삼기에 더할 나위 없다. 이번 주말, 가까운 공방에 들러 나무냄새 한번 맡아보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