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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마법지팡이를 만난다는 것

2018-05-28

라이프가이드 라이프


나만의 마법지팡이를 만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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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결이 난 후에도 여전히 인기가 많은 영화가 있다. 바로 해리포터이다. 해리포터는 마법사와 인간 (머글) 사이에서 태어난 비운의 아이이다. 해리는 인간세계에서 살다 학교를 입학하게 되는 때에 호그와트라는 마법 학교로부터 입학추천서를 받게 된다. 그리곤 마법 학교에 들어가기 위해 필요한 물품들을 구입하러 마법 세계로 가게 되는데, 마치 우리가 초등학교 입학할 때 필요한 가방이나 학용품, 악기를 사듯이 말이다.
    그중에서 꼭 사야 하는 것이 있는데 바로 마법 지팡이이다. 마법 지팡이는 모두가 알다시피 마법을 부리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도구이다. 그 중 흥미로웠던 장면이 있었는데 마법 지팡이를 판매하는 가게에서 해리가 지팡이를 구입 하려하니 주인이 지팡이의 원재료를 나열하며 해리와 합이 맞는 지팡이를 추천해주며 직접 사용해 볼 수 있게 한다. 그러다 맞지 않는 지팡이를 사용할 경우 어긋난 상황이 일어나기도 한다. 그리고 지팡이는 구매자가 주인이 되어 소유하게 된다.
    이 장면을 보면서 내가 느꼈던 점은 마치 마법사는 나, 마법 지팡이의 원재료는 작업방식, 마법 지팡이는 창작자 고유 창작물이나 스타일 그리고 마법은 창작을 통해 이루는 어떤 무언가라고 느껴졌다. 나의 궁극적인 목표가 무엇인가에 따라서 맞는 작업방식이 있는 것이고, 아니면 맞지 않아서 목표를 포기하게 되거나 돌고 돌아서 자신과 맞는 방식을 찾게 된다.




    나에게 맞는 마법 지팡이는 무엇일까 고민을 많이 했다. 그림이 나에게 마법지팡이 일까? 물론 나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기에 그림으로 모든 걸 표현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지금도 마찬가지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그걸로는 부족한 느낌이 들었다. 직접 만져보고 느낄 수 있는 확고한 무언가를 원했다. 그래서 캔버스에 아크릴 물감을 두껍게 발라 질감을 돋보이게 한다든지 다양한 재료들을 사용해 좀 더 피부로 느껴지게끔 작업 해보다가, 또 다른 방법으로는 직접 레이아웃을 짜고 실제로 사용해 볼 수 있는 엽서, 노트도 만들어보기도 했다. 하지만 만족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다 마법을 부릴 수 있는 지팡이를 찾다 만난 것은 니들펠트였다. 니들펠트는 양모 ( 양의 모를 얇은 솜처럼 만든 후 다양한 색으로 염색한 하나의 솜 덩어리 ) 를 길고 여러개의 작은 가시처럼 달린 특수 바늘로 콕콕 찔러서 견고한 모양으로 다듬어 하나의 객체를 만드는 것이 가능해서 내가 원하는 작업이 적합할 것이라 생각되었다.
    나의 캐릭터를 입체감 있게 표현하면서 하나의 그림으로 완성될 수 있는 이상적인 작업이며, 게다가 필요한 도구라고는 책상 하나와 스펀지, 바늘 그리고 양모만 있으면 완벽한 조건이었기에 6평 남짓한 작업실에 살던 나에게는 더더욱 안성맞춤이었다. 주저하지 않고 바로 재료를 구입해 만들기 시작했다. 처음 시작한 니들펠트 작업은 너무 신기하기도 했고 특수한 바늘에 손이 찔려 다쳐도 드디어 나에게 니들펠트라는 작은 지팡이가 생긴 것만 같아 너무 신이 났다.그리고 그 당시에는 회사를 그만두게 되면서 창작자의 길로 들어서기 위해 마음을 먹었었는데 그 중의 목표가 있다면 마켓 참여하기였다. 마켓을 참여하기 위해 여러 가지 준비를 해야 했는데, 그중에 제일 중요한 것이 어떤 것을 판매를 할 것인가였다. 그래서 나는 니들펠트를 활용해 나의 몬스터 친구들을 만들어 판매를 하겠다 결정을 하게 되었다.




    판매 할 제품 하나를 만드는데 정말 여러 가지로 고민이 많았다. 처음에는 내가 생각하기에 귀여우면 된 거지 하며 즐겁게 시작했다면 본격적으로 나를 대표하는 제품이 될 거라는 생각하니 그 생각이 정말 가벼웠구나 하고 반성하면서 이에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게 되었다. 사실 니들펠트에서도, 그리고 판매와 직결된 작업에 있어서 전문가가 아니었기에 어려운 점이 많았다. 기존 상품에서 더 업그레이드를 해야 하는데 어떻게 더 해야 할지도 감이 잡히질 않았고 그 외에도 컨셉을 정해야 하며 제, 포장, 가격 등 신경 써야 할 부분들이 정말 많았다.
    누구에게도 물어볼 사람이 없어서 그리고 고민을 오래 할 시간이 없었기에 답답한 마음이 커갔다. 하지만 계속 안고 있어봤자 풀리지 않을 거란 생각에 주저하지 않고 주변 지인들이나 다양한 공간에서 작업물들을 보여주면서 반응을 봤다. 그렇게 하니 점점 고쳐야 할 부분들이나 좀 더 발전시키면 좋을 부분들이 보이기 시작해 아무것도 잘 몰랐던 전보다는 수월하게 작업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하여 몬스터 브로치를 시작해, 가방에 달 수 있는 키링이나 패치, 그리고 방을 귀엽게 꾸며 줄 가렌더를 만들어 마켓에 참여하게 되었다.
    이렇게 니들펠트 작업을 시작해서 점차 나의 캐릭터와 브랜드를 알리기 시작했고, 후에는 더 나아가 좀 더 캐릭터를 구체화 시킬 방법 찾던 중 인형이라는 소재를 선택하게 되었다. 그렇게 니들펠트도 원재료로 돌아가 인형이라는 소재와 접합해 하나의 새로운 지팡이를 만들게 되었다. 새로운 지팡이를 만들면서 정말 우여곡절이 많고 예기치 못한 상황들이 일어나고 있지만, 흔들리지 않고 부러지지 않게 계속 다듬어 나아가고 있다.
    나의 작은 지팡이를 만들기까지 시간을 되돌아보니 느껴지는 건 자신만의 지팡이를 만들기 위해 과거로부터 시작해 지금을 벗어난 오랜 시간 동안 작업하시는 모든 작가님들이 너무나도 존경스럽다는 점이다. 나의 글을 읽고 있을지 모를 창작의 길로 들어선 분들도 다소 늦더라도 조급해 말고 부디 자신만의 소중한 지팡이를 견고하고 멋지게 다듬어 나가시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