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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대 당근서리 사건의 전말

2018-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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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대 당근서리 사건의 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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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년 6월 24일 50대 A씨를 포함한 3명의 일당이 충북대에서 80kg 가량의 당근을 훔친 사건이 발생하였습니다. A씨 등은 경찰조사에서 고기와 같이 먹을 상추를 서리하려다가 당근을 서리하게 되었다고 밝혔는데요, 문제는 A씨 등이 훔친 당근이 질병에 대한 저항력이 높은 품종을 개발하기 위하여 1억 2,000만 원 가량의 연구비를 들여 재배하던 당근이었다는 점입니다. 게다가 당근을 모두 도난 당하는 바람에 품종 개발 연구에 차질까지 빚어졌습니다. 경찰은 A씨 등을 특수절도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였습니다.  


여기서 잠깐! 절도와 특수절도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절도란 다른 사람의 재물을 절취하는 범죄입니다. 한편 특수절도는 2명 이상이 협력하거나 흉기를 휴대하여 다른 사람의 재물을 훔치는 범죄로 일반 절도죄보다 더 무겁게 처벌받게 됩니다. 이번 ‘충북대 당근서리 사건’은 2명 이상이 협력하여 당근을 훔친 것이기 때문에 특수절도죄에 해당합니다.
    2018년 3월 기준으로 당근의 시세는 1kg당 1,100원 꼴이었습니다. 만일 A씨 일당이 훔친 당근 80kg이 보통의 당근이었다면 그 가액은 88,000원에 불과하였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 도난 당한 당근은 무려 1억 2,000만 원 가량의 연구비가 투자된 것으로 당근 1kg의 가치만 해도 150만 원에 달합니다. A씨 등이 이미 먹어 버린 당근은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충북대 측은 이들로부터 당근에 투자된 돈을 돌려받을 수 있을까요?




    충북대 측은 민법 제750조에 따라 불법행위를 이유로 A씨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손해배상청구가 가능하다고 해도 그 액수에 대해선 의문이 남습니다. 왜냐하면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는 이유로 가해자에게 그로 인한 모든 손해를 배상하도록 하는 것은 경우에 따라 다소 불합리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현행 민법은 행위자가 알고 있던 사실과 일반적으로 알 수 있는 사실을 기초로 손해배상의 범위를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아래의 규정은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에 대한 규정이지만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됩니다).

“민법 제394조(손해배상의 범위)
①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은 통상의 손해를 그 한도로 한다.
② 특별한 사정으로 인한 손해는 채무자가 그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에 한하여 배상의 책임이 있다.”


    이 사건의 경우 A씨 등이 훔친 당근이 연구 목적으로 재배하고 있었던 것이라는 특별한 사정으로 인하여 막대한 손해가 발생하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A씨 등이 연구 목적으로 재배 중인 당근이라는 것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면 위 규정에 따라 연구비 1억 2,000만 원 전부에 대해서 책임을 지게 될 것입니다. 이 사건에 관한 후속 언론 보도에 따르면 A씨 등은 계속해서 고기와 같이 먹을만한 보통의 당근이라 생각하고 훔쳐간 것이라 진술하였다고 합니다. 그러나 훔친 당근의 양이 80kg에 달하고, 주위에 수 많은 경고문이 있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A씨 등의 진술은 섣불리 믿기 어려운 것으로 보입니다.
    ‘서리’라는 단어가 불러 일으키는 향수 때문에 이 사건을 단순한 해프닝이나 쉽게 눈 감아줄 법한 장난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이는 엄연한 절도행위임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A씨 등의 절도 범행으로 인하여 충북대 측은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입었을 뿐만 아니라 그간 당근 품종 개발 연구에 매진하였던 교수들을 비롯한 학생들 또한 크나 큰 상처를 입었습니다. ‘남의 것을 탐하지 말라’라는 단순한 원칙만 제대로 지켜졌더라면 발생하지 않았을 사건이기에 더욱 안타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