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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이 더 정의로워 지기 위한 하나의 방법 재심

2018-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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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이 더 정의로워 지기 위한 하나의 방법 재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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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심은 판결에 중대한 사실인정 등에 관한 오류가 있을 때 부당한 판결을 시정하는 권리구제제도이다. 이미 확정된 판결에 대한 구제수단인 점에서 항소나 상고와 다르다. 판결이 이미 확정된 경우에는 이에 대하여 함부로 불복의 신청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은 당연하지만 판결에 잘못이 있다고 생각되는 현저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불복의 신청을 인정하여 그 판결을 취소하고 새로이 판결을 해야 한다. 판결을 번복하는 것은 법의 안전성을 해칠 수 있기에 되도록 허용되지 않지만, 중대하고 명백한 오류가 있는 경우에는 당사자의 권리를 구제하기 위하여 판결을 번복하여야 할 필요성이 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재심은 법이 더 정의로워지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재심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중대하고 명백한 오류가 인정되어야 하므로, 재심절차가 개시되는 것은 어렵다. 그렇지만 어느 곳에서건 어느 시대에서건 오판은 존재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재심이 종종 이루어진다. 우리나라의 경우 아래와 같이 재심청구가 많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특히나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시국사건에 대한 재심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출처 – 대한민국 법원 대국민서비스 사법연감(통계) 2016년 사건추이(누년비교)

    재심사건 중에 유명한 것은 영화 ‘재심’으로 잘 알려진 약촌 오거리 살인사건이다. 이 사건의 진범은 올해 3월에 이르러서야 18년만에 유죄판결을 받게 되었다. 이 사건은 2000년 8월 전라북도 익산 약촌 오거리에서 한 택시기사가 범인에게 흉기로 12군데를 찔려 사망한 사건이다. 당시 목격자인 10대 소년이 경찰의 고문에 의해 범인으로 몰려 1심에서 징역 15년을, 2심에서는 징역 10년형을 선고받았고, 지난 2010년 출소하였다. 소년은 억울함을 풀기 위해 2013년 재심을 청구하였고 2015년 6월 광주고등법원에서는 재심을 개시하기로 한 다음 2016년 6월 재심의 첫 공판기일이 열렸다. 이 사건의 재심이 개시될 수 있었던 것은, 교도소에 다른 사건으로 구속되어 있던 진범이 2003년경 감방에 있던 동료에게 본인이 약촌오거리 사건의 범행을 저질렀음을 인정하였고, 이와 같은 진범의 자백이 담긴 경찰 피의자 신문조서와 같은 감방에 있었던 동료의 진술서 등 새로 발견된 증거가 있음이 인정되었기 때문이다. 한편, 억울하게 범인으로 몰렸던 목격자는 무죄판결을 받고 이후 형사보상에 의해 839,376,000원의 보상금을 받았다.
    약촌 오거리 살인사건 진범이 밝혀지면서 영화 ‘재심’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게 되었다. 또 다른 인기영화 ‘7번방의 선물’도 재심이 이루어진 사건을 모티브로 만들어졌다. 모티브가 된 실제 사건은 ‘춘천 강간살인 조작 사건’으로 불리는 사건으로, 1972년 9살의 한 소녀가 강간, 살해당한 사건이다. 당시 범인은 만화방 주인으로 밝혀져 만화방 주인은 무기징역형을 받았다가 모범수로 선정되어 15년형으로 감형되었고, 1987년 출소하였다. 만화방 주인은 출소 후 경찰의 폭력에 의해 거짓 자백을 하였다고 주장하면서 재심을 청구하였지만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기각되었다. 그렇지만 그는 2005년 대한민국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 위원회를 통해 거짓 자백에 대한 입증이 이루어져 재심을 받을 수 있었고, 2011년에서야 뒤늦게라도 무죄 판결을 받을 수 있었다. 만화방 주인은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금 소송을 제기하였으나,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는 이유로 손해배상은 받지 못했다.
    다른 나라에서도 재심은 존재한다. 미국에서 재심이 열린 재판 중 하나는 메릴린 사건이다. 아내를 죽였다는 잘못된 혐의를 받은 남편이 복역 중 재심을 청구하여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났다.



    한편, 재심이 아니더라도 잘못된 사건에 대하여 정부 차원에서 사과하는 경우가 있다. 1927년 미국연방 대법원은 한 젊은 여성이 강제불임시술을 받도록 판결하였고 이후, 미국 전역에서 60,000명 이상이 강제불임시술을 받게 되었다. 당시 미국 정부는 우생학 이론에 근거하여 정신병 등이 유전된다고 보았고, 유전적으로 열등한 아동의 출산을 막으려고 정신이상자 등에 대해 강제불임시술을 할 수 있게 하는 단종법을 제정하였는데,. 단종법을 빨리 시행하기 위한 정부의 방침에 따라 강제불임시술을 당하게 된 여성이 있었다. 캐리 벅이라는 이름의 이 여성은 벨이라는 이름의 수용소장을 상대로 강제불임시술에 대한 소송을 제기하였고, 그녀가 제기한 소송은 통상 벅과 벨 사건으로 알려져 있다. 이 사건에서는 당시 법원은 캐리 벅의 엄마, 엠마 벅이 정상이 아니라는 점과 캐리 벅과 그녀의 딸 비비안이 정신박약이라는 점, 즉 3대에 걸쳐 정신박약이 이어졌다는 사실만으로 캐리 벅에 대한 우생학적 불임시술을 하는 것은 충분하다고 판단하였다. 우생학적 불임시술을 통해 열등한 유전자가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것을 미리 차단하겠다는 취지였다. 후에 캐리와 비비안 모녀는 정신박약이 아님이 밝혀졌다. 그렇지만, 설사 이 두 모녀가 정신박약이었다 하더라도 강제불임시술은 정당화될 수 없다. 버지니아 주 의회는 2002년에서야 강제불임시술이 이뤄지게 한 캐리 벅 소송에 대한 잘못을 시인하였다.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간첩혐의를 받은 프랑스의 드레퓌스 재판 등 여러 나라의 사례를 볼 때 재판의 결론이 늘 옳은 것은 아니다. 재판도 시대의 상황과 관념의 영향을 받고, 당시에 옳다고 생각하였던 것이 후에 잘못되었다고 판단될 수 있다. 물론 법원의 판결을 뒤집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그렇지만 한 명의 억울한 피해자를 없게 하기 위해서 법은 예외적으로 법원의 판결을 뒤집을 수 있는 명백하고 새로운 증거가 제출된 경우 재심이라는 제도를 통해 다시 재판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것이다.
    이상으로 재심제도에 대하여 알아보았고, 이는 법적 안정성과 억울한 피해자의 구제라는 두 가지 가치를 모두 충족하기 위한 제도로 운용되고 있다. 모든 일에는 잘못과 실수가 있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그 이후에 잘못을 바로잡은 다음 다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법은 진실이 밝혀지고 정의가 구현될 수 있도록 재심절차를 규정하고 있다. 재심에 의해 구제된 사례들은 우리나라가 진실을 외면하지 않고 정의를 추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재판의 결론이 항상 옳을 수 없지만 그 와중에 억울한 사람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모두 더 공정한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하면서 한 명의 억울한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게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