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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가 알려주는 건강 이야기 (성인/노인)
힘 빼고 삽시다 이갈이의 원인은?
'이갈이의 원인과 치료방법'

우리가 어떤 일을 이 악물고 할 때 ‘악착(齷齪)’같이 한다는 표현을 합니다. 악착은 어떤 일을 하는 태도가 매우 모질다는 뜻인데요. 악착의 한자를 보면 이치(齒) 한자가 두 글자 모두에 들어가 있습니다. 하지만 정말 이를 악물고 버티면 어떻게 될까요? 이를 악무는 것은 치아에 매우 좋지 않은 행동이기 때문에 지속할 경우 큰일이 날수도 있습니다.
치아에 가해지는 힘은 얼마나 될까?
우리가 음식물을 씹을 때 치아에 가해지는 힘은 얼마나 될까요? 매번 어금니 하나당 50~60킬로그램에 이르는 힘이 가해집니다. 그런데 음식물을 씹을 때보다 이갈이를 하거나 무언가에 집중했을 때 이를 꽉 물면 이보다 10배 이상의 힘이 치아에 가해지게 되는데요. 우리 치아는 음식물을 씹는 정도의 힘에는 버틸 수 있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이보다 과도한 힘이 오랜 세월 주어지면 버티기가 어려워 탈이 나게 됩니다.
먼저 치아가 마모될 수 있습니다. 찬 물에 시리고 불편한 느낌이 생기는데요. 더 진행이 되면 치아에 미세한 금이 생깁니다. 미세한 금은 초반에 발견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치아에 금이 생긴 지 모르고 계속해서 힘을 주게 되면 금이 더 진행됩니다. 결국 치아가 쪼개지는, 수직 파절이 되어 발치하는 일이 생기기도 합니다.





임플란트를 한 경우에 이런 습관이 있으면 더 좋지 않습니다. 임플란트에 과도한 힘이 계속 가해지는 것이므로 임플란트의 수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턱관절장애를 일으킬 위험도 있습니다. 턱관절장애는 이를 악물고 가는 행동이 반복되면서 턱관절 주변의 근육이 뭉쳐 통증이 발생하는 질환인데요. 이갈이로 인한 턱관절장애는 불면증·두통·이명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자신이 이를 악무는 습관이 있는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아침에 일어났을 때 턱이 무겁고 뻣뻣한 느낌이 들거나 턱이 사각턱 모양으로 바뀌고 있다면 밤에 자면서 이갈이를 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입안에서는 치아가 과도하게 닳아 있고, 혀 가장자리에나 뺨 안쪽에 톱니 모양의 자국이 나 있으면 이갈이나 이 악물기를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
우리의 입 주변에는 입을 열고 닫는 근육을 포함하여 음식물을 씹는 저작근 등 여러 근육이 얽혀 있는데요. 이 근육들의 힘은 매우 강력합니다. 따라서 우리 몸은 무의식중에 근육의 힘을 억제하는 잠금 기구를 가동합니다. 음식물을 씹고 삼킬 때만 접촉해서 그 순간에만 입 주위 근육이 작용하게 설계가 되어 있는 것이지요. 그런데 치아를 늘 꽉 물고 있는 사람들은 그 잠금 기구가 풀리면서 근육들이 항상 큰 힘을 발휘하게 됩니다.
이 악무는 습관의 원인은?
이갈이나 이를 악무는 습관의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명확하게 밝혀지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스트레스와 관련되어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정서적 스트레스가 수면 중 저작근의 활성을 증가시킨다는 연구가 보고된 바 있습니다. 또한 안면부 목, 어깨 주변의 통증 때문에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해당 부위 근육이 뭉치고 이로 인한 통증에 대한 반응이 이를 악무는 행동으로 이어지는 것이죠.
이를 악무는 습관이 심해지면 그로 인해 또 근육이 뭉쳐서 통증이 심해지는 악순환이 될 수 있습니다. 그 외에 흡연, 음주, 약물, 카페인 섭취 및 유전적 원인 등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치아에 가해지는 힘을 빼고 살기 위해서는?
그렇다면 힘을 빼고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주 오랫동안 이를 꽉 무는 습관을 가진 저는 구강외과 선생님께 보톡스(Botox) 치료를 받았습니다. 치과에서 왠 보톡스냐고요? 보톡스는 보툴리눔톡신(botulinum toxin)을 정제하여 만든 의약품입니다. 주로 주름 제거 등의 미용 목적으로 많이 사용하시는데요.
보톡스는 신경말단에 작용하여 아세틸콜린이라는 근육을 수축시키는 물질의 분비를 억제합니다. 몇 십 년 이상 입 주변 근육에 힘을 꽉 주고 살아온 사람이 갑자기 힘을 빼기란 쉽지가 않습니다. 그래서 보톡스를 주입하여 씹는 근육의 수축을 억제시켜두는 것입니다.
그러면 힘을 주고 싶어도 힘이 안 들어가니 저절로 힘을 빠지게 하는 효과가 있게 됩니다. 단, 보톡스는 일시적이므로, 힘을 빼도록 도와주는 보조요법이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잠잘 때 이갈이가 심한 사람은 마우스가드 착용을 추천합니다. 마우스가드를 착용하면 이갈이로 인한 과도한 하중이 직접 치아로 전달되지 않게 할 수 있습니다. 또한 마우스가드가 치아 사이에 끼어서 서로 맞닿지 않도록 하므로 힘을 뺄 수 있습니다. 심하지 않은 분들은 내가 힘을 주고 있구나 라고 인식하는 것만으로도 좋아질 수 있습니다. 이를 꽉 물었다는 느낌이 들면 혀 끝을 앞니 뒤에 붙이고 입을 다문 뒤 침을 삼켜보세요. 그러면 어금니 사이가 뜨면서 씹는 근육의 힘이 저절로 빠집니다. 혀 끝에 껌을 붙여 연습하는 것도 좋으며, 근육이 이완되게 온찜질이나 물리치료를 받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일본 철학자 우치다 다쓰루는 저서 [힘만 조금 뺐을 뿐인데]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어깨에 힘을 빼자 다른 세상이 보이기 시작했다.” 라고요. 지금 당신은 어떠십니까. 치아를 꽉 물고 있나요? 자고 일어나면 입 주위 근육이 뻣뻣하신가요? 힘을 한 번 쭉 빼보세요. 치아의 건강도, 새로운 세상도 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모두 힘 빼고 삽시다.

EDITOR AE류정미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전화 : 033-739-0332
주소 : 강원도 원주시 혁신로 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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