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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가 알려주는 건강 이야기 (성인/노인)
치아를 살리는 ‘신경치료’의 모든 것!
'신경치료로 인해 치아의 수명이 짧아질 수도'

치과치료 중 사람들이 싫어하는 치료는 무엇일까요? 대부분 치과치료가 유쾌하지는 않지만 그중 가장 힘들고 아픈 것은 신경치료라고 많은 분들이 대답합니다.
신경치료를 하게 되는 원인도 대부분 극심한 통증을 유발하는 치수염으로 시작되니 치과에 올 때부터 힘든 마음이 시작됩니다. 거기다 염증이 심하면 국소마취도 잘 듣지 않아 더 어렵습니다. 하지만 치아를 살리기 위해서 꼭 해야 필요한 신경치료는 대체 어떤 것일까요?





신경치료? NO! 치수치료 또는 근관치료!
명칭(naming)은 직접적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도구이기에 매우 중요합니다. 그런데 ‘신경치료’라는 명칭은 충분한 정보를 담는데 아쉬움이 있습니다. 우선 치아는 여러 겹의 구조로 되어있는데요
법랑질, 상아질이라는 두 껍질을 지나면 치아의 신경과 혈관, 림프조직과 섬유조직이 모여 있는 ‘치수(齒髓)’라는 조직이 나옵니다. 치수는 치아의 중심이라는 한자의 뜻대로 치아의 가운데에서 치아의 뿌리를 따라 들어있는 작은 길인 근관을 통해 퍼져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신경치료를 하게 만드는 ‘치수염(pulpitis)’는 바로 이 치수에 염증이 생기는 것을 말합니다. 충치가 심하거나 치아에 금이 가거나 잇몸질환이 심해져서든 이 치수염이 생기면 상상을 초월하는 통증이 생깁니다.
바로 그 이유는 앞서 설명한 치아의 독특한 구조 때문인데요. 염증이 생기면 어느 조직이든 고름이 차면서 부풀어 오르게 됩니다. 그런데 치아는 아주 단단한 껍질이 감싸고 있으니 이 치수 안에 염증이 생겼을 때 부풀어 오를 수 있는 통로가 없습니다. 그러니 그 압력으로 인해 더 극심하게 통증이 생기는 것입니다.





이 치수염을 치료하기 위해서 치아에 구멍을 내고 압력을 배출하게 한 뒤, 오염된 신경과 혈관 세포들이 모여 있는 치수를 깨끗하게 제거하는 것이 신경치료의 시작입니다. 이후 여러 번에 걸쳐 근관 내 멸균 소독 상태를 조성한 뒤 충전재를 이용해 치아 속을 잘 메꿔주면 신경치료가 마무리됩니다.
즉, 여기서 신경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신경과는 전혀 상관이 없고, 염증이 생겨있는 치아의 한 가운데 조직, 치수를 제거하는 치료라고 이해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따라서 신경치료보다는 치수치료 또는 근관치료라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한 명칭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치아를 살리는 신경치료가 발치 위험을 높인다?
치수까지 염증이 진행되었을 때 신경치료를 하지 않게 되면 통증은 물론, 계속해서 염증이 퍼지기 때문에 치아를 살리기 위해서는 반드시 신경치료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역으로 이 신경치료로 인해 치아의 수명이 짧아질 수도 있는데요. 이게 무슨 말일까요?
신경치료를 하게 되면 치수 안에 들어 있던 신경과 혈관세포가 없어지고 약제로 채워지게 됩니다. 이 이야기는 더 이상 이 치아는 다른 곳에서 수분이나 영양을 공급받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즉 일종의 고목나무처럼 푸석해지고 약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신경치료 후, 크라운 치료를 받아야 할까?
더구나 가운데 있는 치수로 향하기 위해 치아를 관통하는 구멍을 뚫어 놓았으니 물리적으로 부러질 위험도 매우 높아지게 됩니다. 2차 세균 감염 위험도 있겠죠. 따라서 신경치료 후에는 왕관처럼 치아를 덮어서 보호해 주는 크라운 치료가 필수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신경치료는 보험이 되고, 크라운은 비보험 치료라 크라운 치료를 권하는 것이 치과의사들의 상술이라고 가끔 생각하는 분도 계시는데요. 신경치료를 안 할 수 있으면 제일 좋겠지만, 신경치료를 한 후에는 이러한 이유 때문에 반드시 크라운으로 덮어서 보호해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애써 고생해서 신경치료를 받아놓고, 그 치아가 쪼개지거나 문제가 생겨 발치를 해야 하는 불상사가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신경치료의 한계
치아 하나는 작습니다. 그런데 그 작은 치아의 제일 안쪽에 있는 치수는 더 작습니다. 이 치수가 통째로 있으면 좋으련만, 근관이라는 작은 관에 구불구불 들어가 있습니다.
그리고 근관의 형태와 모양은 사람들마다 제각각이라서 미세현미경으로 보아도 제대로 잘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구조상 원천적으로 기구나 소독액이 접근이 불가능할 수도 있고요. 게다가 치주염과 동반되는 경우는 다시 잇몸 염증에 의해 재감염을 일으킬 수도 있는 확률도 있습니다.
예기치 못하게 신경 치료용 기구가 신경관 내에서 부러지거나 신경 치료용 약제가 치아 뿌리 바깥으로 빠져나가는 바람에 통증이 지속되는 경우도 있는데요. 신경치료는 여러 치과치료 중에서도 가장 난이도가 높은 치료 방법이며, 신경치료의 성공률도 연구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60~70% 정도로 알려져 있습니다.
신경치료에 실패를 하게 되면 치아의 뿌리 쪽으로 접근해서 뿌리 쪽 염증을 제거하는 수술인 치근단절제술, 치아재식술 등을 고려할 수 있지만, 효과가 없으면 결국 발치를 해야 할 수 있습니다.





“충치는 여전히 기승을 떨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우리가 충치의 근본 원인을 해소하고 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몸 연대기]를 쓴 대니얼 리버먼의 말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좋은 치료법은 치료받지 않는 것이죠. 신경치료는 받는 것도 힘들고, 받고 나서도 관리하기가 힘듭니다. 신경치료는 꼭 필요하고 중요한 치료방법이지만 신경치료 자체가 치아의 수명을 줄일 수도 있습니다.
우리에게 소중한 치아, 신경치료까지 가지 않도록 잘 관리해 주시는 게 가장 좋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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