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가이드

의사가 알려주는 건강 이야기 (성인/노인)
목에 무언가 박혔을때! 절대하면 안되는 행동 1가지
'머리와 몸을 연결해 주는 중요한 구조물,목'

정신없이 돌아가던 응급실이 더 바빠졌다. 입에서 피를 철철 흘리며 의식을 잃은 환자가 소생실로 들어왔기 때문이다. 위급한 상황에서 한 명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서는 여러 사람의 손이 필요하다.
각자의 역할이 정해져 있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지만, 10명이 넘는 의사 간호사들의 움직임은 시끄러운 기계들의 소리가 더해져 지켜보는 보호자의 눈에는 아수라장일지 모른다. 의식을 잃어 축 늘어진 몸에 유달리 시퍼렇게 멍이 들어 있는 목이 보인다.
보라색 피부가 목 전체를 덮으며 눈으로 봐도 점점 목이 부어오르는 것 같았다. Vital sign(생체징후)을 확인해야 한다. 다행히 아직 심장이 뛰고 있고 맥박도 잡힌다. 그러나 제일 급한 건 숨길이다. 밖으로만 붓고 있는 것이 아닐 게 분명했다.





“Intubation (기관삽관) 준비해 주세요!”
모두에게 긴장되는 순간이다. 두꺼운 목이지만 그 안에 숨 쉬는 길은 엄지손가락 두께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동굴 같은 입 안쪽을 타고 들어가 숨길을 잡아내는 것은 숙련된 기술이 필요하다.
벌어진 입 안쪽을 피를 닦아내며 들어갔다. 예상대로 목 안쪽도 난리였다. 이미 안쪽으로 터진 피가 기도를 타고 들어가고 있고, 부어오른 목 때문에 숨길도 한쪽으로 밀려 있었다. 1cm도 안 되는 틈으로 그 입구가 보였다.
그 찰나의 순간을 놓치지 않고 기도에 삽관을 성공했다. 조금만 더 늦게 시도했어도 환자는 돌이킬 수 없는 저산소 상태에 빠졌을 것이다. 한 가지 어려움을 넘었어도 아직 해결해야 할 산은 많았다.
어딘가에서 나는 피는 멈출 생각이 없었다. 그저 피가 더는 나지 않도록 누른 채로 응급수술을 준비해야 했다. 살려야만 한다. 그러나 그 여정이 험난할 것은 분명했다.
현장에서부터 따라온 보호자에게 물었다. 어떻게 일이 벌어졌는지 정확히 알수록 수술에 도움이 되기에 정확한 설명을 부탁했다. 집안에서 벽에 액자를 걸기 위해 못질을 하다가 못이 튀었고, 운이 없게도 목에 깊숙이 박혔다고 한다. 엄청 아프긴 했지만, 이때까지 정신을 잃거나 하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목에 무언가 박혔을 때, 절대 하면 안 되는 행동 1가지’를 들었다. 바로 환자가 병원에 오기 전에 못을 뽑았던 것이다. 큰 혈관들의 출혈을 막고 있던 못이 뽑히면서 피가 쏟아졌을 터였다. 응급수술은 더 깊은 혈관을 찾아 들어가야 한다는 방향이 정해졌다. 무거운 마음으로 수술방으로 올라갔다. (위 글은 저자의 경험들로 구성한 픽션입니다.)
안녕하세요! 이비인후-두경부외과 의사 김민규입니다! 우리의 목은 머리와 몸을 연결해 주는 아주 중요한 구조물입니다.
두꺼운 근육들로 취약한 부분들이 둘러싸여 있지만, 사고를 당했을 경우, 순식간에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매우 중요한 장기들이 안쪽에 자리를 잡고 있어 주의를 필요로 합니다.
우리는 영화나 드라마에서 화살을 맞은 후에 멋지게 뽑아내는 주인공들을 보고는 합니다. 그러나 실제 상황에서는 절대 이런 행동을 하면 안 됩니다. 목에 있는 혈관들은 심장에서 쥐어짜는 압력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어떤 물체가 목에 박혀 있는데 피가 생각보다 많이 나지 않는다고 해서 안전하다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관통한 그 물체 자체가 손상을 받은 혈관의 마개 역할을 하고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절대 임의로 제거를 하거나, 물체를 움직이면 안 됩니다.





조금만 틈이 생겨도 많은 피가 쏟아질 수 있습니다. 최대한 그대로 유지를 한 채, 구급차를 타고 병원으로 이송하여 살펴보아야 합니다.
동맥의 압력은 엄청납니다. 실제로 수술 중 손상된 동맥이 노출되면, 수술방 천장까지도 피가 튀어 오르기도 합니다. 이런 압력에 의해서 이물을 뽑아낸 후 대량 출혈이 순식간에 생길 수 있어 절대로 사고가 난 후 스스로 제거하면 안 됩니다.
두 번째로 중요한 것은 미루지 않고 바로 응급실로 와야 한다는 것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예시처럼, 목에 상해를 입은 경우, 숨길이 부어올라 질식의 위험성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기도가 어느 정도 막히기 전까지 환자는 숨이 차다고 느끼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병원에 늦게 도착할수록, 적절한 시술을 받기 어려워지기 때문에, 빠른 방문이 소중한 생명을 지키는 데 유리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간단하게 목에 이물이 박혔을 때 절대 하면 안 되는 한 가지에 대해서 말씀드렸습니다. 사실 이야기할 내용도 아주 많고, 그 증상도 목소리 변화, 침이 잘 안 삼켜지는 느낌 등 다양하게 일어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이물을 제거하지 않은 채로 빠르게 병원으로 가는 일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모든 분 이런 사고 없이 건강하기를 바라며, 혹시라도 사고를 당하신 경우 꼭 숙지하시어 큰 피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DITOR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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