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가이드

의사가 알려주는 건강 이야기 (성인/노인)
약국에서 약사의 말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
'약물 복용의 부작용과 안전한 복용방법'

많은 병원이 열지 않는 일요일, 공휴일의 약국은 평소와 다른 모습으로 많이 분주합니다. 거리가 먼 동네에서부터 아픈 분들이 찾아오게 되는데요. 때로는 어제 날짜의 처방전으로 조제를 하러 오기도 하고, 때로는 처방전 없이 일반의약품을 구입하려고 약국을 방문하기도 합니다.





어느 일요일, 약국에 상비용 종합감기약을 사러 왔다는 건장한 청년이 이렇게 물어봅니다.
청년: 감기약 먹고도 쓰러질 수 있어요?
약사: 예? 진짜 쓰러졌어요? 무슨 약을 먹었는데요?
청년: 어제 감기가 좀 심해서 편의점에서 종합감기약 알약과 종합감기약 물약을 사서 같이 먹었거든요. 그랬더니 너무 어지러우면서 잠시 비틀했어요.
약사: 오늘은 괜찮아요?
청년: 아직 좀 불편한데요. 그냥 참아보려고요. 다음에 또 약 먹고 어지러울까 겁이 나서 약사님께 물어보려고 왔어요.
약사: 성분이 중복된 감기약을 동시에 먹어서 문제가 생긴 거예요. 짜장면 한 그릇 다 먹고 간짜장을 또 먹으면 몸이 힘들잖아요. 종합 감기약 속의 항히스타민제를 두 배로 먹게 되면서 많이 어지러웠던 것 같아요.
혹시 최근에 술을 좀 많이 먹진 않았어요? 종합감기약 속의 해열진통제 함량이 간에 부담이 갈 정도로 많이 들어있진 않지만 술을 많이 먹는 경우에는 그 부분도 생각을 한 번 해봐야 해요, 어차피 감기는 약을 먹어도 일주일 안 먹어도 일주일이라는 이야기가 있으니, 이번에는 비타민을 좀 충분히 복용하면서 집에서 푹 쉬면 좋겠어요.
또 어느 할머니가 ‘정○환’이라는 지사제를 사러 온 적이 있었어요.
할머니: 정○환 하나 줘요. 얼마고?
약사: 어머니, 정○환은 한 번에 3알만 먹어야 하는데 알고 계시지요? 많이 먹는다고 더 빨리 낫는 게 아니에요.
할머니: 나는 빨리 나으려고 한 번에 5알도 먹었는데 그러면 안 되나?
약사: 어머니 5알을 먹으니 효과가 더 좋던가요?
할머니: 몰라.. 그냥 많이 먹으면 더 빨리 듣겠지. 5알 먹어도 안 들어서 더 먹어볼라 했는데.
약사: 효과가 없다고 복용량을 마음대로 늘리시면 안 돼요.. 어떤 안전한 약이라도 간에서 해독할 때는 부담이 될 수도 있어요. 특히 설사를 하고 있을 때는 면역력이 떨어지니까 간도 힘들어해요.
할머니: 지난번 사갈 때는 그런 말 안 하더니만 그 약사 못 쓰겠데이.
약사: 어머니가 오실 때마다 설사한다고 약 달라고 안 하시고 정○환만 달라고 하셨으니 설명할 시간이 없었지요. 앞으로는 어디가 어떻게 아프다고 설명하세요.
할머니: 나는 그러면 정○환 안 할란다. 지금은 뭐 먹으면 되노?
약사: 어머니 제가 드리는 약 용법에 맞게 잘 챙겨 드시고요. 약만 믿지 말고 음식도 조심하셔야 설사가 멎어요. 음식 조심 안 하면 설사가 멎었다가 또 시작될 수도 있어요.





이렇게 오랜 세월 동안 복용해 와서 귀에 익은 이름의 약이라도 내가 안다고 마음대로 먹으면 새로운 부작용이 생길 수 있습니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간이나 신장의 기능이 저하되어 약의 해독과 배설이 줄어든다는 뜻이니까요.
따라서 "늘 먹는 판○물약을 내가 바빠 죽겠는데 꼭 약사를 기다려서 사야 하냐", "평생 판○ 물약을 다른 알약과 동시에 함께 먹었어도 아무 일 없고 약발만 잘 들었으니, 잔소리 말고 얼른 계산이나 해 달라" 이렇게 요구하면 약사는 정말 난감해집니다.
이 판○은 과연 아무런 부작용이 없는 약일까요?
20여 년 전 어느 한국 영화에 이 판○에 중독된 어머니가 나올 정도이니 조심해서 복용해야 할 종합 감기약!!!이라는 걸 꼭 기억해 주세요. 카페인도 많이 들어있답니다. 그리고 다른 약과 동시에 함께 먹었다면 분명히 간은 큰 부담을 느꼈을 거예요.
처방전 조제를 할 때도 비슷한 상황의 발생
처방전에 있는 전문 의약품은 일반의약품보다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더 큽니다.
그리고 약을 복용할 때 주의해야 하는 점에 대한 설명을 제대로 듣지 않으면, 커다란 사고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환자들의 마음은 늘 바빠 보입니다. 병원에서 진찰받는 동안의 기다림에 지쳐서일 수도 있고 빨리빨리로 대표되는 신속하고 정확한 일 처리로 유명한 한국이다 보니 잠시 지체되고 기다리는 것을 굉장히 불편해하는 것 같습니다.





"환승해야 하는데 도대체 뭐 하느라고 약을 빨리 안 지어 주느냐", "내가 늘 먹는 약이라 내가 반의산데 약 설명이 뭐가 필요하냐", "처방전에 적힌 그 약 그대로만 주면 된다", "약 봉투 안 보이게 검은 봉지나 챙겨 달라", 때로는 조제 이후 복약지도를 해드리려 환자를 호명하면 통화를 하고 있는 채로 카드만 불쑥 내미는 환자들도 있습니다.
특히 어린이와 함께 유소아의 약을 지으러 온 조부모님들은 어린이를 통제하랴, 본인의 자녀와 통화하랴 정신이 없어서 유소아 약 설명을 듣는 데 정말 소홀합니다. 그래서 설명을 하다 보면 "엄마가 알아서 먹이겠지. 일단 담아주세요"라는 대답을 많이 듣게 된답니다.
이때, 문제는 소아의 간이나 신장은 완전히 성숙되지 않아서 약물 과다 복용 시 해독과 배설이 지연되어 어른들보다 3배 이상 장기 손상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한 가지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몸에 흡수된 카페인이 배설되는데 어른의 경우 하루면 충분하지만, 유·소아는 3일이 걸립니다. 간혹 아이가 고열이 나서 해열제를 먹일 때 4~5시간 간격을 지키지 않고 좀 더 빈번하게 복용시키거나, 감기가 빨리 낫지 않는다고 어린이용 종합감기약을 병원 처방약에 추가로 복용시키는 일을 목격한 적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하면 위의 이유로 정말 큰 약물 사고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유소아 약물 안전사고
유소아 약물 안전사고의 대부분은 보호자의 약 복용법에 대한 잘못된 이해와, 아이들 손이 닿을 수 있는 낮은 곳에 약을 보관할 때 생기게 됩니다. 고열이 날 때 사용하도록 추가로 처방된 상비용 해열진통제 시럽이나 기침, 콧물 시럽을 보호자가 잘못 먹이는 경우도 있고, 호기심이 왕성한 어린이들이 감기약을 주스처럼 마시는 사고도 간혹 일어납니다. 따라서 스스로 약을 복용할 수 없는 유소아 조제약에 대한 설명을 들을 때는 모든 신경을 곤두세워주시면 정말 좋겠습니다.
노인의 경우
노인의 경우는 간이나 신장의 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에 약물 과다 복용에 의한 부작용이 훨씬 크게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요. 약을 설명해 드리려 약 봉투에서 약을 꺼내면 "이거 먹고 낫겠나? 안 아픈 데가 없다 했는데"라고 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아마 이분들의 속마음은 '이 약 한두 첩 먹어보고 별로 낫는 것 같지 않으면 다른 병원 가서 새로 처방받아야지…'가 아닐까요? 처방받은 약을 제대로 먹고 얼른 낫겠다는 마음으로 설명을 들으면 좋겠는데 복약지도를 할 때 제대로 듣지 않는 어르신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약 값이 얼마라고? 1000원? 2000원?"
귀가 잘 안 들리니 집중력이 그만큼 떨어질 수밖에 없어요. 하루 두 번 먹도록 처방된 약을 집에 귀가한 후 약의 포수를 세어보고는 조제약을 잘못 지은 것 같다며 약국으로 항의 전화를 하고 나서 하루 두 번 먹는 용법을 확인하는 분도 있습니다.
이미 약을 잘못 복용한 후 어떻게 하면 좋으냐며 전화기 오는 경우도 적지 않은데요. 하루 두 번 먹어야 할 약을 하루 세 번 먹기도 하고, 아침과 점심 저녁의 약이 다른데 확인하지 않고 복용하십니다. 때로는 함께 복용해야 할 약을 계속 빼먹고 복용하다가 증상이 악화되어 입원을 하시는 경우도 있습니다.
약국에서 복약지도를 받으며 약의 내용을 한 번 확인하고, 집에 귀가한 후 다시 한번 약 봉투에 적힌 내용을 확인하고, 마지막으로 약을 복용할 때 한 번 더 확인하는 습관을 들인다면 아주 안전하게 약을 복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약은 지킬 박사와 하이드처럼 내 건강을 지켜줄 수도 있지만 잘못 쓰면 목숨을 앗아갈 수도 있는 양면을 가지고 있습니다.
천금보다 더 귀한 내 몸을 건강하게 지키려면, 약에 대한 설명을 듣고 제대로 복용해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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