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K-유산속으로
내 품에 쏙, 두 개 현이 만드는 특별한 음색
'나만의 반려 악기 해금'

반려동물과 같이 일생을 더불어 살아가거나 오래오래 함께할 수 있는 것을 두고 '반려'라는 뜻을 쓴다. 남들과 조금 다르게 반려동물도, 반려 식물도 아닌 나만의 '반려 악기'를 찾아 나선 이들이 있다. 반려 악기는 악기 다루기라는 단순한 취미를 넘어 마음의 안식과 휴식을 주어 삶의 활력을 선사한다. 과연 이들은 해금을 반려 악기로 삼을 수 있을까?

왼쪽부터 서민지, 김민선 참가자



해금, 풍부한 음색에 다루기 어렵지 않아 반려 악기로 주목
2개의 줄에서 나는 다양한 소리가 어찌 이리 아름다울 수 있을까. 궁중 제사·연례용 향악, 민속악, 속악은 물론이고 퓨전에 이르기까지 연주에 빠지지 않는 악기인 해금이 만들어 내는 소리다. 크기 또한 품에 쏙 들어와 ‘반려 악기’로 삼아도 충분하다.
초등학생 시절 6년간 특별활동으로 풍물부에 몸담았다는 서민지 씨와 반려 악기를 찾는 여정 중이라는 김민선 씨는 해금 소리가 울려 퍼졌을 창덕궁 앞에 ‘국악이 꽃피는 나무’라는 공간에서 해금을 마주했다.
현악기를 다루는 것이 처음이라는 두 사람에게 강의를 맡은 송한나 강사는 “초등학생 때 단소를 배운 것이 기억나시냐?”라고 먼저 물었다. 해금의 악보를 보는 법이 초등 음악 교과에서 배우던 단소 악보를 보는 법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황·태·중·임·남’이라는 5음으로 연주하는 해금은 줄을 왼손의 검지, 장지, 무명지에 대고 살짝 누르고 오른손으로 활을 긁으며 음을 만들어 낸다. ‘정간보’라는 칸으로 박자를 가늠할 수 있는 악보를 사용하므로 악보를 보지 못해도, 음악에 소질이 없어도 배우는 데 문제가 없는 게 해금이기도 하다.

01.활을 잡는 방법을 배우는 참가자들 02.해금의 현은 왼손으로 잡는다. 03.해금은 활대를 올려진 상태에서 눕혀둔다



올바른 자세와 적절한 힘으로 만들어 내는 경쾌하고 밝은 소리
해금은 크지 않아 품에 쏙 들어오는 몸통에 휴대도 편하며, 안줄과 바깥줄로 부르는 중현과 유현을 활이 오가게 하며, 줄을 잡은 왼손을 위아래로 움직여 높은음과 낮은음을 낸다. 그래서 한국 악기의 대표적인 현악기인 ‘찰현악기(擦絃樂器, 활의 마찰을 이용해 소리를 내는 현악기)’로도 불리지만, 음을 내는 울림통이 아래 위치해 국악에서는 ‘관악기’로 분류된다. 아쟁과 해금, 해금과 가야금을 헷갈려하는 이들이 있는데 서양악기에 비교한다면, 아쟁은 서양의 첼로, 해금은 바이올린으로 불린다. 국악기 중 음역대가 가장 넓고 높아서인지 서글프고 구슬픈 소리가 나기도 하지만, 경쾌하고 밝은 ‘쨍한 소리’도 담긴다.
해금과 아쟁의 차이를 설명하던 송 강사는 “해금은 직경 8~12cm 공명통의 한쪽은 오동나무를 얇게 다듬어 만든 복판으로 막혔고 다른 한쪽은 뚫려 있어요. 연주자가 활총으로 줄을 문질러 연주했을 때 몸통에서 소리가 울려서 나오는데 공명통이 작아 코맹맹이 같은 소리가 난다고 깡깡이라고도 불렸답니다.”라고 설명했다. 모든 악기 연주가 그러하겠지만, 해금도 현의 흔들림, 활대의 움직임과 그 움직임에 실리는 힘에 따라 소리가 달라진다. 해금 몸체(입주)와 활을 미는 소리를 참가자인 두 사람이 내자 ‘끼익’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이는 활을 입주 가까이에 대고 너무 힘을 주어 소리를 냈기 때문이다. 첫술에 배부를 수 있으랴. 무엇보다 소리를 내는 데 주된 요소는 해금을 제대로 잡는 자세다. 검지는 막대를 잡아 손목을 몸쪽으로 돌려 활총이 팽팽해지면 소리 낼 준비가 된 것인데 송 강사의 지도에 따라 활총을 잡아보지만, 자세부터 어색해 보인다. 의자에 앉는 것이 익숙한 현대인에게 오랜 시간 가부좌를 틀고 앉은 발 위에 해금을 올리는 자세가 쉽지 않은데, 적절한 힘을 주어 활을 끝까지 밀고 빼야 하는 것도 익숙해져야 한다.
서민지 씨는 “오늘 제대로 된 소리도 못 내고 돌아가는 건 아닌지” 걱정하기도 했다. 가부좌 트는 것이 힘든 김민선 씨도 송 강사의 도움을 받아 자세를 고치며 열심히 활을 움직여 본다.

04, 05, 06. 송한나 강사의 시범과 이를 바라보는 서민지 참가자의 모습



송 강사의 활은 중현과 유현 사이를 부드러운 비단이 오고 가는 듯 지나면서 소리를 만들어 내는 모양새였다. 연신 “힘을 빼라”고 말하던 송 강사는 두 사람에게 “현악기 자체가 정확한 음을 쉽사리 내기란 어려워요. 원래는 소리 내는 연습만 일주일 이상 걸리기도 해요”라며 격려하기도 했다. 그래도 연습을 반복하니 제법 음색으로 들리기 시작하자 송 강사는 해금으로 5음 내는 법을 알려주었다.
으뜸음으로 불리는 황종에서 시작하는 ‘달아 달아’, ‘학교종이’를 송 강사와 함께 연주해 보았다. 비록 두 줄뿐이지만 줄마다 여러 가닥의 명주실을 꼬아 팽팽하게 만들어졌기에 줄을 누르고 활을 앞으로 뒤로 밀었다, 넣었다 하며 손가락에 아픔이 느껴질 때 곡이 하나하나 완성됐다. 전통 민요만이 아니라 현대 동요를 연주하는 데도 해금의 음은 이질감이 없다.
송 강사는 “해금은 손가락이 줄을 누르는 위치와 당김의 정도에 따라 음이 달라져요. 그래서 연주자가 원하는 음을 낼 손가락의 위치와 줄 당김을 익혀야 하죠. 악기의 재료, 연주자에 따라 소리의 ‘맛’이 다른 것이 해금의 매력이기도 해요”라고 전했다.

07, 08. 해금을 잡는 자세부터 간단한 연주법을 익히는 시간으로 마련됐다.



‘조금만 더’ 활을 움직이고 싶은 매력
악기란 자기의 손으로 길들인 만큼 아름다운 소리를 내어준다. 해금도 그러하다. 작다고 만만하게 볼 수도 있지만 같은 사람이 연주해도 사람에 따라, 기분에 따라서 음이 다르다. 해금의 구조와 명칭부터 운지법, 맛보기 연주까지 단 몇 시간 만에 해금의 세계로 빠진 두 사람은 클래스를 마친 후에도 여운이 가시지 않는지 계속 활을 움직여 본다.
김민선 씨는 “조금만 더 연습하면 더 좋은 소리로 연주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생겨요. 작은 울림통에서 나오는 소리가 신기하네요.” 마침내 해금을 내려놓고 돌아가는 두 사람 모두 해금을 ‘반려 악기’로 맞이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남겼다. 원하는 소리가 나지 않더라도 소리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는 희망과 활력 그리고 언제나 함께할 수 있는 것이 반려 악기가 주는 가장 큰 매력과 위안이 될 것이다.

09. 서민지 10. 김민선



[Mini Interview]
[서민지] 잠시 잊었던 악기 연주의 즐거움을 오랜만에 깨달았습니다. 몰입해서 악기의 소리를 내는 것이 좋았어요. 앞으로 우리 전통악기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싶습니다. 저도 꼭 앞으로 다양하고 아름다운 소리를 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김민선] 소리가 예쁘고 신비로워서 반려 악기로 관심을 두게 되었어요. 알고 보니 손가락 하나하나 온 신경을 써서 연주해야 하는 악기였네요. K-팝을 통해서 해금의 매력이 널리 알려졌는데, 더 많은 이들이 즐겼으면 합니다. 저도 열심히 연습하다 보면 해금의 깊은 소리를 연주하는 날이 오겠죠?

EDITOR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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